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다니던 버스를 타고도
승강장을 지날 때마다 기억의 승하차를 반복한다
눈알을 굴리고 또 굴려도
차안此岸의 거리는 낯설기만 하다
돌변한 기러기는
기억 저편으로 날아가 버리고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
환승의 기억을 짜 맞추었을 때
네 명의 식구 모두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방향 지시등은
방향을 잃고 반지하로만 향하고
오답 노트 같은 마을버스는
경도인지장애와 알츠하이머 사이를 왕복한다
사람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은
사람들 사이에서 실종되었다
객지를 떠돌다가 푸른숲에 정착한
감시카메라처럼
사라진 기억은 유년의 숲속으로 회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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