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계 소송, 대법원은 왜 한의사 손을 들어줬나

뇌파계 소송, 대법원은 왜 한의사 손을 들어줬나

  • 고신정·김미경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3.08.1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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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초음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영향...새 판단기준 인용
한의사 뇌파계 길 열린다? 근거기반 평가작업 필수...갈 길 멀어

ⓒ의협신문
대법원 전경[사진=김미경 기자]ⓒ의협신문

대법원이 뇌파계를 써 치매와 파킨슨병 등을 진단해 온 한의사에 면죄부를 내리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해 있었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한의사 초음파 판결이 반영된 결과로, 향후 유사소송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법원 1부는 한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한의사 면허자격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18일 보건복지부의 상고를 기각하고 해당 한의사의 자격정지처분을 취소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016년 해당 사건에 대해 "원고가 한의원에서 뇌파계를 파킨슨병, 치매 진단에 사용한 행위가 한의사로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A한의사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는 2013년 있었던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뒤짚은 결과였다.

이번 대법원 판단에는 지난해 있었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한의사 초음파 판결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날 대법원은 해당 법리를 인용, 원심의 판단이 앞선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시한 '새로운 판단 기준'에 따른 정당한 결론이라고 봤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통상에 수반되는 수준은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이 한의학적 원리에 입각해 이를 적용 또는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하다는 점이 명백한지 여부를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의외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새로운 판단기준으로 내놓은 바 있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 후 내놓은 설명자료를 통해 "이 사건은 원심의 판단이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시한 판단기준에 따른 정당한 결론이라고 판단함으로써, 뇌파계를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사용한 행위가 한의사로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첫 사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의협신문

다만 이것이 바로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앞선 한의사 초음파 사례와 마찬가지로, 그에 수반되어야 하는 작업들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한의사가 환자에게 일정 비용을 받고 해당 행위를 하려면, 급여든 비급여든 일단 이를 한의과 행위목록에 등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행위목록 등재를 위해서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산하 전문평가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해당 행위가 국민건강을 위해 필요한 일인지 꼼꼼히 평가받게 된다. 안전성과 경제성, 급여 적정성 평가가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같은 이유로 지난해 유사한 결정을 받은 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도 현재까지 이렇다 할 진전 없이 표류하고 있다.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거세질 전망이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어 "한의사가 현대 진단기기인 뇌파계를 활용해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밝혀준 판결"이라며 "정부당국은 사법부의 준엄한 판결에 따라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고, 이를 활성화 할 수 있는 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해 국민의 진료 선택권을 보장하고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법에 근거한 의료인 면허제도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일"이라며 "무면허 의료행위가 만연하게 되어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한의사들이 판결의 의미를 오판해 의과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등 한의사면허 범위를 넘어서는 의료행위를 시도한다면,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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