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법 후속입법 요구 '국민동의청원' 5만명 뜻 모여 '성립'
"개인정보, 민간보험 사적이익 악용 우려...법 시행 전 고쳐야"
실손보험 청구업무를 의료기관이 대행토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 이른바 실손보험 청구대행법의 재개정 안건이 국회 정무위원회 문을 두드린다.
개인건강정보가 민간보험의 사적이익 추구에 악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힘을 받은 결과다.
9일 국회에 따르면 '의료민영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이라는 제하의 국민동의청원이 지난 5일자로, 청원 성립 기준인 국민 5만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소관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 회부됐다.
청원안의 핵심은 실손보험 청구대행법의 재개정이다.
앞서 국회는 지난 10월 본회의를 열어 실손보험 청구대행을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 실손보험계약자인 환자가 요양기관에 보험금 청구를 위한 서류 전송을 요청할 경우,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요양기관이 이에 응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법률 시행 일자는 병원급 공포 후 1년, 의원과 약국은 공포 후 2년째 되는 2025년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정보 요청방법과 절차, 전송방식 등을 법 시행일 이전에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청원인은 개정 법률이 민간보험사의 사익추구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법 시행일 이전에 이를 막을 수 있는 후속입법을 해야 한다고 국회에 청원했다.
환자들의 소액 보험료 청구가 편리해질 것이라는 보험업계의 설명과 달리, 개정 법률이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과 보험사의 환자 선별 및 고액 보험금 지급 거절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청원인은 "현재로서는 환자와 보험사의 사적계약일 뿐인 실손보험은 의료 공급체계에 직접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지만,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직접 청구서류를 보내는 것이 의료기관·보험사 직접 청구 및 직불제와 연결될 수 있고, 이런 보험사·의료기관 연계는 미국식 의료민영화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특히 "개정 법률에 의하면 전자적 전송을 요청받은 의료기관은 이에 따라야 하고, 그때도 금융위원회의 고시에 따라 보험회사가 구축하고 운영하는 전산시스템을 써야만 한다"고 짚은 청원인은 국회에 보험사의 개정 법률 악용을 막을 수 있는 후속입법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개정 법률에 대해서는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도 지속적으로 반대입장을 밝혀온 바 있다. 마찬가지로 민간보험사가 사적 이익을 위해 개인건강정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협은 보험업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성명을 내어 "보건의약계와 시민단체의 목소리와 제언이 철저히 무시당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과 보건의약계의 진정한 조언에 귀를 기울일 생각이 없는 독단적인 국회와 정부의 이중적인 모습에 우리는 직접 행동으로 나설 것"이라며 "요구 사항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모든 보건의약 종사자들이 스스로 나서 보험사에 정보를 전송하지 않는 최악의 보이콧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