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법·대륙법도 안하는 의료사고 형사처벌…우리나라는 왜?
영미법·대륙법도 안하는 의료사고 형사처벌…우리나라는 왜?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3.11.2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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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 10년…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 다뤄
보건복지부 "고의 아닌 의료사고 형사처벌 않아야 주장 반대"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은 25일 의협 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창립 제10주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의료분쟁 해결에서 의료인의 법적 부담 완화와 피해자 구제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 설정에 머리를 맞댔다.

특히 의료계는 최근 의료사고에 대한 대법원의 높은 배상금액 판결 등을 언급하며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책임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소송이 과도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고의성이 없는 의료사고에 형사처벌을 면제해줘야한다는 주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은 25일 의협 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창립 제10주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정근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조합은 출범 첫 해 공제상품 약 6000여건에 7000여명이었던 조합원이 현재 2만 2000여건에 2만 8000여명에 이르고 의료분쟁 연간 접수건수가 287건에서 2681건으로 지난 10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며 "조합이 발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준 선대 의장님과 이사장님, 그리고 대의원들,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 온 임직원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계와 정부가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필수지역의료 살리기 방안 수립을 위해 활발히 논의중에 있으며, 이에 대한 연장선에서 의료분쟁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 10월부터 의료계, 환자단체, 법률 전문가가 포함된 협의체를 구성해 의료분쟁에 대한 의료인의 법적 부담 완화와 피해자 구제 강화에 논의 중에 있다. 의료분쟁 제도개선 정책방향에 중요한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뜨거운 관심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의협신문
이정근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 이사장(왼쪽)과 김재왕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 의장(오른쪽)이 각각 개회사와 격려사를 하고 있다.ⓒ의협신문

김재왕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 의장은 격려사에서 "의료사고특례법이 의사를 위해서도 환자를 위한 좋은 의료환경 마련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이번 의료사고와 책임보험에 대한 토론회가 의료배상공제조합 창립 10주년 심포지엄을 통해 개최되는게 큰 의미가 있다"며 "심포지엄에서 좋은 토론을 통해 대한민국 의료발전에 큰 도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정홍주 교수(성균관대, 경영대학)는 공제조합 창립 10주년 비전 개발 연구용역 보고서 결과를 발표하며, 공제조합의 10년간의 성과중 성장성과 수익성, 안정성 등의 재무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정 교수는 "지난 10년간 매출액과 자산이 약 4배 정도 성장했고, 손해율도 상당히 낮게 관리됐다"며 "유동성도 충분히 갖는 것으로 미뤄 재무성과는 매우 양호하다. 안전공제 등 유사 공제와 재무상태를 비교해 성공적인 재무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비재무측면에서 보면 의료사고율의 감소 추세와 10년간의 언론에 등장한 낮은 수준의 조직 스캔들로 미뤄 그 부분도 상당히 건실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제조합 발전을 위한 과제로는 ▲이사장 임기를 포함한 지배구조 점검 ▲디지털 경영 등 사업분야와 전략 ▲P2P 보험 등 영업 역량 강화 ▲자긍심·전문성 강화 ▲재보험을 포함한 재무리스크 관리 등을 꼽았다.

■고의 아닌 의료사고 형사처벌 안된다는 주장에 보건복지부 대답은?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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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박형욱 교수(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는 의료사고와 책임보험을 발제,'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구분'을 주제로 발표하며 해외의 의료과실 입증책임과 형사처벌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 맞는 필수의료 형사책임 완화의 접근 방법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최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에서 의료진 3명이 구속된 사건과 분만 중 뇌손상 장애 발생에 10억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 등 국내 사례와 외국 사례를 비교하며 "영국과 미국 등 영미법계열에서 통상적 의료과실은 아예 형사처벌을 하지 않으며 예외적으로 중과실에 한해 형사처벌을 한다"며 "프랑스, 독일, 일본 등 대륙법계열에서도 과실로 생명/신체에 해를 준 경우 형사처벌을 하는 규정은 있지만, 의료과실로 인한 형사유죄는 드물며 대부분 벌금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환자단체와 시민단체에서 앞서서 의료과실에 대한 형사처벌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다고 언급한 박 교수는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의료인이 공공의료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공의료 참여시 연금을 지원하고 공공의료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배상책임은 국가가 부담한다"며 "중과실이 아닌 통상의 의료과실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환자에게 정말 필요한 필수의료 의사들을 소멸시키는 지름길이며 환자에게 정말 필요한 의사를 없애려고 노력하는 자해행위다. 지금 우리가 그렇게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과실에 대한 형사처벌을 남발하는 대안으로는 두가지가 제시됐다. '의료과실로 인한 형사처벌은 중과실로 제한하는 입법적 조치'와 '의료배상책임과 연계해 경과실을 면책하는 입법적 조치' 등이다.

박 교수는 "중과실의 경우에만 형사처벌을 하는 경우는 서구의 사례를 보면 충분히 가능한 접근 방법이지만 한국의 환자단체들로 인해 정치적으로 실현하기 매우 어렵다"며 "의료배상책임과 연계하는 방안은 필수의료와 바이탈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를 강제로 의료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해야해 필수·바이탈의료의 몰각을 가속화할 것이다. 따라서 의료배상책임에서 국가의 역할 강화와 연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는 고의가 아닌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료계 주장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세종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사무관은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재발방지를 해야한다는 의미가 있다. 고의가 아니면 처벌하지 않아야한다는 주장에는 반대한다"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고 의료인이라면 일반인 보다 무거운 주의의무를 가져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도 무조건 형사처벌해야한다는 식의 과도한 해석에는 경계했다. 

최세종 사무관은 "형사처벌을 해야한다는 말은 아니다"며 "과실의 정도에 따라 처벌이 필요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과도하게 형사처벌이 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이에 대한 공감대를 가지고 논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의료사고 발생시 공제조합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 사무관은 "형사처벌 특례에는 현재 의료계와 정부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고 있다. 형사처벌에 앞서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의료사고 예방"이라며 "다만, 의료사고는 발생할 수 밖에 없기에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중재자 역할이 중요하다. 공제조합이나 민간보험사에서 중재 역할을 해야한다"고 전했다.

이어 "환자단체와도 이야기해보면 민사적으로 충분한 보상이 된다면 의료인을 처벌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민사 배상은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앞으로 계속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 좌장으로 참석한 홍승기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은 최근 의료계 내 가장 뜨거운 이슈인 의대정원 증원을 언급하며 눈길을 끌었다.

홍승기 위원장은 의료계의 문제는 인원이 아닌 수가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전문직이 위기다. 의대에서 4000명을 더 뽑는다는 말이 있다"며 "로스쿨이 법조를 망쳤고 망가진 법조가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다. 의료계는 제발 버텨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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