정현정·박희성 KAIST 교수팀, 나노 항암 신약 개발
생체 내 전달 문제 해결…기존 항암제보다 효과 월등
유전자·화학 약물 기반 다양한 병용 치료제 개발 기대
암 극복을 위해 영구적인 유전자 조절을 일으키는 유전자가위(CRISPR·크리스퍼)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생체 내 전달 문제가 숙제로 남아 있는 가운데 크리스퍼 단백질과 화학 약물을 동시에 생체 내에 전달하는 나노복합체가 개발됐다.
KAIST 정현정(생명과학과)·박희성(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유전자가위 기반 항암 신약으로 크리스퍼 단백질 및 화학 약물을 동시에 생체 내에 전달하는 나노복합체를 개발했다. 기존 항암제보다 월등한 항암 효능도 확인했다.
크리스퍼 기술은 표적 세포에서 정밀하고 영구적으로 유전자 교정을 일으킬 수 있어 기존 유전자 조절 방법에 비해 암 치료제로서 큰 장점이 있다. 하지만 크리스퍼의 구성 요소인 단백질과 가이드 RNA를 생체 내에 전달했을 때 극히 낮은 조직 투과성 및 세포 유입 효율로 인해 치료 효능이 떨어진다.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질 나노입자, 고분자, 무기 나노입자 등 나노 전달체에 기반한 전달 방법이 개발됐으나, 여전히 효능이 떨어지고 심각한 독성 및 부작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이런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크리스퍼 단백질 Cas9에 서로 다른 작용기가 간단히 결합되는 클릭 화학 작용기를 내재하기 위해 비천연 아미노산을 도입한 생직교 반응형 Cas9을 개발했다. 생직교 반응은 살아있는 시스템 내에서 본질적인 생화학 과정을 방해하지 않고 일어나는 반응이다.
연구팀은 기존 나노 전달체의 독성 및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극미량의 고분자 물질을 생직교 반응형 Cas9에 결합시킴으로써, 생체 내 안전한 전달 및 유전자 교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항암 신약으로써 효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에 유방암 항암제로 사용되는 올라파리브(olaparib)을 생직교 반응에 의해 Cas9에 결합시킴으로써 병용 치료를 위한 유전자가위 나노복합체인 '콤바인'(ComBiNE·Combinatorial and bioorthogonal nano-editing complex)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교정 나노복합체를 이용해 유방암 세포 및 동물모델에서 DNA 복구에 관여하는 유전자 교정 및 올라파리브의 작용으로 기존 항암제 및 단독 치료제에 비해 월등한 항암효과를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크리스퍼 단백질과 화학 항암제를 단일 제형으로 조합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생체 내 유전자 교정을 일으키고 높은 항암 효능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향후 다양한 암종에 대해 유전자 및 화학 약물 기반 병용 치료제로서 적용할 수 있는 강력한 플랫폼 기술로 활용될 것이라는 기대다.
KAIST 생명과학과 마셀 야니스 베하(Marcel Janis Beha) 박사, 임산해 석박사통합과정 학생, 김주찬 화학과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7월 23일 온라인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Bioorthogonal CRISPR/Cas9-Drug Conjugate: A Combinatorial Nanomedicine Platf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