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위생상 위해 우려 없이 진단"? 대법원 전제 틀려
한의계, 일본의사 책 번역 [한방순환신경내과학] 교과서 표방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2006년 보도자료는 심근경색증 환자의 심전도를 제대로 보지 못한 한의사의 의료과실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사망한 사건을 소개하고 있다.
[사례2] 심근경색증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여 사망한 건
- 김모씨(남, 59세)는 오후 8시경 발한 및 흉통이 나타나 오후 9시 40분 경 한방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여 심전도 검사를 받았으며, 이상 없다는 소견을 받고 병실로 이동함.
- 오후 11시 45분 경 갑자기 혈압과 호흡수가 떨어지고 동공반사도 저하되어 심폐소생술을 받고 청구외 병원으로 전원 하던 중 사망함.
▶심전도 검사 결과지를 재판독(再判讀)한 결과, 급성심근경색증(急性心筋梗塞症)에 해당되는 소견으로 응급으로 관상동맥조영술을 하거나 혈전용해제를 주입하여 관상동맥 재관류를 시도하였더라면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을 것으로 조사되었으나, 심전도(心電圖)검사 결과를 한방(韓方) 수련의가 임의로 판단하고 진심통(眞心痛)으로 진단하여 한방 진료를 시행하다가 증상이 악화되자 양방의사와 협진으로 심폐소생술을 하고 청구외 병원으로 전원조치를 한 것으로 확인됨.
▶따라서 한·양방 병원으로 진단상의 많은 제한을 가지고 있었더라도, 정확한 진단을 위하여 양방의사에게 협진을 의뢰하여 혈청 심근효소치와 정밀 검사를 하면서 보존적인 치료를 하거나 응급시술 및 처치를 할 수 있는 병원으로 조기에 전원 조치를 하지 못한 책임이 인정됨.
이 사건은 먼저 심전도 검사를 '누가' 지시했는지, 의료법상 위법성을 따져보아야 한다. 아울러 심전도를 본 '한방수련의'가 "이상 없다"고 임의로 판단했는 데 이에 관한 위법성도 살펴야 한다.
한방수련의는 심전도를 "이상 없다"고 판단하고, 진심통(眞心痛)으로 진단한 뒤 한방치료를 하다가 악화되자 의사와 협진을 통해 전원했다.
한의학 자료에는 급성심근경색증으로 볼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심전도를 재판독한 결과, 급성심근경색증(急性心筋梗塞症)에 해당되는 소견이 나왔다고 하니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렇듯 한의사가 진단 장비를 사용하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
심전도 오진 사망은 "유자격자에게 적법하게 배우지 못하고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치료로 나갈 수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다.
아울러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돼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 없이 진단이 이뤄질 수 있다면"이라는 대법원 전제가 틀렸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소비자원은 '한의약 관련 소비자 유의사항'에서 '응급상황일 때에는 양방학적 진단과 처치가 효과적이거나 적합한 경우가 있으므로 의료기관을 신중하게 선택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한의약 관련 소비자 유의사항
1. 한의사에게 질병 정보를 정확하게 알린다.
2. 한약을 양약과 혼합 복용할 때는 전문가와 상의한다.
3. 한약 처방 시엔느 복용방법과 부작용 등에 대하여 상세한 설명을 요구한다.
4. 한약 복용 후 이상증상이 장시간 계속되거나 투약 후 피로, 위장장애, 황달, 소양증, 소변 변색 등의 이상증상이 나타나면 한약 복용을 중단하고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다.
5. 치료효과만을 강조하는 한의사는 주의한다.
6. 침이나 부항 등의 처치를 받을 때에는 감염에 주의한다.
7. 응급상황일 때에는 양방학적 진단과 처치가 효과적이거나 적합한 경우가 있으므로 의료기관을 신중하게 선택한다.
8. 의료분쟁 발생 시 진료기록부 등 증거자료를 신속히 확보한다.
심전도는 실제로 초음파보다 생체전기학적 특성상 인체에 해가 없고, 상대적으로 검사기법도 간단하다. 해부학적 지식이나 별도로 주의할 점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그러나 심전도의 단순하게 보이는 파형를 보고 제대로 판독을 하는 것은 심장해부학·전기생리학·심장병리학 등의 지식이 충분해야 한다.
