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 보험업법 개정안 의결...법 개정 절차 본회의만 남아
의료계·시민사회 연이은 시위에도, 민간보험사·금융위 요구 관철
심평원 중계기관 배제 합의...정보 집적·목적 외 사용 불가 '원칙'
실손보험 청구업무를 의료기관이 대행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 이른바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 심의를 앞두고 의료계와 시민사회가 연이어 장외시위에 나서 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끝내 금융위원회와 민간보험사들의 요구가 관철된 모양새다.
다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정보 중계기관에서 배제한다는데는 정부와 국회 모두 합의가 이뤄진 상황. 아울러 정보전송 요청 미이행에 따른 처벌조항은 없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보험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제 남은 절차는 국회 본회의 의결 뿐, 사실상 법 개정을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현재 환자가 행하고 있는 실손보험 청구업무를 의료기관이 대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환자가 요청한 경우 의료기관이 해당 환자의 진료비 내역 등을 전자적 방식을 통해 중계기관에 전송하고, 의료기관에서 자료를 넘겨받은 중계기관이 다시 이를 각 보험사에 주도록 하자는 게 골자다.
금융위원회와 보험사들은 이를 통해 환자의 보험금 청구 편의가 크게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며, 법 개정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중개업무를 맡게 된 의료계는 물론, 금융위의 주장대로라면 법 개정의 수혜를 받게 되는 시민사회와 환자 모두 법 개정에 강력히 반대했다. 보험사들이 환자들의 개인정보를 악용해 보험 가입이나 갱신 때 불이익을 줄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정보 요청방법과 절차, 전송방식 등의 디테일은 향후 논의과정을 통해 결정될텐데, 일단 중계기관에서 심평원을 배제 한다는데는 합의가 이뤄졌다.
당초 입법안들은 정보 중계기관으로 대부분 심평원을 지목(윤창현·고용진·정청래 의원안)했는데, 국회 과정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송대행기관'에 위탁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는 비급여 정보 집적 등 의료계의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의료계는 공보험의 운영을 지원하는 심평원에서 사보험의 심부름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심평원 중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왔다.
중계기관은 물론 보험사의 경우에도, 관련 정보를 실손의료비 청구 및 지급 업무에만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 후 바로 파기, 집적할 수 없다는 점도 적었다.
개정안은 업무 중 얻은 정보와 자료의 업무 외 사용과 비밀 누설 등을 금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각각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에 정한 처벌 규정은 이 뿐으로, 환자 요청시 의료기관의 정보 전송을 의무화하면서도 이를 위반한 때에 대한 별도의 처벌조항은 두고 있지 않다.
법사위를 통과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이날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함께 상정된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과 이재명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여파로 의사일정이 중단되면서 심사대에 오르지 못했다.
다음 본회의는 25일로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