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T 많이 한 게 죄인가"·"내 건수·양성률이면 괜찮을까"
'표본조사 아닌 표적조사'…신뢰 훼손·행정부담 성토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 진료비 부당청구 전수조사를 준비하겠다고 밝히자 대규모 조사에 따른 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에 헌신했음에도 전체 의료기관을 상대로 조사한다는 것에 불만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지난 8월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코로나19 진료비 부당청구 표본조사 결과 12곳 중 12곳이 모두 부당청구가 적발됐다"며 전국적인 확대 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동의한다"며 구체적인 확대 조사 계획을 세우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표본조사'가 무색하게 적발된 12곳은 무작위로 추출된 표본이 아니라 애초에 부당청구가 의심되던 곳이었다. 건보공단 지역본부 6곳에서 민원이 많이 접수되고 청구 건수 또한 많은 기관을 각각 2곳씩 선별한 것.
이에 의료계에서는 "표적조사를 근거로 모든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전수조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이 크다. "전수조사를 하는 입장도 당하는 입장도 행정 등 부담이 크다. 전수조사를 하면 조사에 드는 비용 이상의 금액을 환수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특히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없는 무증상자에게 신속항원검사(RAT)를 시행하고 급여를 청구한 적발 사례에 대해 우려가 크다. 하루가 멀다고 코로나19 진료 가이드라인이 바뀌던 혼란 속에서 자신도 알지 못하는 새 부당청구가 되지 않았을지 알 수 없는 탓이다.
A 개원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던 때, 두통만 있거나 무증상이어도 양성이 수두룩했다. 밀려드는 환자들의 감염병 예방과 확산 억제를 위해서라도, 감염으로 의심되는 여지가 있으면 RAT을 시행했다"며 "미열인 경우가 대다수였는데 몇도(℃) 이상이면 급여로 청구하고 몇도 이하면 비급여인지 명확한 지침도 없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의료계 M 커뮤니티에서는 각자 코로나19 진료 및 신속항원검사(RAT) 건수와 양성률을 공유하며 '이 정도면 평균이겠느냐', '1만건 이상인데 실사(현지확인) 대상이겠느냐'를 서로 묻는 글들이 쏟아졌다.
"어떤 날은 양성률이 10~20% 나오기도, 30~50% 나오기도 하는데 어떤 게 평균이냐", "8월 중순에는 양성률이 80% 나왔다", "1인 의원으로 한 점 부끄럼없이 진료를 봤는데 양성률이 20%대, 괜찮을까", "혹시 몰라 문진표와 동의서, 결과지 사진을 모두 찍어뒀다", "조사하러 나왔을 때 코로나19 관련 외 다른 요소에서 꼬투리 잡히지 않게 조심해야겠다" 등 의견이 공유됐다. 방문자가 몰렸던 아동병원이나 호흡기 클리닉 등은 조사에 더욱 큰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이들은 부당청구를 한 일부 의료기관을 지탄하면서도 "비양심적인 일부를 잡기보다 전수조사에 초점을 두는 것은 전형적인 '의사 악당 만들기'다. RAT를 많이 하면 잠재적 범죄자인가"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이어진 처사에 허탈함을 토로했다.
한편 공단 측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 부당청구 확대 조사 일정은 아직 불투명하며, 보건복지부에서 제시하는 조사 지침에 따르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