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은 모두 가족이고
모두 이방인이다
비슷한 외모와 비슷한 기억으로
비슷비슷하게 길을 잃는다
익숙한 얼굴을 보면
펭수처럼 두리번거리다가
조금만 표정이 바뀌면
펭귄처럼 소리 지른다
소파에 가부좌를 틀고 있는
저 인형
감정을 제거한 로맨스일까
감정을 이입한 멜랑콜리일까
고단한 육신을 의탁하려는 태고의 본능이
여기까지 끌고 왔다
도착 순간부터 떠나기를 희망하지만
스스로 요양원을 떠난 경우는 없다
시름이 깊어 거처를 옮기거나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날 뿐이다
모두가 푸른 숲을 떠나고 싶지만
떠나는 두려움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그들은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닦으며
유토피아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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