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영 의원, 4일 의대정원 확대 연속토론회 개최
고경남 교수 "의대정원 확대 낙수 효과 미비할 것" 우려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의사가 늘어나더라도 해당 인원이 필수의료 과목이나 지역의료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의대 교육현장에서도 나왔다.
최근 정부가 시행한 의대정원 수요조사 역시 의료 수요 예측이 기준이 되기보다 대학의 이해관계만 반영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4일 국회에서 '의대정원 확대 연속토론회 제1차'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고경남 교수(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의료 현장에서 바라본 의대정원 확대'를 주제로 발표하며, 의과대학에서 바라보는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비판적인 시각을 냈다.
고경남 교수는 현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입학사정관으로도 근무하며 최근 몇 년간 울산의대 입학관리를 해온 전문가다.
우선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서 지난 11월 실시한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의사가 되고 싶어하는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고 교수는 "경제적 보상이 과거보다 훨씬 중요해졌다"며 "결국 경제적 보상과 직업의 안정성이 의사를 선택하는 주요 키워드가 됐다"고 설명했다.
설문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8년과 2023년을 비교했을 때 '돈을 많이 벌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응답한 학생이 초등학생은 15.4%, 중학생은 9.9%, 고등학생은 5.8% 증가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서'라고 응답한 수치는 각각 4.0%, 9.9%, 20.3% 감소했다.
고 교수는 "종합하면 좋아하지 않더라도 돈을 벌 수 있다면 한번 가보겠다는 학생이 늘어난 수치"라며 "이는 학생들이 의대를 마치고 나중에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예측할 때 중요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의대정원 증원 정책이 필수지역의료 불균형을 보완하기 위한 시도라는 정부의 설명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소아청소년과를 진료하고 있는 입장에서 필수의료과가 낙수과가 됐다는데 기분이 우선 좋지 않다"고 꼬집은 고 교수는 "요즘 인턴들도 재수, 삼수해서 본인이 원하는 과, 전망이 좋은 과로 가려고 하지 지금 환경이 안좋은 과로 밀려나오지 않는다"고 현실을 짚었다.
실제로 2023년 하반기 전공과목별 전공의 추가모집 지원율을 살펴보면, 재활의학과와 정형외과, 성형외과 등 인기과는 모집 인원 대비 경쟁률이 3대 1정도 되지만, 필수의료과목으로 분류되는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는 모집인원대비 한참 못 미치는 지원을 받았다.
전문의를 취득하지 않고도 일반의로 개업하는 경향이 늘어난 추세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고 교수는 "지금은 전문의를 하지 않더라도 일반의로 개원할 수 있는 옵션이 부풀었다. 미용과 비급여 시장, 실비 시장에서의 의료 수요가 많이 늘었기 때문에, 전문의를 하지않더라도 개원해서 정상적인 의사활동, 경제적으로 충분히 보상받는 의사활동을 할 수 있다"며 "전문의를 따지 않으려는 인턴들도 많다"고 밝혔다.
최근 5년간 일반의원으로 신규 개원한 979곳 중 피부과는 843곳으로 가장 높았는게 고 교수의 설명이다.
고 교수는 "지금 필수의료 요구도도 커지지만 미용, 비급여, 실비 수요도 굉장히 늘어나고 있다. 이는 막을 수 없다"며 "결국 의대정원을 늘렸을 때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도 늘겠지만, 결국 미용, 비급여, 실비 쪽을 담당하는 의사가 더 늘어날 것이다. 정부가 오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의료 문제로 대두되는 응급실 뺑뺑이와, 소청과 오픈런 현상은 전체 의사수 부족이 아닌 응급의료체계 부족과 소청과 전문의가 성인 진료, 미용 진료를 선택하는 환경이 문제"라며 "수도권 쏠림 현상은 지역 의사가 부족해서가 아닌, 지방 대학병원에서 다음주 수술해준다해도 두달 뒤 수술받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는 사회적 문제와 맞물려있다. 읍면단위 의사 부족은 공공의료로 해결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정부의 의대정원 수요조사 방식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의료 수요에 맞게 정원을 생각해야하는 정부가 대한의사협회 반발로 정원을 늘리고 싶어하는데만 수요를 조사했다. 수요조사가 결국 각 대학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수치다"고 말한 고 교수는 "정부는 교원과 교육시설 등 현재 보유하고 있는 역량만으로 양질의 의학교육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숫자를 조사했다지만, 판단의 주체가 대학 자신이다. 신중하게 판단해야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