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응급의학의사회 14일 성명 "응급의학과 의사 응급실 이탈 초래"
검사 증가·진료비 폭증 '방어진료' 확산…응급의료 시 형사책임 면책 요구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14일 응급실에서 대동맥박리를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최종 선고한 대법원 판결 여파로 응급의료 붕괴와 방어진료 확산은 물론 응급의료 종사자들의 이탈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실은 응급처치를 시행하는 곳이지, 대동맥박리와 같이 진단하기 어려운 병을 100% 완벽하게 찾아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응급실은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곳이고, 외래나 후속진료로 환자들을 연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면서 응급의학을 특성을 외면한 법원의 잣대에 문제를 제기했다.
"미리 검사했으면 진단할 수 있었다는 논리는 응급실 현장을 전혀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한 응급의학의사회는 "결과가 나쁘면 의사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투사한 잘못된 예단"이라면서 "대법원 판결대로라면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환자가 나빠지면 무조건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대동맥박리 판결의 문제를 짚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방어진료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향후 연간 100만명이 넘는 흉부 관련 증상 응급환자들은 모두 CT촬영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처벌을 면하기 위한 검사 건수 증가와 진료비 폭증을 예견했다.
아울러 대동맥박리 수술이 불가능한 병원의 진료 거부로 인해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과 과밀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도 짚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진단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형사 소송으로 전공의 1년차를 10년간 소송의 굴레를 씌우고, 결국 면허를 취소하게 만들었다"면서 "생명을 살리는 보람이 아닌 진료 중 사망하면 감옥에 가는 전공은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응급의학과는 응급상황에서 예측 불가능한 일들을 매일 다루고 있다"고 밝힌 응급의학의사회는 "의도를 가지고 타인을 해치는 형사범죄와 의료행위 중 발생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동일하게 취급되는 현재의 상황이 너무나도 개탄스럽다"면서 "과도한 법적 책임과 무리한 판결이 우리나라의 필수의료를 죽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소아청소년과의 위기는 무리한 구속 수사의 영향으로 시작됐다. 내과·외과·산부인과는 과도한 배상 판결로 지속적으로 신음하고 있다"면서 "법으로 의학적 진단기준을 정하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비상식적인 진료지침"이라고 비판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의료행위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지 환자를 해하기 위한 의도를 가진 행위가 아니다. 따라서 이는 형사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응급의료행위의 적절성은 법원의 판단 대상이 아닌 전문가적 견해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의료 제공 시 형사책임 면책을 위한 대책을 즉각 마련할 것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