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심실 유출로 모양 맞춰 판막 크기·삽입 위치 결정…3D 프린팅·모의 순환 통해 치료법 최적화
서울대병원 김기범 교수팀 "경피적 폐동맥 판막 삽입술 성공률 높이고 부작용 최소화"
서울대학교병원은 폐동맥 판막 역류가 있는 팔로사징(Tetralogy of Fallot) 환자에게 3D 프린팅을 이용한 환자 맞춤형 모델과 체외 모의 순환 장치를 활용해 '경피적 폐동맥 판막 삽입술'에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경피적 폐동맥 판막 삽입술은 가슴 절개를 하지 않고 대퇴정맥을 통해 인공 폐동맥 판막을 넣어 협착이나 역류를 개선하는 최소 침습 치료법.
환자 맞춤형 경피적 폐동맥 판막 삽입술은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우심실 유출로(우심실에서 폐로 가는 혈관인 폐동맥 입구)에서 최적의 경피적 폐동맥 스텐트 판막 크기와 삽입 위치를 결정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시술 성공률을 높이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심장은 2개의 심방과 2개의 심실 사이에 혈액이 역류되지 않도록 돕는 4개의 판막(대동맥 판막·폐동맥 판막·삼첨 판막·승모 판막)이 있다. 이중 우심실과 폐동맥 사이에 있는 '폐동맥 판막'은 우심실이 폐로 혈액을 뿜어낸 후 역류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판막이 열리고 닫히는데 이상이 생기는 게 폐동맥 판막 질환.
팔로사징과 같이 선천적 우심실 유출로 기형이 발생해 폐동맥 판막 성형 수술을 받은 환자는 나이가 들수록 판막 기능이 저하해 역류가 생기고, 우심실이 늘어나거나 판막이 좁아져 심한 협착이 발생해 심부전까지 진행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슴을 열고 심장을 멈춘 뒤 폐동맥 판막을 교체하는 개흉·개심 수술이 필요하다. 문제는 재수술 시 통증과 후유증은 물론 수술 횟수에 따라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다는 데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심장센터팀은 폐동맥 역류 환자를 대상으로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은 개흉·개심 수술 대신 경피적으로 인공판막을 삽입, 좁아진 판막을 확장시킴으로써 폐동맥 협착과 역류를 개선하는 '경피적 폐동맥 판막 삽입술'을 시도했다.
우심실 유출로의 모양은 △Type 1 Pyramidal △Type 2 Straight △Type 3 Reverse pyramidal △Type 4 Convex △Type 5 Concave로 구분된다.
소아심장센터팀은 환자에 따라 다양한 크기와 형태를 보이는 우심실 유출로의 모양에 맞춰 경피적 폐동맥 스텐트 판막의 크기와 삽입 위치를 결정함으로써 경피적 폐동맥 판막 삽입술 성공률을 높였다.
아울러 복잡 심장기형 환자의 CT 또는 MRI 영상을 기반으로 심장과 혈관을 세분화하고, STL(stereolithography) 파일 제작과 3D 프린팅을 통해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를 정확하게 모델링한 뒤 체외 모의 순환(in vitro mock circulation)을 통해 환자 맞춤형 치료를 진행했다.
이번에 '경피적 폐동맥 판막 삽입술'을 받은 팔로사징 환자(남·24세)는 완전교정술을 받은 뒤 우심실 확장과 기능 저하를 동반한 폐동맥 판막 역류 증상을 보였다. 팔로사징은 우심실 유출로 협착·심실 중격 결손·대동맥 기승·우심실 비대 등 4가지 해부학적 이상 소견을 보이는 선천성 심장질환.
서울대병원 김기범(소아청소년과)·이활(소아영상의학과)·임홍국(소아흉부외과) 교수팀은 팔로사징 환자의 CT 영상을 토대로 3D 프린팅을 이용, 우심실 유출로를 제작해 체외 모의 순환 장치에 연결했다.
이후 다양한 크기의 경피적 폐동맥 스텐트 판막을 우심실 유출로에 삽입해 체외 모의 순환을 시행했다. 내시경 카메라로 판막 상태를 확인하며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판막 크기와 삽입 위치를 산출했다. 지난 2일 22mm 경피적 폐동맥 판막 삽입술을 받은 이 환자는 6일 건강하게 퇴원했다. 환자는 현재 특별한 부작용 없이 건강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김기범 교수는 "환자에 따라 다양한 크기와 형태를 보이는 우심실 유출로에서 최적의 경피적 폐동맥 스텐트 판막의 크기와 삽입 위치를 결정하는 것이 시술 성공의 열쇠"라면서 "이 치료법을 통해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우심실 유출로에서 최적의 경피적 폐동맥 스텐트 판막의 크기와 삽입 위치를 결정한다면 시술 성공률을 높이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극복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