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의료의 빈틈을 메운다" 공중보건의사 릴레이 인터뷰

"대한민국 의료의 빈틈을 메운다" 공중보건의사 릴레이 인터뷰

  • 안준범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홍보이사 andyhut@naver.com
  • 승인 2023.10.09 07:58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안군·욕지도 '섬보의' 이유민·김찬영 공보의 "힘들 땐 대공협에 SOS"
도서지역 당직 근무 시 혼자서 행정·진료·복약지도까지 감당…응급 상황 지원 인력 절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안준범 의협신문 명예기자(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홍보이사)가 릴레이 인터뷰 첫 번째 주인공으로 도서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두 명의 공중보건의사를 만났다.
[의협신문]·대공협 릴레이 인터뷰는 전국 각지에서 의료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복무 중인 공보의 회원을 소개할 예정이다.
섬 지역 보건지소 공보의는 2주를 기준으로 4일의 휴일과 3일의 평일 당직을 제외하고, 24시간 내내 휴식 없이 근무하고 있다. 근무지 이탈금지 명령으로 당직일이 아닌 날도 허가 없이는 섬을 나서지도 못한다. 적절한 보상과 휴식시간은 물론 초과근무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유민 공보의 2년차는 지난해 전라남도 신안군 신의도 근무 후 현재 충청북도 충주시 노은보건지소에서 일하고 있다. 국내 최대 천일염 생산지로 유명한 신의도는 5개 유인도에 797세대 1529명이 살고 있다.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뱃길로 2시간을 달려야 한다.
김찬영 공보의 1년 차는 현재 경상남도 통영시 욕지도에서 근무하는 섬보의다. 욕지도는 한려수도 끝자락에 별처럼 흩어진 39개의 섬을 아우르는 욕지면 본섬이다. 1260세대, 208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경남 통영항여객선터미널에서 뱃길로 1시간 20분 거리에 있다.

 

ⓒ의협신문
 이유민 공보의 2년차. ⓒ의협신문

섬에서는 어떻게 일하나요?
이유민 : 보건지소는 섬의 유일한 의료기관입니다. 공중보건의사 인력은 의과 2명, 치과 1명, 한방 1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진료를 도와주는 간호 및 보조 공무원이 3명, 물리치료 및 행정 공무원이 1명 있습니다. 의과는 10일 근무 후 4일 휴무를, 치과와 한방 공보의는 육지와 같이 5일 근무 후 2일 휴무를 받습니다.

섬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이유민 :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가 일반 진료시간입니다. 일과 이후에는 응급 전화를 개인 휴대전화로 착신해서 받습니다. 하루 15∼20명 정도, 성수기에는 20∼30명 정도 진료를 받으러 옵니다. 신의도는 염전이 많은 섬이라, 비가 오면 쉬기 때문에 오히려 환자가 많습니다. 

주로 오는 환자군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이유민 : 주로 만성질환자가 많습니다. 뱃일과 염전, 농사일로 관절 관련 질환이 많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도 많고요.

ⓒ의협신문
 김찬영 공보의 1년차. ⓒ의협신문

김찬영 : 욕지도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섬입니다. 그래서 해산물 알레르기, 수영하다가 바위에 부딪혀 상처가 생긴 환자도 많이 옵니다. 안타깝지만 종종 물에 빠져 응급으로 오기도 합니다.

진료하면서 힘든 점은?
김찬영 : 당직 시간에 응급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보건지소에 찾아와 치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응급진료만 하고 있다고 공표해 놓았으나 찾아오신 분을 돌려보낼 수는 없어서 진료를 보고 있습니다. 일반 진료 시간이 아니면 당직의사 혼자 접수, 처방, 조제, 수납, 복약지도까지 모두 해야해서 부담이 되는 편입니다.

이유민 : 이송도 굉장히 힘듭니다. 섬에서 뇌졸중이나 심혈관질환, 외상 등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빠른 처치를 위해 헬기와 선박을 이용해 육지로 이송해야 합니다. 헬기는 빠르지만, 기상 영향을 많이 받아 보통 해양경찰 선박을 이용합니다. 이송할 때는 의사가 동행해야 할 상황이 있습니다. 의사가 동행하면 근무하는 섬에는 의사가 한 명도 없게 됩니다. 만약 섬에 또 다른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처치할 의사가 없습니다. 제가 이송할 때는 다행히 이런 경우가 없었지만, 동행할 때마다 걱정이 됐습니다.

ⓒ의협신문
대한민국 의료의 빈틈을 메우고 있는 김찬영(사진 왼쪽) 공보의 1년차와 이유민 공보의 2년차를 만났다. ⓒ의협신문

섬 근무 시 어떤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 있나요?
이유민 : 하루에 응급환자 2명을 같이 이송한 일입니다. 새벽에 할머니 한 분이 의식불명으로 내원하셨습니다. 혈당검사를 하니 위험한 저혈당 상태였습니다. 응급조치로 포도당 수액을 주면서 이송을 위해 배를 탔습니다. 배에 타자마자 옆 섬에서 음독자살을 시도한 환자가 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기다렸다가 환자 두 명을 태우고 출항하는데, 거친 파도로 저혈당 환자에게 투여해야 할 포도당 수액 통이 깨졌습니다. 처치를 계속하면서 육지에 도착해 환자를 인계했습니다. 돌아오는 배에서 바다를 보니 저 멀리 해가 뜨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오늘도 무탈하게 잘 보냈고, 의사로서 할 일을 무사히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협신문
섬에서 뇌졸중이나 심혈관질환, 외상 등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빠른 처치를 위해 헬기와 선박을 이용해 육지로 이송해야 한다. 헬기는 빠르지만, 기상 영향을 많이 받아 보통 해양경찰 선박을 이용해 후송한다. 이송할 때 의사가 동행해야 할 상황이면 섬 지역은 공백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의협신문

