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안전 '적신호' 한의사 초음파·뇌파계 판결

국민 안전 '적신호' 한의사 초음파·뇌파계 판결

  • 김강현 의협 정책자문위원(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8.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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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안전하다고 진단까지 안전?...고귀한 환자 생명 안전 확보 '경고등'
판결문 "볼 수 있다"?...의제(擬制) 뒷받침하는 논리적··정황적·경험적 근거 부재
법률 흠결 대처하는 방법 세 가지....하책(부정)·중책(유예)·상책(법 정신 규명)

김강현 의협 정책자문위원(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 ⓒ의협신문
김강현 의협 정책자문위원(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 ⓒ의협신문

한의사가 파킨슨병을 진단하면서 의과 의료기관에서 진단에 사용하는 뇌파계(Electroencephalograph)를 쓴 것을 놓고 의료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대법원 선고가 2023년 8월 18일 열린다. 

사건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 한의사는 지난 2010년 9월부터 뇌파계를 사용해 파킨슨병 여부를 진단했다. 모 경제신문은  뇌파계를 사용해 파킨슨병 여부를 진단한다는 A 한의사의 기사와 사진을 게재했다. 관할 보건소는 "한의사의 뇌파계 진단행위는 면허된 것 외의 의료행위이며, 의료광고 심의 없이 기사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3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진행했다. 보건복지부도 같은 이유로 3개월 한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A 한의사는 뇌파계는 위해도 2등급인 점, 한방신경정신과 진료를 하면서 짧은 기간 동안 보조적으로 사용한 점, 한의학에서도 뇌파를 연구하고 있는 점 등을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2013년 10월 1일) 재판부는 "한의사의 주장은 모두 이유없다"며 기각했다. 한의사는 항소했다.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2016년 8월 19일 "보건복지부 행정처분은 위법하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A 한의사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뇌파계로 한방신경정신과 진료를 했다"면서 "파킨슨병 등을 진단하면서 뇌파계를 병행 또는 보조적으로 사용한 것은 전통적인 한의학적 진찰법의 현대화된 방법 또는 기기를 이용한 진찰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한 "의료기술의 계속적 발전과 함께 의료행위의 수단으로서 의료기기 사용 역시 보편화되는 추세에 있는 바 의료기기의 용도나 작동원리가 한의학적 원리와 접목돼 있는 경우 등 한의학의 범위 내에 있는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이를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돼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 없이 진단이 이뤄질 수 있다면 뇌파계의 개발 및 뇌파계를 이용한 의학적 진단 등이 현대의학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뇌파계를 사용한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한의과대학 교과과정 중 진단학 교재의 하나인 '생기능의학'에서는 뇌파(뇌전도)에 대한 개요와 측정방법, 분석방법 등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는 한편 뇌파가 간질 등 치료와 관련해 환자가 정신적으로 안정된 상태에 있는지를 파악하고 치료경과를 확인·분석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고 하며, 칠정(七情, 喜·怒·憂·思·悲·驚·恐)의 정량적 평가에도 뇌파가 활용된다고 하고 있다"면서 "또한 한의사 국가시험에는 뇌파기기 항목이 2012년 1문제 출제됐고, 출제기준인 총 60개 영역 중 2개 영역에 뇌파기기 항목이 평가항목으로 포함되어 있는 등 한의사도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판단지표 중 하나로 충분히 뇌파계를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원장은 복진 또는 맥진이라는 전통적인 한의학적 진찰법을 통해 파킨슨병 등을 진단함에 있어 뇌파계를 병행 또는 보조적으로 사용한 것은 절진의 현대화된 방법 또는 기기를 이용한 망진(望診)이나 문진(聞診)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서울고등법원 재판부의 판결문을 살펴보면, 첫째 "망진(望診)이나 문진(聞診)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즉 법률 의제(擬制) 또는 간주(看做)를 뒷받침하는 명백한 논리적, 정황적 그리고 경험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한의사 국가시험의 뇌파기기 항목에 관한 것도 문제의 질적 판단은 언급하지 않고, 단지 문항숫자와 출제기준만으로 충분히 뇌파계를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신경과 전공의 수련과정의 뇌파와 관련한 교육의 질과 수련의 양을 비교했더라면 차이가 너무나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대법원의 한의사 초음파 판결문(2016도21314, 2022년 12월 22일)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다.

