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국가 당뇨병환자 설문 조사…평균 4개월 < 한국 6개월
"타 합병증 대비 비교적 적은 관심, 별도 수가로 끌어올려야"
우리나라 당뇨환자들이 당뇨병 말초신경병증을 진단받는 시기가 다른 국가에 비해 2달 가량 늦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는 심혈관질환 등 다른 당뇨병 합병증이 우선시되고 있는 현실과 환자 증상을 충분히 살필 수 없는 진료 환경을 원인으로 꼽았다.
당뇨병 말초신경병증(diabetic peripheral neuropathy, DPN)은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 국내 당뇨병 환자 33.5%가 해당 합병증을 겪는다.
이중 43.1%는 통증을 동반하는 당뇨병 말초신경병증(painful diabetic peripheral neuropathy, pDPN) 환자다. 당뇨병 환자 4명 중 1명은 통증을 동반한 당뇨병 말초신경병증을 경험하는 셈이다.
비아트리스 코리아는 2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 이탈리아, 스페인, 말레이시아, 멕시코 5개국 신경병증 통증이 있는 당뇨병 환자 96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서 한국 당뇨환자가 신경병증 통증 진단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첫 증상이 나타난 후 평균 6개월이었다. 전체 국가 평균인 4개월 이내보다 약 2달 가량 늦은 기간이다.
최종 진단 역시 5개국 평균은 6개월 내였던 반면, 한국은 12개월이 소요됐다. 최종 진단받기 전 다른 질환으로 진료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국내 환자의 비중도 61%로, 5개국 평균치(43%)보다 높았다.
전문가의 진단은 타 합병증 대비 비교적 적은 관심과 합병증이 가진 특성에 있었다.
김종화 부천세종병원 내분비내과 과장은 "심혈관질환과 같은 다른 당뇨병 합병증이 더 우선시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환자가 마음껏 증상을 이야기하고, 전문가가 충분한 진단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도 원인"이라고 꼽았다.
여기에 증상 역시 간헐적으로 나타난다. 환자가 통증을 느끼다가 완화되는 시기에 좋아졌다고 착각하기 쉽다는 얘기다. 하지만 문제는 합병증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종화 과장은 "최근 나온 보고서를 보면, 당뇨병 말초신경병증에 의해 자율신경병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다.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이는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는 보고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뇨병 말초신경병증은 보통 당뇨병 전 단계에서 발생한다. 이에 당뇨병이 진단된 이후 조사해보면, 약 3분의 1일이 해당 합병증을 가지고 있다.
김종화 과장은 "당뇨병 말초 신경병증을 좀 더 조기에 진단해 관리해야 한다. 심한 경우, 발에 있는 뼈에 변형이 일어나거나 궤양이 생기기도 한다"며 "궤양은 생기면 잘 낫지 않는 특성이 있는데 심한 경우엔 절단이 필요하다. 절단을 하더라도 치료가 잘 되면 다행이지만 감염이 더 심해져 패혈증이 생기면 이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뇨병 말초신경병증 진단 가이드라인은 1형 당뇨병 환자는 진단 후 5년 후, 2형 당뇨병 환자는 진단과 동시에 선별 검사를 시행한 뒤 매년 검사하도록 권고한다.
선별검사 방법은 모노필라멘트검사-신경검사, 진동감각검사-신경검사, 발목검사-신경검사가 있다. 환자에 증상을 묻는 15개 문항지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이 너무 길어 임상 현장에서 충분한 진단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종화 과장은 "적어도 15∼20분이 걸린다. 문제는 이러한 검사를 했을 때에도 진찰비에 모두 포함된다는 거다. 따로 수가가 없다. 검사를 잘 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짚었다.
별도의 수가가 없다보니, 적극적인 진단 환경이 마련되지 못하고 환자 역시 충분히 본인의 증상을 이야기할 수 없게 된다는 분석이다.
당뇨병학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년 전 NECA에 당뇨병 말초신경병증 진단에 대한 신의료기술평가를 의뢰했다. 별도의 수가를 인정 받아 임상현장의 관심을 끌기 위한 시도였다.
김 과장은 "학회의 노력에도 불구, 기존 기술이라는 이유로 거절됐다. 학회에서는 새로운 프로토콜을 따로 구성해 다시 도전하려는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환자들이 증상을 충분히 말하고, 의사가 충분히 진단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