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의대 증원 1명당 연 3억원 투입, 한국은 각오됐나
정원만 늘린다고 될까?…코스·임상·수련·교원 문제 산적
의대 정원 확대가 연일 뜨거운 감자임에도, 반드시 앞서 논의돼야 할 교육환경 확보는 뒤로 밀린 판국이다. 교육과정 설계부터 대학 및 임상의 배치 역량 확대, 훈련 환경 조성, 교직원 고용 등의 문제는 외면한 채 포퓰리즘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학생 한 명이 전문의가 되는 데에 소요되는 교육 및 수련 비용은 8억 6700만원으로 9억원에 가깝다.
양은배 연세의대 교수가 2020년 발간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19개 의과대학 학생들의 1인당 교육비용은 평균 2억 1000만원이다. 인건비와 더불어 강의 및 임상실습 과목 수와 시수, 교수-학습활동경비, 관리운영비 등이 고려된 금액이다.
연 2530만원이 예과 2년동안, 연 4000만원이 본과 4년동안 소요된다.
의대를 졸업하면 비용은 더욱 커진다. 4개 수련기관을 살펴봤을 때, 1년간 인턴 수련비용은 인당 7300만원, 4년간 전공의 수련 비용은 매해 1억 4600만원이다.
지도전문의 인건비 중 수련교육 지도비용, 레지던트 인건비, 교육수련부 행정직원 인건비, 수련교육프로그램 운영경비, 관리운영비, 수련공간에 대한 기회비용 등을 합산한 액수다.
현 전공의 정원을 유지했을 때 전문의를 양성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은 연 단위로만 2조 7000억원을 넘는다. 의대생이 전문의가 되기까지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됨을 고려한다면 부담은 더욱 커진다.
특히 교직원 확보에 따른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의대 정원을 늘린다면 고용비로만 연 수백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은 "의과대학에서 가르치는 최소과목만 해도 기초과목 10개와 임상과목 23개를 포함해 40여개에 달한다. 그만큼 많은 고용이 필요하다"며 "정원이 150명인 의대와 40명가량인 '미니 의대'를 막론하고 교직원 150여명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공공의료 및 공공의대 관련 법안들의 비용 추계를 살펴보면 6년간 교직원 50명 고용에 180억을 예산으로 잡았다. 수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고용을 늘릴 것을 생각하면 교직원 1명당 고용비는 더욱 커진다.
학생 지원금과 운영 등에 따르는 비용도 있다. 공공의대 신설 법안에서는 부속병원 설립비용을 제하면 소요 비용이 연 140~160억으로 잡혔다. 이는 교구 추가 매입과 수련정원 확보 등은 고려되지 않은 액수다.
한편 최근 의대 증원을 결정한 영국의 MSC(Medical Schools Council)는 5000명을 늘리는 데 필요한 비용을 연 1조 6500억원(10억파운드)로 추계한 바 있다. 정원 1명을 늘리는 데 매년 3억 3000만원을 투자하는 셈이다. 실제로 영국 정부는 지난 6월 의료 인력 증원에 정부 예산 4조원(24억 파운드)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