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까지 최필규 초대전 "대규모 아카이빙 전"
극사실 회화·종이 작업·컴퓨터 페인팅·설치 및 영상 등
경기도 평택 'mM미술관' 1·2·3층, 전관 3부작 선보여
서양화가 최필규 화업 40년을 정리하는 대규모 기획전이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1976년작 부터 선보인 최필규 작가의 아카이빙 전시는 mM미술관(경기도 평택 포승읍) 1·2·3층 전관에 걸쳐 평면·미디어·설치작품 등이 장장 2개월 동안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최 작가 초기 작업부터 수십 년간 천착해 온 종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그의 작업 세계를 조명, 작업의 토대에 자리하고 있는 자연주의적 감성과 순환의 정서에 주목한다.
종이를 소재로 한 평면 작업과 자연의 오브제를 활용한 대형 설치 작업을 중심으로, 197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진행해 온 극사실 회화·종이 작업·컴퓨터 페인팅·설치 및 영상 등 작가의 다양한 활동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최 작가의 작업에서 종이는 1970년대 후반의 '구김+찢기' 연작으로 구기고 찢은 종이의 형상을 화폭에 사실적인 재현의 시도로부터 등장한다. 그후 종이는 작가가 어릴 적 경험한 성주대의 창호지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면서 토속적인 삶의 환경과 정서를 포함하는 담지체로서 그 의미가 이동된다.
종이를 둘러싼 작가의 조형적 시도와 토속적 정서의 결합은 시각적 재현과 환영에 대한 관심을 넘어 순환적 우주론으로 나아간다. 이번 전시에서 대나무와 땅의 기운을 전시장에 구현하고 지상과 천상의 세계 사이에 나부끼는 바람을 재현하려는 의지로 나타나고, 생명의 뿌리와 만물의 생장을 상징하려는 작가주의적 지향을 통해 잘 드러난다.
수십 년간 종이작업을 해온 만큼, 그의 작업에서 종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화면을 채우고 구성한다. 종이를 중첩시키고 나열하고 쌓아가면서 구축적인 성격을 보여주기도 하고, 찢어진 종이 조각을 흩트리고 붓질을 가미시키는 유희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처럼 종이를 다채롭게 구성하고 표현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감상이 된다. 이에 더해 종이에 습윤된 정서가 향하는 지점에서 자연의 순리를 이행하고자 하는 성정과 조우함으로써 보다 풍부한 관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평택의 평범한 농촌에서 작가를 있게 한 어린 시절의 향토적 기억과 정서는 작업의 토대가 돼 전시장에 펼쳐진다.
이번 전시를 통해 종이를 매개로 그러한 기억의 원형과 접속하고,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시간의 주름을 펼치면서 동시에 펼쳐진 시간의 주름을 압축해가는 최필규 작가의 작업 세계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 최필규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종이문화재단 종이박물관·뉴코아백화점·일본 센다이총영사관에 작품소장이 돼 있다. 또 경기도 미술대전 초대작가·한국아동미술학회 고문 (2대 회장 역임)·중앙대 서양화과 동문회장·한국미술협회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창고갤러리 관장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