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책, 독감

한권의 책, 독감

  • 김영숙 기자 kimys@kma.org
  • 승인 2004.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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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생물학자인 지나 콜라타가 99년에 저술한 '독감(flu)'는 1918년 전세계를 휩쓸었던 독감과 그 원인균인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탐구의 여정을 기술하고 있다.

전세계의 인구감소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전염병으로서 페스트·콜레라·티프스·결핵 등에 대한 연대기는 비교적 문헌상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지만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에 전세계에 창궐한 스페인 독감은 2,5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헌에서 그에 대한 기술이나 보고가 없었다.미국에서는 '잊혀진 전염병'이었다는 당시의 독감에 대해 저자는 그 독감이 그토록 치명적이었던 이유를 알아내고 다시는 같은 재앙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한 전염병학자들의 분투와 경쟁을 시간에 따라 기술하고 있다.
사실 20세기 들어서서 독감은 우리들의 이목을 그리 많이 끌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그리고 철마다 찾아오는 독감은 예방백신을 맞으면 하등 건강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그러나 여기에는 수많은 연구자들의 좌절, 후회와 함께 열의에 찬 노력이 숨어있다.

1918년 유행독감의 원인규명을 위해서 과거 집단사망하여 매장된 영구동토 속의 사체를 발굴할 뿐만 아니라 80여년 전에 채취 보관된 파라핀 블록을 찾아 그 유전자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노고와 열성은 가히 감동적이다.각종 질환으로 사망한 환자에서 채취하여 보관된 표본이 300만점이 넘으며, 그중 17점이 독감과 관련되었다는 서술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보면 그 보관절차와 시설은 꿈이라 하겠다.

잊혀진 독감원인균과 57년 아시아독감, 68년 홍콩독감, 77년 러시아 독감, 97년 홍콩 조류독감 등을 비교검색하고 예방활동을 펼치는 과학자들의 분투, 백신개발과 이를 대량으로 접종할 것인가에 대한 고뇌, 뒤따르는 소송 등 독감에 대한 모든 기술이 미스터리 추리소설과 같은 역사서이기도 하다.

440여쪽으로 분량이 다소 길지만 흥미로움과 서스펜스로 단숨에 읽힌다.2~3년 늦게 집필되었다면 아마도 2002년도의 SARS에 대한 기술이 포함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독감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는 이 책의 일독을 모든 의료인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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