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20% 감량' 마운자로, BMI 낮은 사람도 괜찮나?

'체중 20% 감량' 마운자로, BMI 낮은 사람도 괜찮나?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3.10.10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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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저체중 아래로 안떨어져…GIP 호르몬 '대사 스위치'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만 허가, 체중 감량의 의미는?
릴리 의학부 부사장 "순차적 제2형 당뇨병 치료=필패"

로버트 하이네 일라이<span class='searchWord'>릴리</span> 의학부 부사장 ⓒ의협신문
로버트 하이네 일라이릴리 의학부 부사장 ⓒ의협신문

'체중 20% 감량' 임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화제를 모았던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고령자 및 BMI가 낮은 환자군에서도 타 환자군과 유사한 저혈당·저혈압이 보고, 이목을 끈다.

마운자로 임상연구 결과는 1년 전 [NEJM]에 발표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연구 결과, 평균 15~20.9% 체중이 감소한 것. 아직 국내에서는 당뇨병 치료제로만 허가를 받은 상태. 하지만 대중에게는 놀라운 체중 감량 효과로 먼저 알려졌다.

놀라운 효과가 나온 만큼, 안전에 대한 이슈에도 이목에 쏠렸다. 특히 서양인에 비해 체구가 작은 한국 등 아시아에서도 괜찮을 것인가에 관심이 모였다.

로버트 하이네 일라이릴리 의학부 부사장은 최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6종의 SURPASS 임상에서 주 1회 5·10·15㎎의 마운자로를 투여받은 제2형 당뇨 동아시아인 환자(일본, 한국, 대만)에 대한 사후분석 결과를 전했다.

해당 분석에서 BMI 25kg/㎡ 이하이자 65세 이상인 군에서도 마운자로를 최고 용량으로 투약했을 때 다른 환자군과 유사한 저혈당, 저혈압이 보고됐다.

로버트 하이네 부사장은 "환자 대부분의 BMI가 저체중 기준(<18.5kg/㎡)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BMI가 낮은 환자군에서도 혈당·혈압·지질 같은 생리학적 수치가 어느 수준까지 떨어지고 난 뒤 더 이상 떨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는 GIP 호르몬이 대사의 '스위치'역할을 하기 때문.

마운자로는 '인슐린 분비 자극 펩타이드(GIP) 수용체'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결합한다. 라이벌 약제로 언급되는 오젬픽·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와의 차이점 역시 GIP 수용체에 작용한다는 점이다.

GIP는 상황에 따라 몸 안에서 역할이 크게 달라진다.

식사를 통해 지방이 섭취됐을 때는 지방이 지방 조직에서 흡수될 수 있도록 돕는다. 반대로 공복에 가까운 상태일 때는 지방 조직에서 지방산이 분비되고, 이것이 대사되며 공복에도 신체의 에너지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혈당이 낮아질 경우, GIP는 글루카곤의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로버트 하이네 부사장은 "SURPASS 임상연구에서 마운자로 15mg 투여군 중 절반 가량이 정상 수준의 당화혈색소(HbA1c <= 5.7%)에 도달했다. 이는 GIP 덕분"이라며 "혈압 감소와 중성지방을 포함한 지방 감소 결과도 확인했다. 내약성은 기존 GLP-1 제제와 유사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수의 환자에서는 저체중 구간까지 BMI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용량이 아닌 적정 용량을 사용한다면 저체중 구간까지 BMI가 떨어지는 일은 생기지 않을 거라는 설명이다. 

로버트 부사장은 "임상연구의 경우 무작위 배정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저체중환자가 고용량을 투약받은 것"이라면서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환자 나이와 BMI를 고려해 적정 용량을 투여한다"고 전했다.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만 허가…체중 감량의 의미는?

