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학 대학 강의 질적 수준 평가...수업 불충분 지적
관련 법 조문 취지 존중...초음파 검사 시행 자격 불인정
우리 대법원, 한의사 초음파 진단 교육 질·수준 판단 근거 어디에?
논리적, 정황적, 경험적 근거 '오리무중'..."이라고 볼 수 있다" 판시
최근 2023년 8월 18일 뇌파계 사용 한의사의 면허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하여 대법원이 보건복지부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에 대하여 즉각적으로 대한의사협회는 "국민 생명과 건강 보호를 포기한 판결"이라며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을 실질적으로 눈감아준 판결에 이어, 의과 의료기기인 뇌파계를 사실상 허용하는 판결을 했다. 의료법 규정에 반하는 취지의 판단을 한 것에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협은 "의료법 제2조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판결을 내리는 과정에서 단 한 번이라도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 의과 의료기기를 사용해 국민과 환자에게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고민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세계신경학연맹(World Federation of Neurology), 국제 파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International Parkinson and Movement Disorder Society), 아시아 오세아니아 신경과학회(Asian and Oceanian Association of Neurology) 등 세계적 학회도 "뇌파계는 한의학적 원리와 관련이 없다"면서 "뇌파검사(EEG)를 포함한 전기생리학적 검사 등은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파킨슨병과 치매의 진단 기준에 있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의학계는 "대법원이 국민건강과 생명을 외면하고 안전과 보호를 포기한 불합리한 판결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해 국민 건강과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 장차 보건의료에 심각한 위해로 돌아올 것"이라며 "이번 판결로 발생할 현장의 혼란과 국민보건상 위해 발생 가능성, 그로 인한 국민 피해가 극도로 우려된다. 그 피해는 온전히 대법원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주도적으로 지키는 의학의 전문가로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판결을 내렸다.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전통의학 체계를 인정하고 있는 인도를 살펴보자.
인도 마드라스 고등법원의 판사는 2023년 5월 말 "AYUSH(Ayurveda, Siddha, Unani and Yoga, Naturopathy 그리고 Homoeopathy를 통칭하는 단어) Doctor는 임산부에게 초음파 진단검사를 시행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라고 판결했다.
인도 법원 판결은 한의사의 뇌파검사 소송을 기각하여 의료계의 비난을 초래하고, 또한 한의사의 초음파 검사에 대한 형사재판 파기 환송심 판결이 며칠 남지 않는 시기에 우리 법조계와 의료계에 많는 것을 시사한다.
인도 마드라스 고등법원 판결 기사
AYUSH Doctor가 임산부에게 초음파 진단검사를 시행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
마드라스 고등법원 S.M. Subramaniam 판사는 2017년부터 법원에 계류 중이던 3가지 법적 청원(AYUSH doctor협회가 자신들이 자격이 있는 초음파 진단 검사자라고 판단해 달라는 청원)을 기각했다.
마드라스 고등법원은 "Ayurveda, Unani, Homeopathy, Siddha 그리고 Naturopathy 과 같은 Indian systems of medicine의 자격 소지자들은 임신한 여성들에게 초음파 검사 또는 초음파 기술과 관련 진단 절차를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다.
소송 과정에서 국가 위원회(National Commission for Indian System of Medicine)는 "BAMS(Bachelor of Ayurveda Medicine and Surgery, 고대 Ayurveda 의술을 배우는 학부 수준의 과정. 전체 과정을 끝내는 데 약 4년 6개월이 걸린다. 현대 의학과 전통적인 아유르베다 공부에 12개월 인턴십이 필요하다. BUMS(Bachelor of Unani Medicine and Surgery)및 BSMS(Bachelor of Siddha Medicine and Surgery) 과정의 강의 계획서에 심전도, 초음파 진단(USG), X선, CT 스캔 및 MRI에 관한 기초를 포함하고 있기에 이들 졸업생들이 초음파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S.M. Subramaniam 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Subramaniam 판사는 "1994년 임신 전 및 출산 전의 진단(성 감별의 금지)법에 따라 허가된 사람들만이 초음파 및 초음파 진단을 시행할 수 있다"면서 "Indian systems of medicine 내의 졸업생들은 이 대상이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AYUSH 대학에서 가르치는 심전도, 초음파 진단(USG), X선, CT 스캔 및 MRI에 대한 기본 지식은 불충분 했을 것이고, 1994년 특별 중앙 제정(special central enactment)과 1996년에 이 법에 따라 규율된 법규의 취지 내에서 부여된 자격으로 해석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2017년 이래 고등법원에 계류 중이었던 Tamil Nadu Ayush 초음파검사자협회(Sonologist Association)의 3건의 법적 청원을 기각하는 판결이 내렸는데, 이 협회는 회원 전원이 학위과정을 수료한 뒤에, 초음파에 관한 자격증 과정을 이수했다고 주장하였다.
