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내 차례가 왔다
이제 나의 관찰일지를 마무리하려 한다
이것은 예감이 아니라 직감이다
촉탁의는 백세 시대라고 백색 거짓말을 하지만
나는 안다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란 사실을
나는
아늑하고 힘겨운 짐승을 홀로 맞으려 한다
나의 가족도
나의 간병인도
나의 주치의도 없이
홀로 아리랑을 부르며
즐거운 최후를 맞이하려 한다
이승의 나와 저승의 내가
서로 껴안고 어깨춤을 추리라
어서 오라고
왜 이제 오냐며
이렇게 올 줄 알았다고
흥겹게 노래하며
서로의 술잔을 채우리라
먼저 떠난 식구들에게
그리고 나의 육신을 거두어 갈 혈육들에게
가벼운 눈인사를 건넬 것이다
이번 생에서 나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다음 생을 위해
감시카메라는 잠시 꺼 두겠다
[김연종의 푸른요양일지]는 '퇴소'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모두 예순 한 편이 실린 이번 시선은 시인의 눈에 비친 요양원의 현실과 체험의 기록입니다. 시인은 롱테이크 기법으로 첫 편부터 마지막 편까지 시제(詩題)의 끝말잇기 형식을 빌려 서사의 완결을 유지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동안 성원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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