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박변이도' 활용…178BPM 넘긴 인증샷도 흔해
"감수성 따라 영향 클 수도…분노 투영 등 주의"
"피가 거꾸로 솟는 줄 알았다"
영화 '서울의 봄'의 흥행이 이어지면서 '스트레스 지수 인증 챌린지'가 함께 화제가 되고 있다.
해당 챌린지는 영화를 보는 동안 스마트워치에서 제공하는 '스트레스 지수 측정' 서비스를 통해 본인의 점수를 기록, 해당 화면을 '#서울의 봄' 등 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것이다.
'역사가 스포'. 해당 영화는 1979년 12·12 군사 쿠데타를 배경으로 한다. 결말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후기가 쏟아진다.
개인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안정 시 성인의 심박수는 '60∼100BPM(Beats Per Minute)'정도다.
챌린지 인증샷에는 130을 훌쩍 넘는 사진부터 영화 초·중·후반 스트레스 지수를 기록한 사진도 있다. 시간별 그래프의 경우, 초반 직후부터 시종일관 '높음'을 계속 유지, 빨간 그래프로 화면을 가득 메워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스트레스 지수 측정 원리는 뭘까. 챌린지에서 사용되는 스마트워치의 스트레스 지수 측정은 보통 '심박변이도'를 활용한다.
실제 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자율신경계 측정 기기를 활용하기도 하는데, 심호흡, 혈압변화와 함께 안정시·기립시 심박수변화를 함께 측정하게 된다.
오승준 연세하늘병원장(의정부)은 "특히 우울장애나 불안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교감신경·부교감신경의 항진도를 통해 스트레스 지수 정도를 체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에 왔을 때 재는 것도 참고할 수 있지만, 스마트 워치 '스트레스 지수' 역시 환자 스스로 평상시의 사이클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 워치를 통해 1시간·30분단위의 혈압·심박수를 측정해 데이터를 모아, 진료 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의 봄 챌린지'에서는 178BPM을 넘는 인증샷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극심한 심박수의 변화. 정신 건강에는 이상이 없을까?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는 분노가 과도하게 급상승했을 경우, 영화 속 분노의 대상을 현실 속 다른 인물에 투영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재훈 아주편한병원장(경기도 수원)은 "작게는 주변 사람들에게 다툼으로 표현되거나 사회에 대한 분노, 왜곡된 해석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챌린지를 주도하는 젊은 층에서 이러한 '일반화의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분노, 스트레스를 음주로 해결하려할 경우, 전두엽 기능을 마비시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분노가 다른 쪽으로 옮겨가지 않도록 경계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사람마다 감수성이 다른 만큼, 큰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노성원 한양의대 교수(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세월호 사건 당시, 기존에 내원 중이던 환자들이 크게 힘들어 했다"며 "정신건강의 상태가 불안정할 경우 이러한 분노, 스트레스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화라는 매개체가 '간접 경험'인 만큼, 대부분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거라는 의견도 나왔다.
오승준 원장은 "영화는 간접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대부분은 당시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이 오래 지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상생활이나 정신건강에 큰 연관성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다만 개인적인 경험과 연관됐을 경우, 특정한 자극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정리했다.
권준수 서울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챌린지 열풍은 젊은 층에서 분노에 대한 동조를 표출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보인다"며 "분노가 극에 달한다고 해도, 영화 러닝타임이 2∼3시간으로 짧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