대법원 2016도21314 판결문 일부

의료행위에서 진단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진단에 관해 서양의학의 전형적인 방법인 초음파 검사를 시행한 이상 치료방법으로 침이나 한약 등을 사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의료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즉, 한의사가 환자의 복부에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과거 전통적인 한의학적 진찰법으로 사용하던 절진의 일종인 복진(腹診)을 기본적으로 시행하면서, 그 변증유형 판정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초음파 진단기기를 복진과 같은 방법으로 부가하여 사용하는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즉, 현대의 진단용 의료기기는 과학기술을 통하여 발명ㆍ제작된 것이므로, 그 과학기술의 원리와 성과를 한의사 아닌 의사만이 독점적으로 의료행위에 사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진단행위와 치료행위를 전체적으로 고찰하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전문가이자 공인된 자격을 갖춘 한의사가 환자에게 침술 및 한약치료 등 한방치료행위를 시행하는 상황에서, 그 전제로 해당 질환의 변증유형 확정을 위하여 이루어진 진단행위 역시 한의학적 원리와 일정한 관련성을 지닌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구 의료법 제43조, 구 의료법 시행규칙 제41조 제1항 제4호에 따르면, 한의사의 진료과목은 한방내과, 한방부인과, 한방소아과,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한방신경정신과, 한방재활의학과, 사상체질과 및 침구과인데, 피고인의 의료행위는 이 사건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한방부인과 진료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피고인은 공소외인에게 투자법침술, 경혈침술, 복강내침술, 경피적외선조사요법, 한약처방 등 한방치료행위를 하였으므로, 그와 같은 한방치료행위의 전제가 된 진단행위 역시 한의학적 원리에 기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한의사가 환자의 복부에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과거 전통적인 한의학적 진찰법으로 사용하던 절진의 일종인 복진(腹診)을 기본적으로 시행하면서, 그 변증유형 판정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초음파 진단기기를 복진과 같은 방법으로 부가하여 사용하는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의료행위의 전체적인 경위·목적·태양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지 한의학적인 용어가 환자에게 생소한 점 등을 이유로 한의사가 진단 및 설명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서양의학적 용어를 일부 사용한 사정만으로 한의사의 의료행위가 한의학적 원리에 의하지 않았음이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 판결문에는 "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판단한 문장들이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논리적, 정황적, 경험적 근거가 확실하지 않다. 

의료계와 의학계는 전문지식과 진료경험에 비춰 대법원 판결을 조금도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의사들이 수개월 동안 자발적으로 1인 시위를 진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아래 논문을 통해 법적 의제의 타당성과 정당화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법에 있어서의 의제(Fictions in Law)
중앙법학 2015, vol.17, no.1, pp. 337-372 (36 pages)

법적 의제란 무엇인가? 
언제, 왜 법적 의제가 등장하는가? 
법적 의제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

사법의 차원에서도 법적 의제 이외에 달리 구체적 타당성을 기할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없다면, 법관이 법적 의제에 호소하는 것은 법이 추구하는 정의의 이념에 비추어 정당화될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다.

다만 법기술적인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은 경우에만 법적 의제는 최후의 수단(ultima ratio)으로서 정당화된다. 이 경우에도 법적 의제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법에서 다음 법으로 넘어갈 수 있는 임시가교(臨時假橋)로 기능해야 하고, 그 자체가 법인 것처럼 기능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은 초음파 판결에서 "초음파 투입에 따라 인체 내에서 어떠한 생화학적 반응이나 조직의 특성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세포막 손상, 염색체 손상, 산화, 중합반응 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보고된 바 없으며, 초음파 진단기기는 임산부나 태아를 상대로도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지적했다. 

초음파의 물리학적 특성이 안전하다고 하여 건축 분야 비파괴 초음파 기계(Non-Destructive Testing, NDT)를 비파괴검사기사나 기능사가 아닌 유사 직종인 산업기사 등이 건축물 안전진단 시 사용한다면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까? 

비파괴 초음파의 물리학적 특성상 어떤 위해성이 없으니 전문가가 아닌 유사 직종이 건축물 안전진단에 활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은 건축물의 안전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다.      

의사가 자율적으로 임의로 공부하고 이에 대한 적법한 시험도 응시하지 않았는데도 유자격자 인 초음파 비파괴 검사기사의 능력과 같거나 낫다고 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한의사가 의료공학 및 그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발·제작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해당 진단용 의료기기의 특성과 그 사용에 필요한 기본적·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비추어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그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며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아울러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한 의료기관 개설자 등은 안전관리책임자를 선임하여야 하는데, 한의원은 대상 의료기관에 포함되지 않고 초음파 진단기기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및 특수의료장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은 없다"고 지적했다.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음파 진단장비가 도입된 시기는 진료에 사용되기 시작하여 대한초음파의학회를 창립되었던 필자가 의과대학 재학 당시인 1980년 초반부터다. 내과, 산부인과, 영상의학과 등에서 활용하는 모습을 임상실습시간에 경험하였던 것이 떠오른다. 

입법 당시 한의사가 이 진단기기를 사용하리라는 것을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이 위법하지 않다"는 문장을 보면서 법조계의 논문 중 일부 내용을 소개한다.

