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 에렌펠드 미국의사회장, 처음으로 동성애 공개
"게이로 출마한 것 아니지만 조명할 수 있는 기회 삼을 것"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가톨릭 사제의 동성 커플 축복을 승인, 역사적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의사회장의 '커밍아웃'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은다.
주인공인 제시 에렌펠드 미국의사회장(만 44세, 마취과 전문의)은 지난 6월 임기를 시작했다. 미국의사회장은 임기가 1년. 내년 5월까지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에렌펠드 회장은 취임이 결정된 4월 당시 AP통신, 시카고 선타임즈 등 다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동성애'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시대 변화에 가상 질병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져"
20세기 초까지만해도 동성애는 '정신병'으로 분류, 고칠 수 있는 '질병'으로 여겼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면서 동성애는 개인의 취향으로 인정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1974년이 돼서야 정신병 분류에서 동성애를 삭제했다. 사회적 낙인이 가상의 질병을 만들었다가 다시 없애기도 한 것이다.
의사단체는 일반적으로 '보수적' 이미지가 큰 단체. 이 지점에서 동성애를 공개한 첫 미국의사회장의 등장은 더욱 이목을 끈다.
에렌펠드 회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게이로서 미국의사회에 출마한 것은 아니다. 다만 제 정체성의 일부"라고 밝혔다.
올해 만 44세인 그는 '최연소' 미국의사회장이라는 타이틀도 있다.
에렌펜드 회장은 "대표성과 가시성은 매우 중요하다. 직책을 맡게 된 직후 전세계에서 수 많은 메일, 편지, 전화, 문자를 헤아릴 수 없이 받았다"며 "많은 분들에게 이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 지, 모든 사람의 건강 형평성을 증진하는 데 표용성과 평등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생각하게 했다"고 밝혔다.
'대표성'과 '가시성'. 개념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차별문제를 이야기하는 것과 실제 동성애자가 의사단체의 대표가 되는 것. 그 사이의 파급력과 효과, 이에 대한 기대감은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성애자로서의 경험이 미국의사회장 활동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게이로서, 게이 부모로서 의료 시스템을 경험하면서 긍정적·부정적 경험을 모두 했다"며 "회장 재임 동안 이를 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교황청은 18일 '간청하는 믿음' 제목의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동성 커플 축복 공식 승인 사실을 밝혔다.
정규 의식·미사 중의 동성 커플 축복은 제외, 절반의 전향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가톨릭교회가 그간 동성애를 배제해 온 만큼, 역사적 전향을 시도했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월에도 "동성애를 가진 분들도 하느님의 자식입니다. 하느님은 그들을 사랑하십니다. 그들과 함께 하십니다"라며 동성애를 인정하는 발언을 해 주목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