로버트 하이네 일라이<span class='searchWord'>릴리</span> 의학부 부사장 ⓒ의협신문
로버트 하이네 일라이릴리 의학부 부사장 ⓒ의협신문

BMI가 적은 환자에도 유효하다는 설명에 대해 기자가 개인적인 관심을 보이자, 부사장은 "미용 목적의 사용은 바람직 하지 않다"며 선을 긋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체중감소'는 당뇨병 관리에서 중요한 지표인 것도 사실이다.

실제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 환자가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체중 감소만으로 비당뇨병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도 소개했다. 

로버트 부사장은 "제2형 당뇨병 관리 측면에서 체중 감소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여기서 한 발 나아가 초기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혈당은 물론 지질, 혈압 등을 정상 수치로 낮추고, 개선된 상태를 유지해 나갈 때의 효과에 초점을 맞춘 임상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비만은 전신질환으로, 여러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이런 측면이 중요하게 부상하면서, 미국당뇨병학회(ADA), 유럽당뇨병학회(EASD)의 제2형 당뇨병 가이드라인에서 체중 감량이 권고되고 있다.

로버트 부사장은 "현재 SNS를 통해 단순히 체중 감량 결과에만 초점을 맞춘 이야기가 전파되고 있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비만 치료에 대한 마운자로의 연구 또한 이 점에 초점을 맞춰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연구로, 임상 3상 SURMOUNT- MMO 연구가 있다. 성인 비만 환자에서 이환율 및 사망률 감소에 대한 마운자로의 연구"라고 설명했다.

"순차적 제2형 당뇨병 치료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수많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신약이 출시됐다. 그럼에도 미국의 평균 당화혈색소는 오히려 상승했다…이는 두 번째·세 번째·네 번째까지 치료제를 순차적으로 투약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순차적 투약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패러다임이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관리에서 참신한 접근법이 필요한 때라는 의견이다. 이는 한국 외 전세계에 요구하고 싶은 내용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최근 출시된 신약을 초기부터 사용할 것을 권장하는가에 대한 질의에는 "모든 의료 행위는 과학과 근거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가설로서는 일리가 있다 하더라도, 아직 권고할 수는 없다"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다만 "새로운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을 생각해 봐야 한다는 점은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면서 "류마티스 관절염, 고혈압, 암 등 어떤 질환을 봐도 당뇨병처럼 반복되는 실패를 답습하는 사례는 없다. 앞서 말씀드린 연구를 진행하는 것 또한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마운자로는 다양한 비교 연구를 통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당화혈색소(HbA1c)를 감소시켰음을 보고했다. 

마운자로 SURPASS-1 연구에서는 마운자로 단독요법과 위약군을 비교했다. SURPASS-2에서는 메트포르민과의 병용요법과 세마글루티드 투약군을 비교했다. SURPASS-3, 4, 5 연구에서는 SGLT-2 억제제, 인슐린 등 다양한 약제와 비교했다.

마운자로 5mg 투여군의 당화혈색소는 평균적으로 기저치 대비 1.8~2.1% 감소했다. 10mg 또는 15mg 투여군의 당화혈색소는 평균적으로 기저치 대비 1.7~2.4%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운자로의 유효성은 연령, 성별, 인종, 민족, 지역, 체질량지수(BMI), 당화혈색소(HbAlc), 당뇨병 유병 기간, 신기능에 따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마운자로 15mg 투여 환자의 절반가량이 정상 당화혈색소((HbA1c ≦ 5.7%)를 회복하는 결과를 보였다.

마운자로 한국 출시 일정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공급 환경이 만들어진 이후'라며 구체적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로버트 부사장은 "현재 마운자로의 수요는 높고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즐거운 소식이지만 공급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일단 출시하고 나면 투약을 시작한 환자에게 공급을 중단할 수는 없기에, 각국의 출시 시기에 대해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최근 노스캐롤라이나 북부에 공장을 신설했다. 수년 안에 마운자로의 생산량을 2배 이상 높일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출시 시기는 생산량 증대와 관계없이 신중에 신중을 기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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