권성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재판을 하면서 부딪치게 되는 법률의 흠결에 대하여 법관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1) 하책은 법의 흠결을 부정하는 것이다. 법관은 제정된 실정법을 그대로 따르면 되는 것이므로 법의 흠결이라는 것은 개념상 있을 수 없다고 하는 입장이다.
 (2) 중책은 법의 흠결이 치유될 때까지 재판을 유예하는 것이다. 법의 흠결을 인정하지만 법관은 이를 치유할 수 없으므로 입법자가 이를 고칠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다.
 (3) 상책은 법의 흠결을 메우는 데에 원용할 수 있는 적절한 규정을 다른 곳에서 찾아내어 이를 적용하여 해결하든지 혹은 그와 같이 할 마땅한 규정이 없다면 적절한 규정이라고 생각되는 것에 가장 근접한 규정을 찾아 낸 다음 그 규정이 원래 표현하고자 하였던 법의 정신을 규명하고 그 규명된 법의 정신에 따라 그 규정의 의미를 재구성하여 이와 같이 의미 빠져있는 경우를 말한다. 
59) 어떤 가치 기준상의 평가에 의하면 법률의 흠결이 인정되고 그 보충이 요청되는 경우를 말한다. 즉 어떠한 법률에 전제되어 있는 가치내용이 법률의 적용을 통하여 실현되는 경우에는 그 사회의 윤리관에 비추어 볼 때 이른바 가치적 모순을 나타내게 된다면 당해 법률은 새로운 가치론적 입장에 의하여 수정 보충되지 아니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법조계에서는 "법의 흠결은 법으로 규정되어야 할 사항에 관하여 법이 실제로 있지 않는 것으로 성문법이 아무리 완벽하다 하더라도 복잡한 사회생활을 완전히 규율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법의 흠결이 생기게 되는데, 그 원인은 입법 당시 예상하지 않았던 사실이 발생하였을 경우나. 입법기술의 한계, 입법의 보류 또는 위임을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법에 한의사의 뇌파계 검사 금지 규정이 없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의료법이 제정된 40년 전에는 한의사 중에 뇌파계를 사용하여 진단하는 사례가 없었고, 이런 상황을 예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기에 굳이 입법할 필요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의사의 진료영역은 26개 전문과목으로 구분하고 있다. 의과대학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의대 6년 졸업 후 의사면허시험에 합격하고, 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을 마친 뒤 전문의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1년 이상 세부전문의 과정을 밟을 수도 있다. 주당 80시간 근무를 제한할 정도로 결코 녹록하지 않은 수련과정은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을 정도다.

뇌파계 장비의 특성상 판독은 환자에 대한 이해와 질병에 대한 지식 그리고 뇌파기계에 대한 지식과 오랜 판독수련이 필요하다. 의사들도 대개 뇌파를 직접 판독하지 않고, 뇌파 분야 관련 전문의에게 협진을 의뢰한다. 뇌파검사 청구액과 청구건수를 살펴보면 뇌파 관련 전문과목에 집중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진단 능력 수준과 질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와 근거인 것이다. 

법원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건축, 의료, 지적재산권, 환경 등의 사건을 심리할 때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외부 전문가인 전문심리위원을 소송절차에 참여토록 하고 있다. 
전문심리위원의 설명 또는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받거나 기일에 출석하여 설명이나 의견을 진술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법원은 충실한 심리와 신속한 분쟁 해결을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의료분쟁 시 법원은 의학 전문가인 의사의 의견을 받아 판결 시 참조하고 있다. 

뇌파계를 둘러싼 다툼은 의사와 한의사 간에 전문적인 의료행위에 관한 것이므로 법원은 양측의 자료를 받아 법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법원은 당연히 뇌파계에 관한 지식과 진료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의 의견을 참조하는 것이 상식에 맞는다. 

심사와 평가를 받는 질 관리를 거친 수련과정을 이수하고, 법이 부여한 자격을 갖춘 지도전문의에게 체계적인 지도·감독 그리고 소정의 국가면허자격시험등 검증시스템을 거쳐 배출된 뇌파 관련 의사와 그렇지 않은 한의사 간의 차이는 명약관화다.

그러나 대법원은 "의사와 한의사 면허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규정이 없고", "단지 의료기기 등의 개발·제작 원리가 한의학적 원리에 기초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면허된 것 이외의 진료행위라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더 나아가 "의료기기 용도나 작동 원리가 한의학적 원리와 접목되는 등 한의학 범위 내 있는 의료기기 사용은 허용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앞에 언급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의협신문
ⓒ의협신문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파킨슨병]은 2021년 9월에 발간됐다. 한의계 관련 학회장은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파킨슨병] 머리말을 통해 '근거 부족'을 밝혔다. 

