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원칙 재강조…"비대면진료, 대면진료 보조수단"
환자단체, "환자·소비자가 초진 대상 확대 요구?…동의할 수 없다"
정부가 비대면진료를 실시한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라며 의료취약지 범위 휴일·야간진료, 재진 기한 등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가진 한계를 설명했다. 현장 목소리를 이유로 비대면진료 대상을 확대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계는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의 보조수단임을 다시한번 강조했으며, 환자단체는 초진 기준 확대가 환자와 소비자들의 요구라는 점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보건복지부는 14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공청회'를 개최하고 비대면진료 정책 추진 현황 발표 및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실시현황, 시범사업 현장목소리, 향후 계획 등에 관해 발표했다.
발제를 맡은 차전경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시범사업 현장 목소리를 언급하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가진 한계점에 관해 말했다.
차전경 과장은 시범사업 현장 의견으로 ▲의료취약지 범위 ▲휴일·야간진료 ▲재진 기한 ▲재진환자 동일 질환 구분 ▲비대면진료 실시여부 판단 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의료취약지 범위의 경우 현행 보험료 경감 고시에 따른 섬·벽지 거주자가 초진 대상으로 명시됐으나, 현장에서는 '대상 지역 범위가 협소하고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이 낮은 지역이라도 섬·벽지 지역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비대면진료가 불가하다', '거주지에 큰 차이가 없음에도 대상 여부가 달라지는 문제가 있다' 등의 불만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휴일·야간진료에서는 '야간, 휴일에 의료기관이 대부분 문을 닫고 일부 의료기관만 진료하고 환자는 다녔던 의료기관을 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비대면 진료가 원천 봉쇄되는 문제점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재진 기한과 관련해서는 현행 만성질환의 경우 대면진료 후 1년 이내, 기타질환의 경우 30일 이내 대면진료 경험이 있어야 비대면진료가 가능하지만, '30일 기준이 짧아 비대면진료 이용이 어렵다',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은 아니나 지속적인 약 복용이 필요한 경우도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외에도 '동일 질환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 '의사가 의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할 때 비대면진료를 실시하는데 환자가 강하게 비대면진료를 요구할 경우 의료법상 진료거부 금지 규정으로 인해 환자 요청을 거절하기 곤란하다'는 의견이 제출됐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들 안건에 대한 제도개선 가능성, 즉 비대면진료 대상환자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발표 직후 의료계는 다시 한번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가져야 할 중요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 3년간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로 인해 수많은 문제점이 양산됐다. 의료 본연의 가치는 훼손되고 상업적으로 변질됐다"며 꼬집었다.
구체적으로 약사법으로 금지된 전문의약품의 광고가 범람하고 전문의약품을 환자가 직접 선택하는 문제, 불법의료광로로 환자를 유인하는 문제, 의료서비스의 오남용 사례 등을 언급한 이정근 부회장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협과 보건복지부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하기 전 협상한 ▲대면진료 원칙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될 것 ▲재진 화자 중심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 실시 ▲비대면진료 전담 의료기관 금지 등 5가지 대원칙 지켜지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환자 단체는 초진 기준 확대에 대한 환자의 불만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초진 범위 확대가 환자와 소비자 요구라는 점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초진 요구가 환자들의 불만이라기보다 약 배송과 병원급 의료기관이용이 환자들의 요구사항"이라고 전했다.
이어 "3개월 계도기간동안 갑자기 초진이 범위가 좁다는 이유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굉장히 우려스런 부분이 있다"며 "어렵게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시범사업의 내용이 정해지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굳이 꼭 초진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공청회에서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확대해야한다는 주장과 이를 반박하는 의료계의 주장이 대립하면서 작은 소란이 일기도 했다.
권용진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문단 위원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핵심은 사업이 적절한가를 따져보기 위함으로 근거 창출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 돼야한다"며 "의료계와 약계가 비대면진료가 굉장히 위험하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반드시 근거로 입증돼야한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반대만 하지말고 적극적으로 시범사업에 나서 근거 창출을 해달라"고 요구하자,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소아들이 비대면진료를 받다가 사망하면 본인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생각이 있냐"고 반발하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또 산업계에서 코로나19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진료가 3800만건임을 언급, 안전성이 있다는 주장하자, 박근태 대한내과의사회장은 "코로나19 시기 당시에는 의료사고 발생시 국가책임제가 있었다. 안전성이 검증됐다는 말은 틀렸다고 생각한다"며 "100명의 환자를 잘봐도 1명의 환자를 못보면 형사처벌을 받는 세상인데 초·재진 대상을 확대해 1명의 환자라도 잘못되면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나"고 되물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코로나19 감염병 대응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조정되면서 비대면진료 공백기를 막고자 시범사업을 진행중에 있다"며 "시범사업을 하며 여러 우려와 문제 제기가 있어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공청회를 개최했다. 다양한 의견이 있었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