이 협회는, 성 감별법을 위반하지 않으며 회원들이 임산부에게 초음파 검사 기술을 할 수 있도록 묵인하는 유전자 상담센터, 유전자 실험실, 유전자 클리닉 또는 병원의 등록을 정부당국이 중지시키려는 것을 막으려 했다.
협회는 또한 Indian systems of medicine의 학위 소지자들이, 초음파 검사에 관한 자격증 과정을 필했고, 이 진단 술기를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Subramaniam 판사는 1994년 성 감별 금지법 조항을 인용해 그들의 청원을 거부했다.
인도와는 달리 우리나라 대법원은 2022년 12월 22일 초음파 진단기기로 68회 검사하였으나 자궁내막암(子宮內膜癌)으로 악화된 것을 놓친 한의사에게 무죄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헌법재판소는 종전 수차례에 걸쳐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 내지 초음파 골밀도측정기를 사용하여 진료행위를 한 것이 한의사로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2. 2. 23. 선고 2010헌마109 결정, 헌법재판소 2012. 2. 23. 선고 2009헌마623 결정, 헌법재판소 2013. 2. 28. 선고 2011헌바398 결정 등 참조). 그러나 헌법재판소 결정 당시와 비교할 때 최근 국내 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 포함)은 모두 '진단학'과 '영상의학' 등을 전공필수 과목으로 하여 실무교육이 상당히 이루어지고 있고, 한의사 국가시험에도 영상의학 관련 문제가 계속 출제되어 왔으며, 매년 그 교육정도가 심화되고 출제비율도 증가하는 등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한 의료행위의 전문성 제고의 기초가 되는 교육제도·과정이 지속적으로 보완·강화되어 왔다"라고 지적했다.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에 관한 교육의 질과 수준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확하고 근거수준 높은 과학기술 논문 인용색인(Science Citation Index)이나 한방 교과서 인용 문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초음파 진단기기의 사용에 관한 전문성 또는 오진 가능성과 관련하여 그 사용으로 인한 숙련도와 무관하게 유독 한의사에 대해서만 이를 부정적으로 볼 만한 유의미한 통계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한의사의 경우에만 일률적으로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취급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없는 해석"이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또한 "피고인은 공소외인의 자궁 부위에 관한 초음파 영상을 관찰하고, 환자에 대해 기체혈어형(氣滯血瘀型) 자궁 질환[석가 내지 장담(腸覃)]으로 변증(辨證)하였다"라고 판시했다.
수 십년간 연구결과가 있다면, 한방의학 학회지에 변증소견과 초음파 영상과의 관계에 관해 많은 논문이 실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논문은 찾을 수 없고, 오히려 팔강변증(八綱辨證)이 학문적으로, 임상적으로 미흡(未洽)하다는 점을 자인(自認)하는 논문을 찾아볼 수 있다.
다시금 인도 법원이 제시한 기각 근거를 살펴보자.
S.M. Subramaniam 판사는 'Bachelor of Ayurveda Medicine and Surgery, Bachelor of Unani Medicine and Surgery, Bachelor of Siddha Medicine and Surgery 과정의 강의 계획서에, 심전도, USG, X선, CT 스캔 및 MRI에 관한 기초를 포함하고 있기에, 이들 졸업생들이 초음파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는 National Commission for Indian System of Medicine의 주장을 배척했다.
