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환자 확산세 '숨가쁜' 의료현장..."외래 방문 환자 3~5배 늘어"
방역당국, 감염병 관리등급 독감수준 조정 추진...환자 늘자 일단 '보류'
등급 하향 땐 검사·치료비용 지원 중단..."관리체계 치명타, 혼란 불 보듯"
정부가 코로나19 등급 완화를 일단 유보하기로 했지만,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우려섞인 시선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나 이와 병행돼 추진될 코로나19 검사 및 치료비용 비급여 전환은, 감염병 관리의 사각지대를 키우는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에 접어들자 질병관리청은 당초 9일로 예고됐던 코로나19 감염병 등급 전환 계획 발표를 잠정 연기했다.
현재 2급으로 분류된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인플루엔자(독감)과 동일한 4급으로 조정해 통상의 감염병감시체계 안에서 관리해 나간다는 것이 골자다.
코로나19가 확산세로 전환하자 방역당국은 해당 계획 발표를 일단 미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8월 첫주 주간 확진자 수는 35만명으로 전주 대비 10.5% 늘어났다. 일평균 확진자 또한 5만명 수준으로 지난 겨울 유행 정점시기에 근접한 상황이다.
위중증 환자 수 또한 전주 대비 4.1% 증가해 일 평균 177명으로 증가했고, 신규 사망자 수도 전주 대비 10.2% 증가해 일 평균은 14명을 기록하고 있다.
중환자실 병상가동률도 증가 추세다. 8월 첫 주 중환자 병상가동률은 평균 48.4%로 전주 대비 7%p 상승했고, 준 중환자 병상가동률 또한 62%로 8.1%p 높아졌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관계자는 "이번주 들어 증가세가 다소 꺾이긴 했지만, 이전에 비해 3∼5배 정도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난 상황"이라며 "현장에서는 확산세를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로 중장년층과 노년층에서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한 이 관계자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완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방역당국의 코로나19 감염병 등급 조정 결정을 앞두고, 지난 3일 질병관리청을 방문해 "등급 하향 시기를 재검토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방역지침 완화로 인한 미수검 경향 등을 고려했을 때 드러난 확산세 이상의 '숨은 코로나19 환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큰데다 여름 휴가철과 가을 추석 연휴 인구 이동량의 증가, 이어지는 겨울철 코로나19 대유행 추세 등을 고려할 때 성급한 등급조정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감염병 등급 하향에 따른 혼란도 우려했다. 국민들의 경각심이 무뎌져 개인위생 관리에 소홀하게 되면 감염자와 고위험군이 급증하고, 이는 곧 의료현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의협은 감염병 등급 하향과 맞물려 시행될 수가지원 종료 조치가 치명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코로나19 검사비와 치료비를 비급여로 전환할 경우 환자들이 적극적인 진료를 꺼리게 되고, 감염병 관리 사각지대가 확산되는 악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코로나19 감염병 등급 완화에 맞춰, 이에 관련한 각종 건강보험 지원을 대폭 축소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유증상자나 의사소견자, 확지자접촉 무증상자 등에 전액 지원하던 신속항원검사(RAT)를 모두 비급여로 전환하고, 유증상자 전원에 제공했던 PCR 검사비용 지원도 만 60세 이상 등 먹는 치료제 대상군으로 한정해 적용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팍스로비드 등 먹는 치료제 지원은 일단 연말까지 계속하겠다고 했다.
의협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유행상황을 고려해 코로나19 감염병 등급 하향 시기를 금년도 말 이후 추진하거나, 등급 하향과 별개로 일선에서 코로나19 환자를 포함한 감염진료가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의료수가 지원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현장도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이비인후과의사회 관계자는 "검사비와 치료비 지원을 중단한다면 적잖은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며 "일례로 RAT 검사를 비급여로 전환한다면 확진을 받아야 할 사람이 이를 회피하거나, 회사나 교육기관 등의 요구로 미감염 진단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은 그에 따른 비용을 개인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AT 검사 수가는 1만 5000원 정도로, 유증상자 등에 대해서는 현재 본인부담 없이 전액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비용지불에 대한 저항감이 커 의료기관과 환자간 승강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는 얘기다.
먹는 치료제 지속 지원 여부도 관심을 받고 있다. 중단 때 파장이 크다는 점에서다.
이비인후과의사회 관계자는 "먹는 치료제의 경우 건강보험에서 지원하지 않으면 약값이 80만원에 이른다"며 "특히나 빨리 써야 효과가 있는 약인데, 환자가 약값 때문에 치료제 복용을 고민하거나 지체하다 중증화 한다면 치료제를, 무료로 준 것과 비교해 어떤 것이 더 사회적으로 손해가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의 상황을 볼 때 감염병 등급 완화와 수가 지원 중단 모두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질병관리청은 국내외 유행 및 방역상황 등을 면밀히 고려해 감염병 등급 하향과 방역조치 조정 계획을 확정하겠는 방침이다.
질병관리청은 "여름철 확산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코로나19 위기단계 조정 로드맵에 따른 4급 감염병 전환을 준비 중"이라며 "전문가 자문을 거쳐 방역상황과 위험도 및 대응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