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수입 자료 4가지 유형 중 '전문의이면서 봉직의인 경우' 자료만 인용
한국 등 4개 국가만 4가지 유형 제출…미국·일본·콜롬비아 자료제출 안해
의정연 "수입 많으면서 필수의료 기피 비난 및 의대정원 여론몰이 심각" 지적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일부 국책연구기관의 OECD 의사수입 자료를 인용해 마치 한국 의사들의 수입이 OECD 국가 중 최상위인 것처럼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왜곡된 자료만 근거로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의사들의 수입이 OECD 국가 중 최상위라고 보도하면서 의사들이 필수의료나 지역근무를 기피하는 것처럼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물론 의대정원을 늘리려는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만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OECD 의사수입 자료를 '전문의이면서 봉직의인 경우'를 국가별로 비교해 한국 의사수입이 OECD 최상위권이라고 보도했다.
OECD 데이터의 의사수입 자료는 '전문의-봉직의' 이외에도 '전문의-개원의', '일반의-봉직의', '일반의-개원'의 자료를 공개하고 있는데, 한 가지 경우만 인용해 보도한 것.
또 OECD의 의사수입은 환율(US$ Exchange)과 구매력평가지수를 반영한 PPP환율(US$ PPP) 두 가지로 공개하고 있는데, 언론에서는 구매력평가지수가 반영된 PPP환율 위주로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언론보도에 대해 의료정책연구원은 8월 31일 입장문을 통해 "PPP환율에는 생활물가를 비롯한 여러 요인들이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Energy Dependence on Import)가 높으므로 생활물가, 국제유가 가격, 원자재 수입 가격 등이 PPP환율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의 국민 1인당 GDP는 OECD 38개 국가 중 18위로 중간수준에 해당한다"면서 "한국보다 국민 1인당 GDP가 높은 17개 국가는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스위스, 미국,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스웨덴, 독일, 호주, 아이슬란드, 벨기에, 핀란드, 영국, 캐나다, 프랑스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보다 국민 1인당 GDP가 높음에도 의사수입 자료(전문의-봉직의 기준)를 제출하지 않은 국가는 스위스, 미국, 오스트리아, 호주, 캐나다로 5개 국가이며, 한국보다 의사수입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 또한 의사수입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국가"라고 강조했다.
의정연에 따르면 한국보다 의사수입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을 비롯해 콜롬비아, 미국은 의사수입과 관련한 4가지 유형에 대한 어떤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
또 체코, 그리스, 이탈리아, 뉴질랜드, 노르웨이, 슬로바키아, 스웨덴 등 7개 국가는 4가지 의사수입 유형 중 1가지만 제출했고, 의사수입 자료 중 2가지 유형을 제출하는 국가는 19개, 3가지 유형을 제출한 국가는 5개, 4가지 유형을 모두 제출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4개로 나타났다.
의정연은 "전문의-봉직의, 전문의-개원의, 일반의-봉직의, 일반의-개원의 등 4가지 유형에 대해 환율과 PPP환율이 적용된 한국 의사수입의 순위는 각각 8위와 2위로 차이가 컸고, 전문의의 경우 PPP환율을 적용하면 31개국 중 봉직의 2위, 11개국 중 개원의 3위로 나타났지만, 환율을 적용하면 봉직의 8위와 개원의 6위로 모두 중위권 정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의 경우에는 OECD 중하위권으로 나타났는데, 일반의-봉직의는 19개 국가 중에서 환율을 적용하면 9위, PPP환율에서는 8위로 나타났고, 일반의-개원의 경우에는 15개 국가 중에서 환율을 적용하면 14위, PPP환율을 적용하면 11위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또 "언론에서 인용한 전문의-봉직의의 경우 31개 국가에서 제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은 환율로는 8위, PPP환율로는 2위로 그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의정연은 "전문의 중 개원의의 경우 11개 국가가 자료를 제출했으며, 한국은 환율로는 6위, PPP환율을 반영한 경우에는 3위였으며, 일반의 중 봉직의의 경우 19개 국가가 자료를 제출했는데, 이 중 한국은 환율로는 9위, PPP환율을 반영한 경우에는 8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일반의 중 개원의의 경우 15개 국가가 자료를 제출했으며, 한국은 환율로는 14위, PPP환율로는 11위로 나타났다"면서 특정 유형의 자료를 인용해 한국의사들의 수입이 최상이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의정연은 "OECD 의사수입 자료를 자세히 살펴본 결과, 국가별로 의사수입 자료제출 현황이 다르고, OECD 의사수입 자료는 전문의-봉직의, 전문의-개원의, 일반의-봉직의 일반의-개원의 등 4가지로 구분돼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 환율과 PPP환율이 적용된 결과의 차이가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의 전문의-봉직의 경우와 같이 환율을 적용한 결과에 비해 PPP환율을 적용한 결과에서 순위가 높아지는 국가들은 주로 환율과 에너지·비료·농산물 등의 물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 국가들이며, 반대로 환율을 적용한 결과에 비해 PPP환율을 적용한 결과에서 순위가 낮아지는 국가들은 수입의존도가 낮거나 환율에 영향이 적은 국가들"이라며 "언론에서 인용한 의사수입 자료는 왜곡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최근 의대정원 관련 논의 과정에 일부 국책연구기관에서 왜곡된 OECD 의사수입 자료를 발표하고, 언론에서 이를 인용해 '마치 한국 의사수입이 OECD 최상위권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의사들이 필수의료나 지역근무를 기피하는 것처럼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이를 명분으로 의대정원을 늘리려는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지금도 위태로운 건강보험 재정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심각한 부작용만 낳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의대 정원은 미국, 일본, 네덜란드 사례에서 보듯 전문가 중심의 '의사인력 조정 기구' 등을 통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논의·결정하는 것이 사회적 갈등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