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직속 건강보험혁신센터 설치…지불제도 등 수가정책 개발 집중
지원 명칭 '본부'로 바꾸고 권역화…강원과 제주에도 본부 설치
'저수가'는 의료계가 필수 지역의료 붕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고 정부를 향해 수가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현실적 수가, 적정 수가에 대한 답 찾기에 나선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심평원은 최근 내년도 조직 개편안을 마련하고 실제 적용을 위한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올해 3월 심평원장으로 임명된 강중구 원장은 약 9개월여 동안 조직을 운영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첫 조직 개편을 앞두고 있다.
[의협신문]이 입수한 2024년도 심평원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심평원은 현재 29실 1연구소 10지원 131부를 29실 1연구소 12본부 133부로 개편할 예정이다. 29개 실을 관장하는 임원의 명칭도 개발상임이사에서 '보험수가상임이사'로, 업무상임이사에서 '심사평가상임이사'로 바꾼다.
조직개편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강중구 원장 직속 '건강보험혁신센터' 설치다. 이는 강 원장이 현재 어떤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원장 직속 건강보험혁신센터 아래에는 수가체계혁신실, 지불제도개발실(수가정책개발실)을 둔다는 계획이다. 이들 실에서는 수가체계, 디지털 의료기술, 공공수가, 지불제도 등 수가 관련 다양한 제도를 개발하거나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심평원 내외 다수 관계자에 따르면 강 원장은 수가 제도 개편에 특히 관심을 갖고 있으며 정책 개발을 위해 최근에는 미국을 직접 찾아 수가 제도에 대해 탐구하는 열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불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의 방향성과도 일맥상통한다.
지원의 본부화 및 2개 본부 신설은 강 원장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 심평원은 전국에 위치한 10개 지원 명칭을 '본부'로 바꿔 권역화했다. 서울지원은 서울본부, 부산지원은 부산본부 식으로 말이다. 대구, 광주, 대전에 위치한 심평원 지원은 각각 대구경북본부, 광주전남본부, 대전충청본부로 이름을 바꾼다. 경기도 수원과 의정부에 있는 지원은 경기남부본부, 경기북부본부로 탈바꿈한다.
여기에다 강원본부와 제주본부 등 2개 본부를 더 추가할 예정이다. 2014년 제8대 원장을 지낸 손명세 원장 시절 3개 지원을 추가한 이후 처음이다.
심평원은 우선 설립 추진단을 두고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7월 본격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본부를 이끌어 나가는 본부장은 '1급'인데 강원과 제주 본부장은 '2급'으로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본부 신설은 단순히 늘리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기획재정부 설득이 필요한 문제"라며 "강 원장의 대외적 영향력을 간접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조직이 확대되는 것이기 때문에 심평원 직원들에게도 힘이 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내부 적으로는 지원 명칭 변경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업무 과중의 아쉬움을 호소하는 볼멘소리도 들리고 있다. 실제 현재 지원을 본부로 바꾸려면 간판 변경은 물론이고 각종 관련 서류 및 시스템에서 명칭 변경 작업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수억원의 예산 투입도 예정돼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일상적으로 다루는 서류나 온라인 시스템에서 바꿔야 할 부분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바꾸는 작업이 필요한데 사실 단순한 일은 아니다"라며 "당연히 거쳐야 하는 작업인 만큼 조금의 실수도 없게 신경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심평원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의 이름을 붙여 지원이라고 명칭 하기보다는 관할하는 권역을 명칭에 넣는 작업은 필요하다고 본다"라며 "아직까지는 안인 단계로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 하는 절차가 먼저"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