Subramaniam 판사는 "1994년 임신 전 및 출산 전의 진단(성 감별의 금지)법에 따라 허가된 의사만이 초음파 및 초음파 진단을 시행할 수 있다"면서 "Indian systems of medicine 내의 졸업생들은 이 대상이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AYUSH 대학에서 가르치는 심전도, 초음파 검사(USG), X선, CT 스캔 및 MRI에 대한 기본 지식은 불충분할 것이고, 1994년 특별 중앙 제정(special central enactment)과 1996년에 이법에 따라 규율된 법규의 취지 내에서 부여된 자격으로 해석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이처럼 인도 법관은 전통의학 관련대학의 강의에 관한 질적 수준을 평가해 그 수업의 불충분함을 지적했으며, 관련 법 조문의 취지를 존중하여 그들의 초음파 검사 시행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처럼 논리적, 정황적, 경험적 근거를 확실히 제시하지 않은 채 "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간주하지도 않았다.
인도의 전통의술 체계인 AYUSH를 간략히 살펴보자.
인도 전통의술 체계 AYUSH
'Indian Systems of Medicine'은 인도에서 기원한 전통의료 시스템과 외부에서 인도로 건너와 인도문화에 동화된 의료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는 이 분류에 Ayurveda, Siddha, Unani and Yoga, Naturopathy 그리고 Homoeopathy 등 6개의 'systems of medicine'을 인정하고 있다.
Ayurveda
아유르베다는 인도의 전체론적 전통의료(holistic traditional medicine)체계이다. Mahabharata에서 처음 언급된 이후 최소 5,3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Yoga
요가는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정신적 상태를 다루는 통합적 의료체계이다.
Unani
이것은 그리스와 중동에서 유래된 의료 체계이다. 아랍인들에 의해 인도에 전해졌고 몽골의 페르시아 침략 이후 우나니 의료체계의 일부 학자들과 치료사들에 의하여 발전했다.
Siddha
Siddha 의료체계는 아유르베다와 매우 유사한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남부적인 함축의미를 지닌 아유르베다로 이해할 수 있다.
Homeopathy(동종요법)
Homeopathy은 17세기 중반과 18세기에 독일의 의사였던 Samuel Hanemann 박사에 의해 시행되었다. 동종요법은 면역학적 기억(immunological memory)과 물의 기억(memory of water)의 법칙과 약리학적 측면과 질병의 유사성에 기초한다.
질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약물을 사용하여 초기에는 병적 상태를 일으키거나 악화시킨 후에 병적 상태를 치료한다. 이 시스템은 1세기 이상 인도에서 시행되어 왔으며 인도 전통의료 체계의 필수적인 부분을 형성하고 있다.
Naturopathy(자연병리학)
naturopathic medicine이라고도 불리는 자연요법은 19세기에 독일에서 시작됐다. 그것은 hydrotherapy에서 발전했다. 이것은 고대의 의료 체계는 아니지만 전통적인 의료를 행하는 일부 치료사들은 때때로 주요한 체계와 함께 이것을 함께 사용한다.
인도 전통의료에 대하여 연구한 최근 논문을 간추려 소개한다.
인도정부는 이 다양한 전통 의학을 통합하여 아유쉬(AYUSH : 표1 아유쉬 개념 참고)로 명명하고, 2014년부터 아유쉬부처(The Ministry of Ayush)를 통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전통 의학사의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변혁의 국면인 아유쉬 정책을 통해 인도 전통 의학의 현대화와 세계화가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통의학의 세계화는 현대적 전문화를 거치지 않고서는 성공적일 수 없을 것이다.
성공적인 세계화의 선제조건으로서 우선 전통의약의 철저한 과학적 검증을 통해 약제화와 표준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에 기반한 체계적 교육으로 양성된 전문가의 활동이 세계화의 근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정책에 있어서 방향성과 질을 좌우하는 힌두 문화민족주의 노선의 과도한 개입에 대한 근본적 반성이 쇄신이 가장 필수적 과제로 보인다.