머리말에는 한의 단독진단이 아닌 병용치료에만 국한된다는 점을 비롯해 한의지침의 근거자료가 한국 현실과 다른 중국자료 밖에 없다는 점과 수준도 높지 않다는 점을 들며 한계를 토로했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파킨슨병] 머리말 

"2017년 발간된 지침과 다른 점은, 새롭게 출간된 한약 임상연구 근거를 반영하여 추가 처방에 대한 권고문을 새롭게 추가하여 임상의들의 병용(竝用)투여 약제 선택의 폭을 넓힌 것과 파킨슨병의 개별 운동, 비운동 증상에 대하여 최신 업데이트된 임상근거에서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에 대한 요약된 정보를 제공한 것 등입니다. 이전 지침에서 지적한 바대로, 아직은 한의치료기술에 대한 임상연구가 부족하여 근거로서 부족한 점이 있지만, 한의 진료와 연구의 영역에서 최소한의 근거로 많이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대한중풍순환신경학회장 

출처 : [한의표준진료지침-파킨슨병] 내용 중 일부

(2) 진료지침 사용자
본 임상진료지침은 임상진료 및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한의사가 1차 사용자가 되며, 기타 상기 질환에 관심 있는 의료인인 의사와 의료종사자인 간호사 등이 활용할 수 있다. 파킨슨병의 병리가 특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질환임과 국내의 파킨슨병 치료가 의과 위주의 표준치료 위주로 시행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 예방 및 1차적 선별, 진단 등은 본 지침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오직 병용치료를 시행하는 경우에 한하여 본 지침이 활용가능하므로, 지침의 1차 사용자도 병용치료를 고려하여 한의사로 한정한다. 다만 파킨슨병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인인 의사와 의료종사자인 간호사도 참고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3) 본 임상진료지침의 한계점
- 근거의 대한 제한점
- 파킨슨병에 대한 근거자료 대부분이 중국(中國)에서 연구가 진행된 자료로 한국 현실에 맞는 파킨슨병 한의치료 특성을 반영하여 권고안을 도출하기가 어려웠다. 
- 국내외 연구경향을 살펴본 결과 증례보고 연구는 많이 하는 반면, 대규모 무작위 배정 임상연구는 많이 실행되지 않아서, 근거수준(水準)이 높지 않은 것이 문제점으로 인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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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킨슨병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배경
보건복지부 한의약신도기술개발 사업(HB16C0051)의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개발사업단 일반 세부과제인 "파킨슨병 한의표준임상진료치침 개발"연구의 일환으로(연구기간:2016.01.01.∼2020.12.31.) 근거에 기반한 파킨슨병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이 2017년에 발간된 이후 3년이 경과하였다[1]

파킨슨병의 운동증상과 비운동증상에 대한 한의치료가 유효하다는 임상근거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2-4], 한의중재 및 의학표준치료와의 병용투여에 대하여 참고할 수 있는 진료지침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캐나다신경과학협회와 캐나다파킨슨병학회(Canadian Neurological Sciences Federation and Parkinson Society Canada)의 2011 지침에는 ..중략... 한의(韓醫)중재에 대한 포괄적인 권고를 제공하지 않았고, 중의치료에 대한 2015 진료지침은 합의에 기반하여 개발되어, 최신 연구결과가 반영된 신뢰할만한 지침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5]
…중략…
파킨슨병의 병리가 특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질환임과 국내의 파킨슨병 치료가 의과 위주의 표준치료 위주로 시행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 예방 및 1차적 선별, 한의 단독 진단 등은 본 지침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오직 병용(竝用)치료를 시행하는 경우에 한하여 본 지침의 활용 목적을 제한한다. 

2. 본 파킨슨병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의 활용 방법
본 파킨슨병 진료지침은 한의 중재별 표준 약물치료와의 병용투여 권고문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병용투여의 관점에서 권고문의 활용이 필요하다. 또한 한의 중재의 임상근거를 평가하기 위한 국내의 임상연구가 부족(不足)한 연구현실을 고려하여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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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파킨슨병 질환 개요