심전도는 심근이 각 박동마다 탈분극을 할 때, 피부에서 미세한 전기 신호를 검출하고 증폭시키는 장비다. 휴식기때 각 심근세포들은 음전하를 띠는데, 이 음전하는 Na+과 Ca++의 유입으로 탈분극이 생기고, 이는 이두박근을 수축하게 한다. 심장은 동방결절에서 나온 신호가 심실 전체로 퍼지는 탈분극 파형을 보인다. 두 개의 전극에서 측정된 작은 전압의 파형은 곡선의 형태로, 이 파형 즉 P파 QRS복합파 T파 U파가 전체적인 심장의 리듬을 보여준다.
의사는 이 파형을 보면서 ▲심박동수는 얼마인가? ▲리듬이 규칙적인가?(P-P 간격, R-R 간격을 측정하여 규칙적인지 확인) ▲P파의 모양이 어떠한가?(P파의 존재 여부, 형태, 크기, QRS 복합파 마다 P파 확인 여부) ▲PR 간격은 얼마인가?(정상범위 or 일정여부) ▲QRS 복합파의 파형은 어떠한가? ▲T파의 파형은 어떠한가? ▲QT interval은 얼마인가? ▲ST segment는 어떠한가?
▲다른 구성요소 및 적절한 중재방법을 평가한다 등의 순서에 따라 판독한다.
이같은 심전도 파형을 보고 급성심근경색증 여부를 신속히 그리고 정확하게 판단해야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가 있다.
게다가 급성심근경색이 막 일어나는 초응급 시기에 심전도 판독을 놓치면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와 시술을 하지 못해 사망의 우려가 매우 커 의사들도 매우 신중하게 판독해야 한다.
심전도는 파형을 보면서 진단하는 것이다. 심전도상에서 분명한 파형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증상이 의심스러우면 즉시 정밀검사 즉 혈액 검사(혈액 내의 효소 및 단백질 수치·혈소판 수치 등을 평가한다. 특히 심근 경색 발생 시 심근 조직 손상으로 인해 효소인 크레아틴 키나제(CK)·크레아틴 키나제-MB(CK-MB)·트로포닌 등의 수치 증가)·심장 초음파(Echocardiogram)·스트레스 테스트·혈관 조영술(Coronary Angiography) 등을 통해 좀 더 정확하게 진단을 내려야 한다. 정확한 진단을 토대로 적절하고 신속하게 혈전용해제·혈관 스텐트 삽입·관상동맥 우회술(CABG) 등을 진행한다.
진심통(眞心痛)은 한방에서 급성심근경색증이라고 하는 질병이다. 대한한의학회 표준한의학용어집 2.1(2021)에서는 진심통 병증은 '매우 위중한 심통. 심장 부위가 발작적으로 터지는 듯이 몹시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며 심하면 땀이 몹시 나고 팔다리는 싸늘해지면서 자남색(紫藍色)이 나타나는 병증을 이른다'고 기술하고 있다.
소비자원 사망 사례에서는 진단 후 2시간 정도 한방치료를 했음에도 심폐소생술을 할 정도로 악화됐다. 한방대학병원 홈페이지 등에서 진심통 환자에 관한 한약·침구 치료 등에 관한 내용을 검색했으나 찾지 못했다.
약 7년 전(2016년 11월 22일) [한의신문]은 전국한의과대학 심계내과학 교수협의회가 새 교과서를 발간했다고 보도했다. 보도 내용은 아래와 같다.
[한의신문] 2016년 11월 22일자 보도
교과서는 총 3권으로 구성됐는데 한국의 한의사가 순환신경학이라는 심계내과학을 학습할 때 한국, 중국, 일본 각각의 전통의학을 반드시 상호 고찰할 필요가 있고 더욱이 국제표준질병사인분류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서양의학 위주의 양방이라는 이름이 더 이상은 남의 학문이 아닌 한의학으로 통합(統合)돼야 할 시대적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이에 총 3권 중 1권은 순환신경내과학의 총론과 증후를 기술하고 2권은 심혈관계의 질환을 설명위주로 기술했으며 3권은 신경계의 질환을 정리위주로 기술됐다. 각 내용에서는 한국 한의학을 중심으로 중국의 중의학과 일본의 한방의학을 참조했으며, 양방(洋方)에 대해서는 일본의 저명서적을 근간으로 했다. 특히 순환기 질환의 진단에는 이학적 소견 외에도 심전도, 흉부X선, 운동부하심전도, 24시간 심전도, 초음파, CT, MRI, PET, RI, 심장도자 등 많은 특수검사가 이뤄지는 만큼 이러한 검사법의 의의와 판독법에 대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는 한국, 중국, 일본의 한방, 양방을 통섭하기 위한 것으로 3권을 서로 연계하는 강의와 학습으로 기초부터 임상까지, 한방부터 양방까지, 한국부터 중국, 일본까지의 이해를 통한 교육과 연구, 진료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 1∼2개 대학에서 이 교재를 사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7년 신학기부터는 전국 교재로 사용될 예정이다.
