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적 '의료·학문 체계' 뒤흔드는 초음파·뇌파계 판결 

이원적 '의료·학문 체계' 뒤흔드는 초음파·뇌파계 판결 

  • 김강현 의협 정책자문위원(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8.2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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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장비 안전하지만 진료 위한 교육·수련 부재 시 '오진' 위험
검사 장비 활용하려면 적법한 교육·자격 시스템 갖춰야

대법원은
대법원은 "한의사가 한방의료행위를 하면서 그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이를 사용하는 것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진단의 보조수단'이라는 개념은 한의대 교수의 논문에서도 보이지 않을만큼 보편적이지 않다. 진단의 보조수단 여부는 보건위생상의 위해 발생과의 관련성을 주장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의협신문

대법원의 한의사 초음파 판결(2016도 21314, 2022년 12월 22일 선고)과 한의사 뇌파계 판결(2016두51405, 8월 18일 선고) 등 의료법이 규정한 이원적 의료체계를 뒤흔들고, 의학의 학문적 독보성을 부정하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관련 법령 제정 시점부터 이후에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예측하여 명확히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법 제정 당시에는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기에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법령을 명확히 규정하지 못했다. 초음파는 1980년대 초에 들어서야 외국에서 장비를 도입했고, 의사들도 외국 학술자료를 토대로 소수의 대학병원에서 겨우 임상에 적용할 정도였다.

초음파를 비롯한 의과 의료장비는 수 많은 의사들이 진료와 연구를 통해 발전을 거듭했고, 입체 영상·동영상까지 구현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법 제정 당시 이를 명확히 금지하지 못한 상황은 도외시한 채 단지 문언적으로 금지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가 아니다'라는 판결이야 말로 사회통념에 따라 재고해야 할 것이다.
 
한의사의 보조진단 방법에는 초음파 진단기기는 없다. 한방 학술논문에도 초음파 진단기기 명칭조차 없다. 학문적 이론과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출전 : 한방진단방법에 대한 임상적 설정방향연구. 김광중 (대구한의대학교 한의과대학 생리학교실). 동의생리병리학회지 제20권 1호 ,pp. 245 - 256 , 2006 ⓒ의협신문 ⓒ의협신문
출전 : 한방진단방법에 대한 임상적 설정방향연구. 김광중 (대구한의대학교 한의과대학 생리학교실). 동의생리병리학회지 제20권 1호, pp. 245 - 256 , 2006 ⓒ의협신문 ⓒ의협신문
출전 : 한방진단방법에 대한 임상적 설정방향연구. 김광중 (대구한의대학교 한의과대학 생리학교실). 동의생리병리학회지 제20권 1호 ,pp. 245 - 256 , 2006 ⓒ의협신문 ⓒ의협신문
출전 : 한방진단방법에 대한 임상적 설정방향연구. 김광중 (대구한의대학교 한의과대학 생리학교실). 동의생리병리학회지 제20권 1호, pp. 245 - 256 , 2006 ⓒ의협신문 ⓒ의협신문

더욱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는 진단장비 자체로 인해 생기는 것뿐만 있는 게 아니다. 보건위생상 위해는 진단장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를 오판하여 제대로 진료하지 못해 환자의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다른 질병으로 오진해 부적절한 치료를 할 때 발생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의료기기법에 의거하여 의료기기의 사용 목적과 사용 시 인체에 미치는 잠재적 위해성(危害性) 등의 차이에 따라 체계적·합리적으로 안전관리를 할 수 있도록 등급을 분류·지정하고 있다. 안전성·유효성 평가와 허가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야 출시가 가능하다.

심전도 검사를 배우지 않은 한방수련의가 임의대로 심전도 파형을 판단하고,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내린 결과로 인해  제때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가 사망한 사례가 있다. 심전도 오진 사망 사례는 검사장비 자체의 위해가 아니라 검사 결과의 오판으로 인해 발생한 보건위생상 위해가 얼마나 위험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너무나 사변적이다.

아무리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하더라도 실제로 실험을 하거나 제작해 적용하면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인체에 적용하는 의약품과 의료기기는 과학적으로 설계한 안전성·유효성 평가를 동물실험과 임상실험을 거쳐 검증한 이후에야 사용할 수 있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검증을 통과한 의약품과 의료기기라도 사용과 처방은 자격을 갖춘 전문가에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좌지우지하는 의료용 검사장비 역시  반드시 적법한 교육시스템과 자격검증시스템을 거쳐야 한다.

