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시동을 켤 때
생의 안전띠는 매지 않았네
자궁 속 경로를 탐색하려고
팔찌를 채우고 족문을 찍었지만
그저 울음을 터뜨렸을 뿐이네
탯줄을 자르면서 협박해도
이미 타고난 죄를 발설할 수 없어
엉덩이의 푸른 비밀 간직하며 살기로 했네
나, 그 비밀 풀기 위해
구구단을 외고 맞춤법을 익히고
열심히 삶을 인수분해 했지만
신호등 같은 생의 비밀은 풀리지 않았네
아무렇게 벗어놓아도 움이 트는
유월의 숲길을 통과했고
부드러운 흙이 없어
오래도록 아까시 가시를 만지작거렸을 뿐이네
나 이제, 비밀 간직한 채
왔던 길로 돌아가려 하네
내비게이션은 자꾸 경로를 이탈하고
과속방지턱 같은 무릎은
모든 도로를 우회하라 하네
손발 묶고도 모자라
너와 나 사이 비밀 새나가지 못하도록
흉물스런 육신에 환승의 안전띠를 채울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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