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잠금장치를 풀고 숲으로 들어간다 비탈에서 겨우 제 몸을 지탱하고 있는 고사목 한 그루, 달빛에 반짝이고 있다 그곳엔 밤의 수런거림도 아침의 분주함도 없다
숲속엔 CCTV가 무성하다 야생의 숨소리도 새들의 두런거림도 들리지 않는다 사나운 가지도 따뜻한 둥지도 없다 깜박이는 불빛이 벌거벗은 병실을 비추고 있다
푸른 숲에 가냘픈 파동이 인다 악몽과 혼돈에 시달린 나무가 창문으로 머리를 내민다 말라비틀어진 몸통으로 요양원 밖 세상을 엿본다
숲 밖은 또 다른 밀림이다 나무는 감시의 눈을 피해 이파리를 살랑거린다 불을 끄면 잠들 수 없는 고사목 한 그루, 달빛 인형을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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