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막기 위한 입원인데…위험해져야 입원가능한 모순"

"위험 막기 위한 입원인데…위험해져야 입원가능한 모순"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8.16 19:14
  • 댓글 3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신건강의사회 "자타해까지 속수무책…보호자에 책임 전가 멈춰야"
"탈원화? 퇴원 후 국가책임 치료 지속 체계, 환자 재활 인프라 수반돼야"

ⓒ의협신문
[사진=freepik] ⓒ의협신문

길거리 칼부림 사건과 흉악 범죄가 빈발하며 정신질환 치료·관리 체계에 관한 관심이 제고된 가운데, 의료계에서도 정신질환 환자들의 입원과 치료를 보호의무자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8월 16일 성명서를 내고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범죄 피의자로 수감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편견이 더욱 커지고, 정작 치료가 필요한 분들이 치료에서 더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인권 보호와 병동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성급히 시행됐던 제도들이 도리어 정신질환 조기 발견과 치료를 방해하고 있다"면서 "퇴원 환자들의 재활 및 거주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서 추진된 탈원화 정책은 수많은 환자들이 치료받지 못한 채 사회 곳곳에 방치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입원 치료는 정신적 증상이 악화하기 전 위험을 방지하기 위함인데, 자타해 위험이 확인돼야 이송과 입원이 가능한 현 제도는 중대한 모순과 한계가 있다"며 "현 입원제도로는 자타해 위험이 명확하지 않은 조기 정신증 상태 환자들이 증상이 악화돼 위험해지기 전에 제대로 치료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병식이 없거나 현실적 판단 능력이 저하된 환자들에게는 치료받을 권리가 인권이며, 그 권리를 박탈하고 자유를 줘야 한다는 것은 '무책임하고 공허한 구호'라는 주장이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환자 스스로가 병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 개입이 매우 중요하다. 급성기 증상이 입원과 약물치료로 완화되면 환자 스스로도 병을 인식해 자발적으로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부에 ▲급성기 치료를 위한 입원 병동 지원 ▲사회 즉각 복귀가 어려운 만성질환자의 병내 사회복귀 재활프로그램 인프라 지원 ▲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로 조기발견 및 치료 지원 ▲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로 조기발견 및 치료 지원 ▲퇴원 후 치료지속을 위한 외래 치료 명령 제도 수정 보완을 요구했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와 가족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부양의 책임을 짊어질 수 있는 보호의무자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환자의 돌봄·치료·입원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가족에게 전가하는 것은 지속적인 치료를 어렵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정신질환 환자의 가족들은 신체적·정서적 위험에 처하거나, 환자 돌봄을 위해 자신의 생계나 생활을 희생해야 하는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적절한 조기치료 역시 지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환자의 응급 후송과 비자의 입원 결정 과정, 외래 통원 치료 부담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일 없이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정신보건인력과 소방관·경찰관 등 인력들에 대해서도 △신체적·심리적 안전 확보 △인력 충원 △근무시간 외 수당 지급 △이송 및 입원 과정상 법률적 문제에 보호장치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탈원화는 무작정 병원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벗어난 환자들의 재활과 거주 등 현실적인 문제에 세밀한 준비와 구체적 계획이 필요한 일"이라며 "국가는 환자의 돌봄과 치료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지 말고, 발견과 이송, 재활과 거주에 이르는 인프라 구축을 위한 법과 제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