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수련병원 전공의 늘었고, 소청과 지원율도 상승" 자평
의료계 "인기과 쏠림 현상 심화…필수의료는 여전히 미달 사태"
보건복지부는 수도권과 지역 전공의 정원 비율을 역전시켜 처음 적용한 결과가 효과있었다며 이례적으로 자화자찬에 나섰다. 내년도 레지던트 1년차 전기모집 결과를 정부 차원에서 먼저 공개한 것.
지역 수련병원을 찾는 전공의가 늘었고 기피과로 꼽히는 소아청소년과와 외과는 올해 보다 지원자가 늘었다고 자평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6일 진행한 2024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전기모집 지원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지역·진료과목 간 인력 격차 완화를 목표로 지역 정원 확대, 전문과목 정원 조정을 추진해왔다. 보건복지부는 4:6이던 비수도권과 수도권 전공의 정원 비율을 5:5로 조정할 계획이었지만, 학계의 반발을 받아들여 4.5:5.5로 조정하고 내년 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 적용하기로 했다. 그 결과 내년 레지던트 정원의 55.8%는 수도권, 44.2%는 비수도권에 배정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일까지 이뤄진 내년 레지던트 1년차 전기모집은 140개 수련병원에서 접수했으며 3345명 중 3588명이 지원했다.
그렇다면 전공의 정원 조정으로 지역과 수도권 전공의 지원율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왔을까. 지역 전공의 정원 확대에 따라 비수도권 지원자도 대폭 늘었다는 게 보건복지부 분석이다.
올해 레지던트 1년차 전기모집에서 비수도권 지역의 지원자는 1140명이었는데, 내년 지원자는 1298명으로 158명 늘었다. 특히 2명에 그쳤던 소아청소년과 지원자는 8명으로 늘었고, 산부인과도 25명에서 28명으로 3명 더 늘었다.
올해 레지던트 모집에서 지원율 16.3%에 그쳤던 소청과는 전년 대비 지원율이 25.9%로 9.6%p 증가했다. 올해 203명 정원이 33명이 지원했다면, 내년에는 205명 정원이 53명이 원서를 냈다.
다만, 기피과로 분류되고 있는 응급의학과와 산부인과 지원자는 올해 결과와 비교했을 때 각각 4명, 11명 줄었다. 다만, 기피과로 분류되고 있는 응급의학과와 산부인과 지원자는 올해 결과와 비교했을 때 각각 4명, 11명 줄었다. 응급의학과는 비수도권 정원을 69명에서 80명으로 늘렸지만 지원자는 62명에서 60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그렇다고 수도권에 몰린 것도 아니다. 지원자는 94명에서 92명으로 감소했다.
대표적 기피과로 꼽히는 심장혈관흉부외과 지원율 역시 반대였다. 내년도 정원은 63명인데 24명만 지원해 38.1%의 지원율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보다도 13.3%p 줄어든 수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눴을 때 내년도 비수도권 정원은 28명으로 올해보다 2명 더 늘었지만 지원자는 6명에 그쳤다. 올해 10명 보다도 4명이나 적은 숫자다.
보건복지부는 "소아의료체계 강화를 위한 그동안의 정부 노력이 일정부분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라고 자평하며 "병원 내 필수 수술을 위한 지원계 인력 부족 및 정신건강 관리 중요성 확대 등을 고려해 정원을 확대한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는 지원자가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전기 모집지원 결과를 바탕으로 14일까지 필수과목 등에서 수련병원의 충분한 인력확보가 가능하도록 병원 간 정원 탄력조정을 진행하고 17일 오전 10시부터 레지던트 필기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27~28일 후기 모집 원서접수를 진행하고 내년 1월 15~16일은 추가모집 원서접수를 진행한다. 전공의 모집일정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수련환경평가본부 누리집(http://sinim.kha.or.kr/)을 통해 레지던트 및 인턴의 모집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전공의 모집 결과에 대한 정부의 해석을 확인한 의료계는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지방대병원 교수는 "정원 조정을 전체 진료과목에 적용하다 보니 지역이더라도 인기과로 몰리는 현상이 더 심해졌고 오히려 필수의료 관련 진료과목은 미달 나는 상황이 발생했다"라며 "전공의 정원 조정이 필수 지역의료 지원책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전공의 지원이 일정부분 늘었다고 하더라도 전국 지역별로 아이들의 전반적인 케어가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당장 내년에 전공의 4년차 150여명이 이탈하는데 1년차는 50여명만 투입되면 교대할 사람도 없는 현실에서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