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특례 범위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의료사고 필수의료종사자' 확대
의협, 지난달 12일 국회 토론회서 의료사고처벌특례법 구체적 내용 제안
이필수 회장 "본회의 의결위해 모든 의원들에게 수십번, 수백번 설득할 것"
필수의료를 하다 의료과실로 환자에게 사망 혹은 상해를 입혀도 의사의 형사상 책임을 면제 혹은 감경하는 필수의료 지원법이 발의돼 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기존에 발의된 법안은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의료사고'나 '중대한 과실이 없을 경우'로 면책범위가 한정됐지만 이번에 발의된 법은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해당하는 의료사고'로까지 면책 범위가 확대됐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법안 발의 직후 "발의된 법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될 수 있도록 모든 관계자에게 수십번, 수백번 이번 법안의 본회의 통과 필요성을 얘기하고 또 설득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은 4일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발의된 법안(제15조(처벌의 특례))에 따르면 "필수의료행위로 형법 제268조의 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해당하는 의료사고를 발생시킨 필수의료종사자에 대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한다"라고 명시했다.
현재 국회에는 보건복지위원회를 상임위원회로 둔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각각 발의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은 두 건의 법안이 계류 중에 있다.
이종성 의원과 신현영 의원은 각각 '필수의료종사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을 때'와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의료사고'로 처벌 특례 범위를 한정한 것에 비해 홍석준 의원의 법안은 의료과실로 인한 의료사고까지 면책범위를 확대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지난 9월 12일 홍석준 의원과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국회에서 개최해 필수의료 분야에서의 의료과실 형사처벌 면책 특례법 발의를 요청했던터라 이번 법안 발의에 곧바로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홍석준 의원 법안은 기존 발의된 법안과 마찬가지로 '필수의료'를 국민의 생명에 직결된 분야로 적절한 조치가 없을시 환자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료서비스로 규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중증외상, 중증화상, 희귀질환 등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중증질환, 희귀질환 및 중증난치질환자에 대한 진료,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수술(시술을 포함한다)을 하는 행위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위험도 높은 수술(시술을 포함한다)을 시행하는 행위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수술(시술을 포함한다)을 하는 행위 ▲분만과정에서의 산모 및 신생아에 대한 의료행위 ▲그 밖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행위 등이다.
이외에도 필수의료행위로 인한 '형법' 제268조의 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적시했다.
다만, 피해자의 승낙을 받지 않고 필수의료행위를 한 경우와 의학적 판단에 의하지 않은 필수의료행위를 한 경우, 의료사고에 있어 진료기록의 위조·변조 등 필수의료행위와 관련된 중대한 사실을 은닉한 경우, 무면허자로 하여금 필수의료행위 등을 하게 하거나 면허된 것 이외의 필수의료행위를 한 경우는 처벌을 감경하거나 면제하지 않도록 했다.
피해자의 추정적 승낙이 있을 경우는 승낙을 받은 것으로 봤다.
이번 법안이 국회 본회의까지 최종 의결될 경우 필수의료 기피 현상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사들은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부족(기피 현상)의 원인으로 '낮은 의료수가(58.7%)'와 함께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 부재(15.8%)'를 지적했다.
아울러,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지원되어야 하는 과제로 '의료수가 정상화(41.2%)'와 함께 '의료사고로 발생하는 민·형사적 처벌 부담 완화(28.8%)'라고 응답했다.
홍석준 의원은 "필수의료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필수의료 인프라가 붕괴되면 결국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국민"이라며 "의료사고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함께 과도한 형벌화로 인한 필수의료 분야 기피 현상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석준 의원은 지난달 12일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고 필수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은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는 필수의료종사자가 필수의료행위 과정에서 업무상 과실로 발생한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상에 이른 경우 형사처벌 등의 특례를 규정하고 법을 우선 적용하도록 요구했다.
또, 필수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해당하는 의료사고의 경우 필수의료종사자에 대한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형사처벌 특례를 적용하는 필수의료행위의 범위를 정하고, 필수의료행위의 구체적인 범위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