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경력 피부과 교수, 치료 환경 바꾼 결정적 순간?
"필수의료강화 정책 공감하나 피부과 질환=경증 취급은 곤란"
사노피의 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인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 급여 대상이 확대된 지 5개월. 이가운데 듀피젠트가 또 한 번의 급여 대상 확대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주목된다.
듀피젠트는 지난 4월 급여 대상 범위를 넓혔다. 기존 18세 이상 성인에 대해서만 적용해 온 급여 대상 범위를 만6세 이상으로 확대한 것.
하지만 듀피젠트의 적응증 대상 연령이 만 6개월 이상 중등도·중증 아토피 피부염이라는 점에서, 급여 대상에서 제외된 만 6개월 이상 만 6세 미만 적용 숙제가 남았다.
손상욱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장(고대안산병원 피부과)은 14일 [의협신문]과 만나 "6세 이상으로 급여 대상이 확대되면서, 혜택을 받는 환자가 실제로 늘었다"며 "만 6개월 이상(에 대한 급여 적용) 역시 과정 중에 있다. 막바지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취재 결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관련학회에 듀피젠트 급여 대상 확대에 대한 의견 조회를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상욱 교수는 "최근 급여대상 확대 이후, 급여 혜택을 보는 환자 군이 실제로 늘었다"고 확인하며 "향후 대상 확대이 된다면, 더 많은 환자들의 접근성이 향상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토피피부염 치료 환경은 최근 5년간 생물학적제제, JAK 억제제의 등장으로 크게 바뀌고 있다. 생물학적제제가 치료 변화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면, JAK억제제는 이를 더욱 풍부하게 하고 있다.
손상욱 교수는 "24년간 아토피피부염을 진료하면서, 가장 큰 틀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 듀피젠트였다고 본다. 스테로이드연고 처방에서 국소면역조절제로 나아갔던 때 역시 이슈가 됐지만 생물학적제제는 완전히 다른 환경을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듀피젠트 출시는 올해로 5년. 아토피피부염의 근본적인 병리 기전을 표적하는 치료제로, 아토피피부염을 유발하는 주요 사이토카인인 IL-4, IL-13의 신호 전달을 표적해 조절한다.
최근 린버크, 시빈코 등의 JAK 억제제들이 시장을 점유 중인 듀피젠트와의 head to head 임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생물학적제제에서 반응이 없었던 환자군까지 효과성을 입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듀피젠트의 입지는 아직 굳건한 상황. 의료진들의 선택 이유는 뭘까.
손상욱 교수는 "아무래도 JAK억제제보다 듀피젠트가 먼저 출시됐다. 그만큼 환자들에게 익숙하고, 안정성면에서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치료제를 선택할 때 환자와 상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환자가 원해서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인지도가 있고, 신뢰도가 높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임상 연구 데이터 등은 치료제를 선택하는 절대 기준이 아니다. 여러 참고자료 중 하나"라며 "환자의 증상, 선호도,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EASI 점수 외 삶의 질을 급여 적용 기준에 반영하는 데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통증' 등을 우리나라 급여 체계에 넣기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우리나라는 △3년 이상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으면서 △EASI 점수가 23점 이상인 성인 및 청소년 환자 중 △기존에 쓰던 약제에 반응이 없는 경우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
임상현장에서는 EASI 점수 외 삶의 질 등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부위에 대해 급여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손 교수는 "얼굴, 목 등 노출부위에 증상이 심한 환자분들은 중증인 환자보다 삶의 질이 더 나쁠 수도 있다. 이런 점에 공감한다. 치료를 하는 데에도 중요한 요소"라면서도 "가려움증이나 삶의 질 지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했을 때 급여 약제는 관리가 필요한 약제인 만큼 주관적인 지표보다는 객관적인 지표에 근거해 사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정된 재정 내에서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근 정부가 필수의료강화 정책을 하면서 모든 피부질환을 '경증'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 우려 목소리도 전했다.
손 교수는 "다른 질환처럼 사람이 죽고 사는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질환"이라면서 "최근 대학병원이 중증 질환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취지는 좋지만 피부과 질환 전체를 경증으로 취급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피부질환 또한 아토피피부염처럼 난치성인 경우가 많다. 대학병원의 피부과가 위축되면 이러한 난치성 피부질환 환자들은 갈 곳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