김찬영 : 저도 이송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의식저하로 내원한 관광객이 있었습니다. 혈당도 정상이고 별다른 병력이 없고 진단을 내리는데, 검사에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육지로 이송하는 동안 환자 의식이 떨어져서 배에 탄 30분 동안 쉬지 않고 처치를 한 것 같아요. 항구에 도착해서 보니 근무복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을 정도였어요. 

진료할 때 개선할 점은?
김찬영 : 응급 상황에서 진료를 보조할 인력이 충분하면 좋겠습니다. 정규시간 외 발생한 응급환자에 대한 처치 및 이송을 의사 혼자 담당해야 하는데 손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응급상황에서 활력 징후 확인, BST 검사, 수액 라인 잡기 등 모든 술기를 혼자서 수행해야하고 이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큰 부담입니다.

이유민 : 진료도 중요하지만, 이송을 적절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중보건의사는 일반의나 인턴이 대다수라 진료나 응급처치에 한계가 있습니다. 보건지소에 비치된 물품도 부족할 때가 많아요. 섬에서 진료와 처치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육지에 있는 큰 병원으로 빨리 이송하는 것이 환자와 공중보건의사 입장에서 좋을 것 같아요.

ⓒ의협신문
신안군 보건지소. 야간에 진료를 받기 위해 환자들이 보건지소를 찾았다. 야간 당직근무를 할 때는 진료를 도와주는 공무원이 없어서 당직의사 혼자서 접수·처방·조제·수납·복약지도까지 모두 감당해야 한다. ⓒ의협신문

배를 타고 처음 섬에 도착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이유민 :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지만, 보건지소 물품을 보고 당황했습니다. 소아 기도 삽관 장비까지 비치하고 있어서…. 실제 사용할 일은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무 시작 바로 다음날, 제가 근무하는 신의도 옆 작은 섬에서 사망환자가 있어 사망 선고를 하러 가야 했습니다. 섬에서 배를 타고 가다가 강철부대에 나올 것 같은 검정 고무보트로 옮겨 타고 들어갔습니다. 심지어 밤이라 작은 손전등에 의지하며 배를 탔습니다. 이때 내가 진짜 섬에 왔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습니다.

김찬영 : 저는 원래 통영이 고향이라 어렸을 때 가족여행으로 욕지도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정말 예쁜 섬이고, 섬에 온다면 욕지도로 오고 싶었어요. 정말 아름다운 섬입니다. 꼭 한번 놀러 오세요.

섬에서 생활하면 주로 하는 취미가 있을까요?
김찬영 : 섬 주민분들이 가르쳐 주셔서 종종 낚시를 합니다. 가끔 욕지도 드라이브도 합니다. 

이유민 : 제가 있는 섬은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섬은 아니어서 식당이 부족합니다. 같이 생활하는 선생님들과 요리를 많이 했습니다. 

공중보건의사 3년간 목표가 있나요?
이유민 :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습니다. 사실 섬에서 1년을 지낸다는 일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죠. 1년 동안 인생관이 많이 변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찬영 : 섬에서 의사가 저 혼자이기도 하고, 주민분들이 저에게 거는 기대와 신뢰가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 새내기 의사이지만 면허가 주는 무게감을 느끼고 열심히 공부하고 의학 지식을 적용해 보겠습니다. 

이유민 선생님은 2년 차 공중보건의사로 도간이동에 따라 육지에서 근무 중입니다. 섬에서 나온 지 6개월 정도 됐는데 섬이 그립지는 않나요?
이유민 : 힘들었지만 제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있습니다. 섬 주민분들, 직원분들, 같이 일했던 공중보건의사 선생님들도 좋았습니다. 섬에서 지낸 1년은 평생 기억에 남을것 같아요. 

김찬영 선생님은 섬에서 근무 중인데 육지가 그립지 않나요?
김찬영 : 혼자서 다양하게 놀고 있지만 정말 외롭습니다. 외로움을 잘 느끼는 편이 아는데, 가끔 외로움이 밀물처럼 밀려옵니다. 주말에 관사에서 혼자 있으면 주말이 참 길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추석 연휴 동안 혼자 근무할 생각을 하니 막막합니다. 

ⓒ의협신문
야간에는 대부분 선박을 이용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의협신문

도서지역에서 고군분투하는 공중보건의사 선생님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이유민 : 힘든 일이 있다면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 꼭 연락하세요. 혼자서 해결하기보다는 협회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항상 내 안전을 1순위로 생각하고 철저한 의무기록과 녹음을 생활화하세요.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서지역에서 고군분투중인 선생님들 모두 응원합니다! 

김찬영 : 정당한 권리를 찾길 바랍니다. 필요한 장비나 물품을 보건소에서 요구해 근무와 생활에 문제가 없길 바랍니다. 저처럼 섬에서 근무하는 섬보의 선생님 모두 응원합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