1. 정의
2. 임상 현황
3. 진단 및 평가
4. 치료
5. 예방 및 관리

1. 정의
파킨슨병(G20, Parkinson's disease)은 느린 동작(bradykinesia), 안정시 떨림(4-6 Hz), 뻣뻣한 근육(rigidity), 자세반사의 소실 등을 특징으로 하는 진행성의 이상운동 질환으로 정의한다. 특발성 파킨슨병의 원인에 대하여 명확한 설명은 아직까지 없으나, 파킨 유전자(parkin gene, PARK2)의 변이와 다소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1].
파킨슨병의 병리학적인 특성은 주로 중뇌 흑질(substantia nigra)에서 도파민 신경세포(dopaminergic neuron)의 감소와 관련이 있으며[2], 중뇌 흑질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감소되면 도파민의 농도가 낮아지며 다양한 특징적인 운동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신 연구에 의하면 담창구(globus pallidus)나 시상하핵(subtahlamic nucleus) 등 다른 부위에서의 도파민 감소도 운동증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3].
또한 파킨슨병 환자의 뇌부검에서 발견되는 레위소체(Lewy body)의 구성성분으로 알파-시누클레인이라는 단백질이 선조체의 도파민 세포에서 분해되는 기전에 결함이 발생되어 축적되게 되는데, 알파-시누클레인이 선조체의 도파민 뉴론에 결합하게 되어 신경독성을 야기하는 것이 파킨슨병의 병리에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4]. 
최근에 게놈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됨에 따라 파킨슨병과 관련된 유전자의 변이가 파킨슨병 발병의 위험인자로 인식되고 있으며, MART, SNCA, HLA-DRB5, BST1, GAK, LRRK2, ACMSD, STK39, MCCC1/LAMP3, SYT11, CCDC62/HIP1R 등의 유전자 등이 주목 받고있다[5]

즉 한의 임상진료지침 파킨슨병의 정의는 보다시피 의학의 지식을 그대로 전재하였을 뿐 한의학의 지식은 전혀 실려 있지 않다. 수 천년의 전통을 지닌 한의학의 파킨슨 병에 대한 고유한 정의가 무엇이고, 현재까지 어떤 연구와 병리를 밝혀 왔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2017년에 발간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6년 진료비 통계지표에 의하면 2016년 1년간 파킨슨병으로 의과에 입원한 실원인은 26,888명으로 총 92위에 해당하는 질환이었으나, 요양급여비용은 323,878,399천원에 달하여, 1인당 의료비용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한의과에서는 2016년 현재 4,127명의 환자가 입원치료를 받았으며, 요양급여비용은 2,622,028천원으로 의과에 비하여 급여비용은 낮으나 입원환자 수만 따지만 17위에 해당하여 한의의료기관에 입원하는 주요 질병 중 하나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한의과에 비해 의과가 6.5배 많은 입원환자를 진료하지만, 사망에도 이르는 중증 환자 숫자 만을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 크다. 아울러 진료 수준이나 투여되는 다양한 파킨슨 치료제 그리고 관련된 재활의학 등의 수준과 질은 다를 수밖에 없다.

[Queen Square brain bank clinical diagnostic criteria] 3단계 파킨슨병 진단기준.

파킨슨병 진단의 첫 번째 단계는 파킨슨양증후군(Parkinsonian syndrome)에 해당하는지 진단하는 것으로서, 느린 동작 및 다음의 증상 곧 근육의 뻣뻣함, 4-6 Hz의 안정 시 떨림, 특별한 원인(시각, 전정기능, 소뇌, 고유감각 등의 이상)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닌 자세의 불안정성 중 최소 1개 이상을 가지고 있으면 파킨슨양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파킨슨병에 해당하지 않는 다른 질환인지를 감별 진단하는 단계로서, 다음의 임상양상이나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 파킨슨병은 배재할 수 있다.

- 파킨슨양증후군의 특징적인 임상증상으로 점진적인 진행을 보이는 반복되는 뇌중풍의 과거력이 있는 경우
- 반복 두부 외상의 과거력이 있는 경우
- 명확한 뇌수막염의 과거력이 있는 경우
- 안구운동발작이 있는 경우
- 증상이 처음 발생하였을 당시에 신경이완제 치료를 받았던 경우
- 1인 이상의 친척이 파킨슨병에 이환된 경우
- 증상이 완화된 채로 지속되는 경우
- 발병한지 3년 이후 확실하게 단측에만 증상이 있는 경우
- 핵상주시마비
- 소뇌의 증상이 있는 경우
- 발병 초기에 심각한 자율신경계 증상이 있는 경우
- 발병 초기에 기억, 언어, 행동의 장애를 동반한 심각한 치매가 있는 경우
- 바빈스키 사인이 있는 경우
- 뇌 영상에서 뇌종양이나 교통성 수두증이 있는 경우
- 흡수장애가 없는 상태에서, 대용량 레보도파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
- MPTP에 노출된 경우

세 번째 단계는 파킨슨병으로 진단할 가능성이 높은 인자들을 가지고 있는 지 검토하는 단계로서, 1단계 파킨슨양증후군의 증상과 더불어 다음의 임상양상이나 증상을 3개 이상 가지고 있는 경우 확실하게 파킨슨병으로 진단할 수 있다.

- 단측에서 증상 발생
- 안정시 떨림이 있는 경우
- 증상이 진행하고 있는 경우
- 발병당시 이환된 쪽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지속적인 비대칭이 있는 경우
- 레보도파에 매우 잘 반응하는 경우(70~100%)
- 심각한 레보도파유발 무도병이 있는 경우
- 5년 이상 레보도파에 반응을 보인 경우
- 10년 이상 임상 경과를 보여준 경우

파킨슨병 진료지침에는 3단계 진단기준에 따라 진단에 대한 명확함을 확보한 뒤에 확진하고, 치료를 실시할 수 있다. 