일본의사(KOMURO Issei/도쿄대학)가 쓴 [신경학] 책자를 번역하고도 뜬금없이 [한방순환신경내과학 2:순환기편]이라는 책이름을 붙이는 것이 적절할까?
목차를 보면 한방에 관한 내용이 전혀 없다. 이런 내용을 집필할 능력도 자격도 갖추지 못해 일본의사의 책을 그대로 번역하여 교과서로 삼았다. 그 강의 수준이나 질은 누가 담보할까?
한의계는 의학을 이른바 양방이라고 자의적으로 애써 부르면서 이는 더 이상은 남의 것이 아니라 한의학으로 통합돼야 한다며 일본의사의 책을 번역하여 자신들의 교과서로 삼아 버렸다. 이런 행위의 학문적 근거는 무엇이고, 학술적으로 올바른 태도일까?
[한방순환신경내과학 3:신경계편]도 일본의사 사사키 쇼오이치(Shoichi Sasaki/도쿄여자의과대학 신경내과학 부교수)의 책을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목차를 보아도 한방에 관한 내용은 없고, 신경과학 그 자체임을 잘 알 수 있다.
한의대 교수들이 자신들의 강의를 위한 교과서를 저술했는데 1권을 제외하고 나머지 2권은 스스로 집필할 수도 없는 다른 분야인 의학(醫學)이기에 일본의사의 책을 그대로 번역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심장학과 신경학에 대한 학문적 이해나 지식의 해석없이 1권의 한의학 책에 그저 2권의 서양의학 책을 끼어 놓은 것이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섞인 것 같다. 이런 [한방순환신경내과학] 교과서가 역할을 그동안 제대로 하여 왔을까?
대법원은 "의약품과 의료기술 등의 변화·발전 양상을 반영하여 전통적인 한방의료의 영역을 넘어서 한의사에게 허용되는 의료행위의 영역이 생겨날 수도 있는 것이다(치과의사의 안면 보톡스 시술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2016. 7. 21. 선고 대법원2013도850 참조)"라는 것과, "각국의 전통의학에 대하여 근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의 체계를 갖추도록 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비추어 한방의료행위의 과학화는 불가피한 시대적 요청이라는 점에서 보더라도 그러하다"고 한 취지와 법리와 전국한의과대학 심계내과학 교수협의회가 한방교과서 집필의 실태를 서로 비교형량(比較衡量) 하면 어떨까?
WHO는 두 가지 핵심 목표에서 "생산물, 치료 그리고 치료사를 통제함으로써"를 언급하고, 다시 "규제를 통한 안전, 품질 그리고 효율성의 강화"를 전략적 목표로 강조하였으며, 'T&CM(traditional & complementary medicine)제품, 치료사 및 자기 관리와 관련된 위해성 설명을 통해 △품질이 나쁘거나, 불량하거나, 위조된 제품의 사용 △자격이 없는 치료사(practitioner) △오진, 진단 지연 또는 효과적인 기존 치료법 사용 실패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신뢰할 수 없는 정보에 대한 노출 △직접적인 부작용, 부작용 또는 원치 않는 치료 상호작용 등 5가지 전통보완의학과 관련된 위해성을 제시했다.
WHO는 전통의학에 대하여 근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 체계를 갖추도록 권고했다. WHO의 권고는 전통의학은 근거중심의학 체계가 미흡하다는 것을 증언하고 있다.
의료기기의 진단검사 자체 또는 기계의 물리학적 특성의 위해성 여부 보다는 그 검사 결과를 제대로 판독하고, 여러 임상 증상과 면밀한 진찰 경과를 검토해 정확한 진단을 내려야 한다.
소중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정확한 진단 능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