아유쉬 부의 발전
현 인도 정부의 전통의약 규제관청인 아유쉬 부(Ministry of Ayush)는 7가지 전통의학을 아유쉬라는 개념으로 통합하여 전통의약 부처를 운영하고 있다. 인도 정부가 전통의약을 제도화하려는 노력은 이미 1946년부터 시작됐다. 의료부분 발전을 위한 위원회를 설치하고 제3차 5개년 계획에 따라 1961~1966년 아유르베다 학위과정을 설치하였다. 그리고 아유쉬 부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인도의약 및 동종요법부처(ISM&H)는 1995년 보건복지부 산하 부처로 설립되었다.
2022년 현재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은 아유쉬 부의 정책을 인도의 보건의료정책뿐 아니라 바이오산업의 핵심에 두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 이후 COVID-19에 대한 의료정책은 아유쉬 부에서도 중요하게 담당하고 있다.
아유쉬 정책에 내재된 힌두화의 요소들
아유르베다의 표준화와 제약화가 엄밀하게 선행되지않은 채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성급한 상업화는 인도 전통 의학의 발전이 아닌 심각한 퇴행으로 이끌 수 있다.
그렇다면 현 인도 정권이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이끄는 아유쉬 정책에 있어서 생명을 담지하는 의학 개발의 도덕률이라 할 수 있는 엄밀한 과학적 검증과 의학처치가 이뤄지고 있을까?
일종의 시험대가 되었던 지난 COVID-19에 대한 아유쉬부의 대처는 인도 자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의 비판과 조롱을 받게 되었다.
현 아유쉬부의 요가 분야를 이끄는 람 데브(Ram Dev)는 요가시위 및 선거운동을 통해 모디의 BJP 정당이 2014년 집권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 힌두뜨바 정치인이다. 대중적인 요가지도자이자 아유르베다 관련 제품 회사인 파탄잘리(Patanjali)의 대표로서 그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은 지대하다. 람 데브는 자회사의 파탄잘리 아유르베다 약물이 코로나를 100% 치료한다는 허위 광고를 하고, 동종요법과 서양의학이 오히려 환자들을 악화시켰다는 비방을 함으로써 2022년 8월 18일 델리고등법원에 의해 제지를 받기까지 했다. 그는 이미 코로나로 고통받는 인도 국민에게 산소호흡기에 의지하지 말고 요가호흡을 할 것이며, 함께 모여 요가수행을 하면 치료된다는 망언을 하여 공분을 샀다. 심지어 인도의 한 공무원은 아유르베다 전통에 따라 코로나에 소 오줌이 특효라면서 국민에게 먹이기도 했다. 게다가 모디 총리는 공개적으로 힌두교의 신 가네샤가 이미 고대에 성형술을 시행했을 정도로 아유르베다의 과학성이 고대적이라고 공언했다. 이러한 인도 정부의 비상식적이고 비과학적인 태도는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되었다. 우려과 비판의 시선은 세계뿐 아니라 인도 자국에서도 매우 높아, 인도 의학계는 힌두문화민족주의와 결합하여 여과없이 쏟아지는 사이비 전통 의학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인도 의사협회(India Medical Association)는 이러한 혼합의학에 대해 강력히 반대를 표명하지만 아유쉬 정책의 노선은 변함없어 보인다. 다양한 의학의 무분별한 혼합은 기존 전통 의학들의 발전을 오히려 퇴행시킬 위험성이 있다.
이 논문은 인도 정부가 전통의료체계의 치료를 널리 보급하려는 다양한 정책 과정에 여러 문제점이 있음을 잘 밝히고 있다.
인도의사협회도 전통의료 체계에 대한 힌두문화 민족주의적 지원과 동시에 비상식적이고 비과학적인 태도에 관해 문제점과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YUSH doctor협회는 자신들이 졸업한 전통의료 대학에서 초음파 등을 배웠다며 임신부에게 초음파 진단을 허용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인도 법원은 이에 대해 마침내 현명한 판결을 내렸다.
인도 법원의 판례를 통해 제시한 법리와 취지가 한국 국민의 소중한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데 올바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