하지만 한방은 대부분 의과의 신경학적 내용을 있다. 의과 파킨슨병 진료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뇌신경학, 영상의학, 진단검사의학 지식을 충분히 갖춰야 하고, 제대로 수련을 받아야 한다. 전문지식과 수련을 받지 못한 한의계에서 파킨슨병 진료지침을 활용할 수 있을까?

출처 : [한의표준진료지침-파킨슨병] 내용 일부

특발성 파킨슨병 환자의 변증(辨證)은 환자의 주된 증상을 바탕으로, 질병의 진행과정을 고려하여 시행하는 것이 합당하다. 
특발성 파킨슨병의 초기(初期)에는 떨림, 뻣뻣한 근육, 느린동작 등 운동증상을 주소로 하는 간양상항(肝陽上亢)의 변증유형이, 질병이 진행하면서 항파킨슨제의 투여로 운동증상의 호전을 보이지만, 피로, 어지러움, 위장운동저하 등의 증상을 호소하여 기허(氣虛)나 비허( 脾虛)의 양상을 보이는 중기(中期), 수면장애, 소변장애를 호소하고 침상생활을 위주로 자발적인 활동이 어려워지며, 신허(腎虛), 혈허(血虛) 유형을 보이는 후기(後期) 등으로 질병의 병기를 고려하여 한의학적인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적절하다.

파킨슨 병기(病期)에 따른 변증(辨證)에 관한 한의학의 풀이를 아래에 소개하였는데 이를 보면, 이런 내용을 보고, 파킨슨 병의  1. 운동 증상 즉 1) 떨림(진전), 2) 경직, 3) 서동, 4) 자세 불안정, 5) 구부정한 자세, 6) 보행 동결 그리고 2. 비운동 증상 즉 1) 신경 정신 증상, 2) 인지 기능 저하, 3) 자율신경계 이상, 4) 수면 장애, 5) 배뇨 장애 , 6) 통증, 무감각, 피로, 후각 저하 등의 감각 이상이 동반되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파킨슨병의 초기의 변증 유형 간양상항에 대한 설명

신수(腎水)가 휴손되어 간목(肝木)을 자양시키지 못하거나 또는 간음이 부족하여, 음불잠양(陰不潛陽)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병증. 간양편왕(肝陽偏旺)이라고도 함. 임상에서 눈앞이 아찔하고 현기증이 나며, 얼굴이 붉어지고, 안화(眼花), 이명(耳鳴), 설홍(舌紅), 맥현세삭(脈弦細數)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치료법은 자음평간잠양(滋陰平肝潛陽)시켜야 한다.
-출처 : 경희대학교, 동양의학대사전(1999)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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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의 중기의 변증 유형 비허(脾虛)에 대한 설명

[병증] ① 비의 음양이 부족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병증. 대부분 음식실조(飮食失調), 한온부적(寒溫不適), 우사(憂思), 노권과도(勞倦過度), 혹은 오랜 병으로 비가 손상된 경우에 발생하는데 임상에서는 소수(消瘦), 면황(面黃), 사지핍력(四肢乏力), 소화불량(消化不良), 식욕부진(食欲不振), 장명(腸鳴), 변당(便▲) 혹은 설사(泄瀉), 부종(浮腫), 변혈(便血), 붕루(崩漏)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② 비기허(脾氣虛)를 이르는 말.

-출처 : 대한한의학회 표준한의학용어집 2.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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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의 말기의 변증유형 신허(腎虛)에 대한 설명

[병리] 신정부족증, 신기허증, 신기불고증, 신음허증, 신양허증, 신음양양허증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신기허증을 이름. =신허증(腎虛證).

-출처 : 대한한의학회 표준한의학용어집 2.1(2021)

