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건희 회장 3000억원 밑거름…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 출범 3년 중간점검
진단 3984건·치료 2336건·코호트 6193건 수행…공동 플랫폼 통해 전국서 동일 진단·치료
고 이건희 회장이 3년 전 뿌린 씨앗이 암과 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에게 희망나무로 결실을 맺고 있다. 고 이건희 회장 유가족은 2021년 소아암과 희귀질환 어린이의 치료비와 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연구에 써 달라며 3000억원을 서울대학교병원에 기부했다.
당시 서울대병원은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을 출범하고, 2030년까지 10년 간 소아암과 소아희귀질환 치료 플랫폼을 구축과 문제 해결형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토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은 8일 의생명연구원 윤덕병홀에서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어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 출범 3년 성과를 결산했다.
심포지엄에는 소아암·희귀난치병 어린이와 부모를 비롯해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최영무 삼성사회공헌업무총괄 사장·김영태 서울대병원장·최은화 소아진료부원장·김한석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장과 일선에서 소아청소년 진료·연구에 헌신하고 있는 의료진이 참석, 사업단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은 2021년 5월 3개 사업부를 구성, ▲소아암 1500억원(비급여 고액 유전체 검사비 및 면역·표적항암제 등) ▲소아희귀질환 600억원(희귀·응급 유전체 검사, 고액 유전자 치료 및 극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 ▲소아공동연구 등 900억원(진단·치료기술·약제 연구개발 등)을 배정했다.
특히 진단과 완치가 어려운 소아암과 희귀질환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전국적인 진단·치료·코호트 연구 협력망을 구축하고 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지역 소아의료 붕괴 위기와 수도권 의료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희귀·난치 어린이가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 사라지고, 진단을 받지 못해 방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을 토대로 소아청소년 진료와 연구를 강화해 의료사각지대에 방치돼 고귀한 생명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격려했다.
최영무 삼성사회공헌업무총괄사장은 "모든 어린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보살피는 일은 우리의 사명이라는 것이 고 이건희 회장님의 유지"라면서 "삼성의 모든 임직원들도 소아암 희귀질환 극복사업이 반드시 성공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하겠다"고 응원했다.
김한석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장은 "소아암과 희귀질환 극복을 위해 전국 곳곳에서 소아 질환 진료와 연구에 앞장서고 있는 160곳 의료기관에서 1071명의 의료진이 진단·치료·코호트 연구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면서 "사업단 출범 이후 3년 동안 전국 권역 의료기관과 의료진의 참여로 3984건의 진단과 2336건의 치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희귀질환자 데이터가 의료기관마다 분산돼 있어 진단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치료가 늦어지는 '진단 방랑' 문제가 심각했다"고 언급한 김한석 단장은 "현재까지 전국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모은 6193건의 코호트를 기반으로 공동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을 구축해 누구나 진단·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면서 "공동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을 통해 표준화된 치료법을 정립하고, 전국의 희귀질환자가 동일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패널 토의에 참여한 조민현 경북의대 교수(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지역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공백이 심각한 현실을 전했다. 올해 소청과 수련병원 71곳 중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곳은 19곳(26.8%)에 달한다.
조민현 교수는 "올해 대구지역 7개 수련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전무하다. 경북대병원은 3년째 전공의가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전공의가 전무하다보니 난이도가 높은 진료와 연구에 집중해야 하는 교수가 경증 환자 진료에 매달리고 있다. 버티다 못한 교수들이 줄줄이 사직서를 쓰고 있다"고 지역 의료의 현실을 전했다.
조민현 교수는 "지금은 어떻게든 남아 있는 교수들이 버틸 것이다. 하지만 10년 뒤에는 대부분 교수가 은퇴한 상황이다. 이렇게 훌륭한 사업을 통해 얻은 성과를 적용해야 하는데 그때가 되면 남아 있는 교수가 없는 상황이라 안타깝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