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지오이아 지음/강병철 옮김/꿈꿀자유 펴냄
'낯설게 하기'의 음악 재즈에서는 변화가 연주의 목적이다.
무엇으로부터 낯설게 하기일까? 원곡으로부터다. 원곡을 최대한 비튼다. 조를 옮기고, 리듬을 잘게 부수어 서로 엇갈리게 하고, 희한한 음색을 만들고, 알쏭달쏭한 인트로를 삽입하고, 각자 잡아 비튼걸 다시 조화시킨다.
그러다보니 내가 연주하는 곡은 다른 사람과 달라야 하며, 내가 오늘 연주하는 곡은 어제 연주한 곡과도 달라야 한다. 한 곡에 수백 가지 버전이 나오고, 자발성과 즉흥연주는 재즈의 가장 큰 특징이 된다.
재즈피아니스트이자 평론가인 테드 지오아이가 쓴 <재즈를 듣다> 개정판이 출간됐다.
이 책에는 시대를 넘나들며 가장 사랑받는 265곡이 담겨 있다. 원곡이 수록된 뮤지컬이나 영화, 연주자들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는 물론, 스탠더드 레퍼토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옮긴다.
저자가 레퍼토리에 집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재즈를 들으려면 레퍼토리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원곡을 모르면 얼마나 다른지, 비틀었는지 가늠할 수 없다. 레퍼토리를 알면 재즈는 새로운 재미로 다가온다.
이 책에 수록된 곡 선정기준은 재즈 레퍼토리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재즈팬들이 듣게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곡, 재즈 뮤지션이 가장 자주 요청받는 곡을 중심으로 했다.
저자가 재즈피아노를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알아야 할 곡목과 가장 흔히 연주되는 키를 적어 간단한 레퍼토리 안내서를 만들었다. 이 책의 시작이다. 재즈에 관한 글을 쓰면서 다양한 곡들이 시간에 따라 변해온 과정을 드러내고, 서로 다른 뮤지션들이 같은 곡을 어떻게 연주하는지, 실제 연주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톺아봤다.
이 책에는 재즈 레퍼토리마다 추천 녹음 목록이 실려 있다. 목록은 역사적 중요성, 후세 음악인들에게 미친 영향, 연주 자체의 수준, 발상의 독창성 등을 근거로 선쟁했다. 목록에 실린 대부분의 연주는 재즈 표현양식으로 연주한 것이지만, 특별히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때는 재즈가 아닌 연주도 포함했다.
1950년대 이후 녹음된 곡은 수록된 앨범이나 CD제목을 명기했다. LP시대 이전 연구는 대개 수많은 재발매 음반과 모음집에 실려 있다. 이 음반들은 재발매와 절판을 거듭하므로 날짜와연주장소만 기록했다.
저자는 "이 책은 현존하는 재즈 레퍼토리의 주춧돌이 될 것이다. 이 곡들은 내 인생의 사운드트랙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 책은 그 곡들과 그 곡들을 작곡했을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재해석하고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해 내게 끊임없는 영감을 불러일으켰던 창조적인 연주자들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저자는 그동안 <재즈를 듣다> <재즈의 역사> <재즈를 읽다> 등 저서 10여권이 있다. 스탠퍼드음대 교수와 세계 최대 재즈 포털 사이트 '재즈닷컴'(www.jazz.com) 편집장을 역임했다.
이 책을 번역한 강병철은 서울의대를 졸업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다. 40년간 재즈를 들었으며, 소장한 음반 1만장 대부분이 재즈다. 1998년부터 PC통신 유니텔 재즈동호회 <블루노트>에 '꿈꿀자유'라는 필명으,로 약 460회에 걸쳐 재즈일기를 연재했다. 포털사이트 메디케이드에는 2년간 '재즈의 명반'을 연재했다. 그동안 <툭하면 아픈 아이, 흔들리지 않고 키우기> <이토록 불편한 바이러스> <성소수자>(공저) 등을 썼고,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 <뉴로트라이브> <면역> <암 치료의 혁신, 면역항암제가 온다>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 <코로나 시대에 아이 키우기>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070-8226-16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