출처 : [한의표준진료지침-파킨슨병] 내용 중 일부

4. 치료
1) 의학적 치료 개괄

파킨슨병의 초기치료는 레보도파(levodopa) 및 도파민 촉진제(dopamine agonist), MAO-B 억제제(MAO-B inhibitor)등이 최초 선택 약물이 되고, 그 외에 아만타딘(amantadine)이나 항콜린제제 등을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레보도파의 장기간 사용 등과 관련하여 이상운동증상 등이 발생하게 되면 레보도파 외에 부가적인 도파민 촉진제나 MAO-B 억제제, 엔타카폰(entacapone) 등을 복용하고, 간헐적으로 아포몰핀(apomorphine)주사치료를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아만타딘을 사용하고, 서방형 레보도파의 투여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수술적인 치료로서 뇌심부자극술(시상하핵 혹은 담창구)의 경우 파킨슨병의 운동증상 및 진행된 파킨슨병의 관리를 위해 효율적인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물리치료와 운동요법의 경우 파킨슨병 환자에게 중등도 이상의 이득이 있음이 보고되고 있으며, 가정에서 시행되는 균형과 근력운동 프로그램이 파킨슨병 환자의 낙상을 방지하는 데 유의한 효과가 있어 활용되고 있다. 식이의 측면에서, 파킨슨병 환자는 저작이나 연하의 장애 및 음식 준비의 어려움 등으로 인하여 영양학적으로 불량하게 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적절한 식이(식이섬유와 충분한 수분, 칼슘 등이 풍부한 영양학적으로 고르게 구성된 식단) 및 비타민 보충제 등을 통해 관리되도록 하고 있다. 파킨슨병 환자의 식사는 도파민제제의 흡수를 고려하여 도파민 투여 전 1시간 혹은 투여 후 1시간에 식사를 하도록 권장하며, 오심증상이 있을 경우 저단백식사를 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한의사는 의과 전문의약품 처방권이 없음에도 한방 진료지침 앞부분에 levodopa, dopamine agonist, MAO-B inhibitor, amantadine,entacapone 등 의과 파킨슨병 치료약을 굳이 기술하고 있다. 심지어 뇌심부자극술(DBS) 치료도 언급하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파킨슨병 치료약 이외에 한방 치료를 언급하지 않는다. 의약품 처방 시 한약을 추가하는 것은 의학적 근거가 없어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출처 : [한의표준진료지침-파킨슨병] 내용 중 일부

2) 한의학적 치료 개괄
[금궤요략]에서는 제19장의 '趺蹶(부궐)'병에서 파킨슨병의 연원을 찾아볼 수 있다. 부궐병은 '앞으로는 나아갈 수는 있는데, 뒤로 물러서는 것은 안 된다'고 정의하며, 이것은 제자리에서 꼼짝 못하는 증상의 표현으로 파킨슨병의 동결걸음(freezing of gait)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후 17세기 초, 명나라 왕긍당(1549~1613)에 의하여 1604년에 출간된 [證治準繩(증치준승)]에서 '顫振(전진)'이라는 항목으로 '떨림'이 독립적으로 다루어져, 본격적으로 파킨슨병 범주의 임상의학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의계는 서기 3세기경에 장중경이 저술한 [금궤요략]에 趺蹶(부궐)이란 병이 씌여 있는데 이것이 파킨슨병에 관한 기록이라고 주장한다. 

서양에서는 1817년 영국 의사인 James Parkinson에 의해 처음으로 파킨슨병을 보고했다.

한의계는 서양의학보다 무려 1,500년 먼저 파킨슨병을 발견했음에도 어찌하여 이 정도에 그치고 있을까? 17세기 초 [증치준승(證治準繩)]에서도 떨림을 언급했다고 하는데, 이 지침에서 밝힌 근거수준이나 권고등급을 살펴보면 참으로 진보가 더디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의학계는 파킨슨병은 운동 증상 외에도 다양한 비운동 증상을 보이며, 이는 도파민 신경세포 뿐 아니라 세로토닌(serotonin), 아세틸콜린(acetylcholine),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등을 생성하는 신경세포를 비롯한 다른 신경세포의 소실도 심하게 동반되는 것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세포 단위의 이상까지 규명했다. 의학 지식을 기반으로 레보도파 투약 그리고  수술적 치료를 비롯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했다. 의사에게 적절하게 치료를 받은 파킨슨병 환자는 여명 차이가 많이 줄었다. 파킨슨병 환자의 약 10%는 임상 경과가 매우 양호하며, 10년 이상 파킨슨병 증상 악화 없이 잘 생활하기도 한다. 

출처 : [한의표준진료지침-파킨슨병] 내용 중 일부

파킨슨병의 치료에 한약처방은 보신(補腎), 익신(益腎), 보음(補陰), 자음(滋陰) 및 양간(養肝), 운동항진의 억제인 평간(平肝), 혈액순환의 활혈(活血), 통락(通絡)과 활락(活絡), 떨림을 진정시키는 평전(平顫),정진(定震) 정전(定顫), 억전(抑顫), 지전(止顫), 지경(止痙), 항진(抗震) 및 식풍(熄風), 근육을 풀어주는 소근(疎筋) 서근(舒筋), 서경(舒經) 및 유간(柔肝), 소화기능을 돕는 건비(健脾), 항피로의 보기(補氣), 항스트레스의 청심(淸心) 등의 관점에서 선택하여 치료한다. 