학문적 원리가 다르고, 교육시스템과 자격검증시스템을 거치지 않은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은 일반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Chinese traditional medicine'의 한 분파인 한의학으로 진료하는 한의사에게 적법한 교육과 인증받은 수련 그리고 국가적 검증 없이 단지 법리만으로 의과 검사를 허용하는 사법적 판결은 삼권분립을 뛰어넘어 입법권과 행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 판결로 인해 발생하는 국민건강의 폐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한민국 대법원 판결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 의학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전통의학 전략(WHO Traditional Medicine Strategy 2014-2023)

WHO의 전통의학 전략은 회원국들이 전통 및 보완의학(T&CM)과 관련하여 자체적으로 국가 상황을 결정한 다음,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는 정책·규정·지침을 개발하고 시행토록 하고 있다. 회원국들은 다음의 세 가지 전략 분야에서 활동을 조직함으로써 이러한 도전에 대처할 수 있다.

1. T&CM의 역할과 잠재력을 이해하고 인식하는 적절한 국가 정책을 통해 T&CM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지식 기반을 구축한다.
2. T&CM 교육 및 훈련, 기술 개발, 서비스 및 치료를 통해 제품, 치료행위 및 치료사(practitioner)를 규제함으로써 T&CM의 품질 보증, 안전, 적절한 사용 및 효과를 강화한다.
3. 건강 서비스와 건강 결과를 개선하기 위해 잠재적 기여를 활용하고, 이용자가 자가 건강관리에 대한 정보에 입각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T&CM 서비스를 보건 서비스 제공 및 자가 건강 관리에 통합함으로써 보편적인 건강 보장을 촉진한다.

WHO 전통의학 전략 두 가지 핵심 목표

건강 및 공공 의료 그리고 사람 중심의 의료 돌봄에 대한 T&CM의 잠재적 기여를 활용과 생산물, 치료 그리고 치료사를 통제함으로써, T&CM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사용을 촉진하는 회원국들을 지원하는 것.
이 목표들은 다음의 3가지 전략적 목표를 수행함으로써 달성될 것이다
1. 지식 기반의 구축과 국가 정책을 수립
2. 규제를 통한 안전, 품질 그리고 효율성의 강화 
3. T&CM 서비스와 자기 건강 관리를 국가 보건시스템에 통합하여 보편적 보건 보장 촉진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진단용 의료장비의 검사 수행에 관한 자격이나 면허 관리와 통제는 엄정해야 한다.

형법에서 '사회통념'은 상식과 같은 단어로 쓰이는 경향이 있다. 법문에서는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결론을 설명할 때 주로 쓰는 관용어다.

초음파는 과학과 의학의 종합적 결정체로 신체 대부분을 진단할 수 있는 의료장비다. 질병마다 부위마다 전문과 마다 초음파를 다루기 위해 갖춰야 할 전문지식의 양과 깊이는 상당하다.

대법원 판결에 등장한 한의사는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총 68회(12일마다 1회 정도)나 복부 초음파 검사를 하며 침과 한약 등 한방치료를 했음에도 환자의 상태는 자궁내막암으로 악화됐다. 한의사는 통상적인 대한민국 의사 즉 산부인과 전문의 또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보다 교육 수준, 수련의 질과 양 그리고 의학지식에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를 사법부가 부정하는 것은 사회통념에도 어긋난다.

처음 전자공학·기계공학적으로 개발·제작한 기계를 인체의 질병을 진단하는 데 이용하려면 전문가인 의사가 그 기계에 의해 생성한 영상·파형·소리 등 여러 데이터를 분석해 기존 질병의 생리적·병리적 상태와 비교 분석하는 과정을 거친다.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영상·파형·소리에 의학적 의미를 부여하고, 장시간 수 많은 진료 자료를 축적해 객관적인 결과를 만들어 낸 이후에야 진단용 의료기기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자기공명영상(MRI) 이미지를 처음으로 만들어 환자에게 검사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무슨 질병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의사는 의학적 지식과 기존의 진단 검사 등을 토대로 뇌종양·뇌혈관기형·뇌농양 등을 예상할 것이고, 기타 임상적 징후나 증상을 근거로 투약 또는 수술을 통해 이 이미지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MRI의 물리학적 특성을 고려하여 점차 이런 영상은 대체로 뇌농양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의학에는 100% 확진은 없기에 영상의학적 추정진단 1순위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이런 진단을 하는데는 일반인이 사진을 보듯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임상적 징후·증상 그리고 여러 진단검사 결과를 같이 고려하는 것이다. 수술 결과, 이 환자는 뇌농양으로 밝혀졌다.

