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28일 건정심서 첩약급여화 2차 시범사업 논의 제외
의료계 "과학적 검증 안된 한방첩약 급여, 혈세 낭비 행위" 비판
시범사업 연장 한의사도 뜨뜻미지근...내부 설문결과 찬반론 팽팽
보건복지부가 돌연 2차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 추진을 미뤘다. 의료계가 논의 당일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시위를 예고하자, 정부가 이에 부담을 느꼈다는 배경 분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 첩약급여화 2차 시범사업 추진을 보고 안건으로 상정했다.
다만, 해당 안건은 건정심이 열리는 날 오전 최종적으로 제외하고 추후 진행되는 건정심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첩약급여화 2차 시범사업은 지난 2020년 11월 시행한 1차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에서 대상 질환을 확대하고 수가도 대폭 인상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구체적인 2차 시범사업 계획을 살펴보면, 대상 질환은 기존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후유증(65세이상)에 더해 ▲요추추간판탈출증 ▲알레르기비염 ▲기능성 소화불량을 추가했다. 뇌혈관질환후유증의 경우 기존 65세 이상 환자 대상을 전연령으로 확대했다.
대상 기관은 한의원 뿐 아니라 한방병원, 한방 진료과목을 운영 중인 병원도 포함했다.
수가의 경우 심층변증방제기술료는 3만 5500원에서 28.2%인상된 4만 5510원으로 높아졌으며, 첩약 약재비는 최소 17.0%에서 최대 42.7%까지 인상 적용했다.
1인당 연간 급여일수도 기존에 환자 1인당 연간 1가지 질환으로 첩약 최대 10일까지 처방 가능하도록 한 부분을 연간 2가지 질환으로 질환별 첩약 10일씩 2회까지 처방 가능하도록 했다.
한의사 1인당 처방가능 횟수는 기존 1일 4건, 월 30건, 연 300건 이내 처방을 1일 8건, 월 60건, 연 600건으로 2배 확대했다.
이날 건정심 논의 안건에서 첩약급여화 2차 시범사업안이 빠진 배경에는 의료계의 반대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건정심 참석 관계자는 "대한의사협회에서 첩약급여화를 반대하는 시위를 예고하자, 해당 안건을 논의에서 일단 제외한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료계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한방첩약을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것은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행위라며, 시범사업 연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한의사 내부에서도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뤄지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진행한 첩약급여화에 대한 투표 결과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한의사들이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전면 폐지를 주장했다.
한의협은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온라인 전자투표시스템을 활용해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의 지속 추진과 전면 폐기에 대한 전 회원 투표를 진행했다.
해당 투표는 홍주의 한의협회장이 첩약급여화 2차 시범사업의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담화문 직후 진행된 것으로 홍주의 회장은 담화문에서 "한의약이 국민에게 더 바르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격려와 채찍의 의미로 '찬성'으로 의견을 모아줄 것을 간곡하고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홍 회장의 간곡한 부탁에도 투표 참여자 1만 7068명 중 절반에 가까운 48.18%가 시범사업 전면 폐기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