파킨슨병의 침치료는 기저핵을 포함한 중추신경 기능 저하에 대한 직접적인 침구치료의 효과 발현을 기대하기보다, 요배부의 근긴장을 완화시키고, 하지근육기능을 개선시킴으로써 그 유효성을 기대하고 치료한다. 따라서 침구치료는 뇌에 대한 직접적인자극이라기 보다는 움직이는 주체로서의 척추, 관절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여 동결걸음 같은 보행장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경혈을 선택하여 치료한다.

 또한 봉독과 약침시술이 최근 다용되고 있으며, 파킨슨병 환자의 기능회복과 삶의 질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덧붙여 항파킨슨 제제의 마도파와 침치료병용시 마도파 단독 사용에 비해 종합파킨슨평가척도 등을 개선시키는 보고가 있어 파킨슨병에서 양방치료에 한약물 또는 침치료를 결합한 통합의료는 기존의 양방 단독 적용 보다 유의한 측면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약 처방이나 침 치료는 고대의 한방이론 그대로다. 하지만 치료원리는 의학적 증상분류나 신경해부학 지식으로 설명하다가 드닷없이 의과 치료에 한약이나 침 치료를 추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무슨 근거로 한약 또는 침 치료에 의과 치료를 결합하면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앞서 회장의 머리말에서도 토로했듯이 근거수준이 낮고, 그나마 한국실정과 맞지 않는 중국자료를 이용하였다고 하지 않았나?

출처 : [한의표준진료지침-파킨슨병] 내용 중 일부

Ⅳ. 권고사항 ………………………………………… 51

1. 진단 : C/Low GPP 1건
2. 한약 : B/Very low 3건, C/ Very low 5건,
3. 침 : B/Low 1건 B/Very low 2건 C/ Very low 1건
4. 뜸 : C/ Very low 1건
5. 기공(태극권) :  B/Low 1건 (B/Low 1건)
(4. 진료알고리즘 참조, 권고등급, 근거 수준 표 참조)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파킨슨병] 근거기반 권고등급 ⓒ의협신문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파킨슨병] 근거기반 권고등급 ⓒ의협신문

권고사항에 제시된 바대로 근거수준에 moderate가 하나도 없고 권고등급은 B 등급이 최고다. 알고리즘에서 보듯 초기 특발성 파킨슨병 의심환자의 경우 영상의학적 검사와 도파민 투여에 대한 반응 여부를 고려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는 한의사가 할 수 없는 의학적 진료행위임에도 한방 임상진료지침에 소개하고 있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파킨슨병] 근거수준 분류 ⓒ의협신문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파킨슨병] 근거수준 분류 ⓒ의협신문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파킨슨병] 임상진료지침 ⓒ의협신문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파킨슨병] 임상진료지침 ⓒ의협신문

 

출처 : [한의표준진료지침-파킨슨병] 내용 중 일부

Ⅴ. 파킨슨병 임상진료지침 활용

 2. 한계점 및 의의
이번 최종인증판을 발간하면서, 2017년 초판과 동일하게 다음과 같은 한계점이 인식되었다.
- 파킨슨병에 대한 근거자료 대부분이 중국에서 연구가 진행된 자료로 한국 현실에 맞는 파킨슨병한의치료 특성을 반영하여 권고안을 도출하기가 어려웠다. 
- 국내외 연구경향을 살펴본 결과 증례보고 연구는 많이 하는 반면, 대규모 무작위 배정 임상연구는 많이 실행되지 않아, 근거수준이 높지 않은 것이 문제점으로 인식되었다.
- 단일치료보다 복합치료의 연구가 많이 실행이 되어 단일치료에 대한 효과 크기를 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 진료지침개발그룹과 자문그룹에 환자 대표가 참여하지 못하여, 본 지침에 대한 환자의 관점과 선호도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 한의 중재의 병용요법이 가지는 건강상 편익, 위험요인 등에 대한 근거문헌이 부재하며, 특히 부작용에 대한 데이터가 명확히 제시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점에 기반하여 본 지침이 활용되는 데 장애요인으로 파악되는 것은 한의 중재의 근거 불충분에 의한 근거수준, 권고등급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과 주된 임상근거가 중국에서 출간된 연구에 기반하여, 국내의 적용가능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파킨슨병 임상진료지침 활용의 한계점 및 의의를 보면 "의료기술의 계속적 발전과 함께 의료행위의 수단으로서 의료기기 사용 역시 보편화되는 추세에 있는바 의료기기의 용도나 작동원리가 한의학적 원리와 접목돼 있는 경우 등 한의학의 범위 내에 있는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이를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돼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 없이 진단이 이뤄질 수 있다면 뇌파계의 개발 및 뇌파계를 이용한 의학적 진단 등이 현대의학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뇌파계를 사용한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아래 자료의 참고문헌은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 중국자료 일색이다. 이것으로 만든 것을 과연 한의(韓醫) 임상진료지침이라 할 수 있을까?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파킨슨병] 참고문헌 ⓒ의협신문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파킨슨병] 참고문헌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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