뇌병변 환자의 자기공명영상(MRI) 이미지. 임상적 징후·증상 그리고 여러 진단검사 결과를 같이 고려한 결과, 이 환자는 뇌농양으로 밝혀졌다. ⓒ의협신문
뇌병변 환자의 자기공명영상(MRI) 이미지. 임상적 징후·증상 그리고 여러 진단검사 결과를 같이 고려한 결과, 이 환자는 뇌농양으로 밝혀졌다. ⓒ의협신문

대법원은 "의료기술의 계속적 발전과 함께 의료행위의 수단으로서 의료기기 사용 역시 보편화되는 추세에 있는 바 의료기기의 용도나 작동원리가 한의학적 원리와 접목돼 있는 경우 등 한의학의 범위 내에 있는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이를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의료기술의 발전은 현대의학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유전자 분석 진단기법과 유전자 가위로 유전자 조작의 수준에 이를 정도다. 

반면 한의학은 물론 중의학·동양의학에서 이에 비견할 정도의 획기적 진단기기는 눈에 띄지 않는다. 

대법원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돼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 없이 진단이 이뤄질 수 있다면 뇌파계의 개발 및 뇌파계를 이용한 의학적 진단 등이 현대의학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뇌파계를 사용한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의료기기의 성능은 본연의 목적 즉 진단용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정밀도·특이성·감수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는 의사의 지식 그리고 수련의 질과 양이 충분해야 한다. 의사의 능력이 미흡해 오진한다면 그 폐해는 피할 수 없다.

대법원은 "의료행위의 전체적인 경위·목적·태양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지 한의학적인 용어가 환자에게 생소한 점 등을 이유로 한의사가 진단 및 설명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서양의학적 용어를 일부 사용한 사정만으로 한의사의 의료행위가 한의학적 원리에 의하지 않았음이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일상대화에서 사용하는 단어나 말투에 따라 오해 혹은 감동을 받을 수 있다. 하물며 환자의 건강과 생명에 관해 설명할 때 자신의 전공분야가 아닌 서양의학 용어를 해 자궁 내 이상이 발생한 궁박한 처지의 젊은 여성환자에게 자궁내막암 발생 등 질병의 예후에 관한 오인과 오해를 조금도 유발하지 않았다고 명백히 말할 수 있을까?

대법원 초음파·뇌파계 판결은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고,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 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8다217974 판결)'는 판례와도 상충된다.

대법원은 "한의사가 한방의료행위를 하면서 그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이를 사용하는 것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진단의 보조수단'에 초음파 진단기기는 없다. 한방진료에서 초음파 진단기기를 널리 사용하고 있다면 한방 학술논문에 진단기기 명칭조차 없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진단의 보조수단 여부는 보건위생상의 위해 발생과의 관련성을 주장하기 어려워 보인다.

2022년 9월 22일 한의신문은 '현대 진단기기 못쓸 이유가 없다'는 기사를 실었다.

김강현 의협 정책자문위원(KMA <span class='searchWord'>POLICY</span> 특별위원회 위원) ⓒ의협신문
김강현 의협 정책자문위원(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은 불법이다. 의과의료기기 불법 사용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면서 "초음파 영상 판독은 현대의학의 전문지식과 영상의학적 지식과 검사 기법을 유자격자에게 적법하게 배우지 못하고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치료로 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자 한의계는 "[동의보감]으로만 진료하라는 식의 주장"이라며 "스마트폰 대신에 봉수대를, 자동차 대신에 우마차를 이용하라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한방의 하소연처럼, 요금을 완납한 소비자 지위으로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것은 하등 문제가 없다. 한의사가 우마차 대신 자동차를 타는 것은  승객의 지위에서 운임만 지불하면 되는 것이다. 즉 의협 주장의 본질은 한의사도 환자의 지위로 의사가 검사하는 의료기기로 진료를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의사가 독학으로 운전을 배웠다고 주장하면서 면허 없이 차량을 운전하거나, 차량 정비 자격증 없이 수리업을 하는 것은 위험하고, 위법인 것이다.

한의사가 의사면허 없이 "의료인이라면 누구든지 사용가능한 기기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궤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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