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불참 요구는 공정거래법 위반" vs 대개협 "공문 하나 안 보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반대 표명했다고 협박"…산부인과도 성토, 소청과는 '고발'
보건복지부가 비대면진료 확대 불참 움직임을 보이는 의사단체들의 고발 가능성을 시사하며 엄포를 놓자, 의료계 곳곳에서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불과 지난주 12일 비대면진료 보완을 위한 의료계와 핫라인을 약속했던 보건복지부가 6일 만에 의료계를 겁박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고발 등 엄중 조치 선언이 실제 고발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사건의 본말은 이렇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각과 개원의사회장들과 보건복지부는 12일 간담회를 가졌다. 의료계는 "확대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은 의료사고 위험이 높기에, 안전장치가 없다면 회원 보호를 위해서라도 그 사실을 정확히 알리고 자발적인 불참을 권고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자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와 '핫라인'을 구축해 비대면진료 관련 불편 사항이나 부당한 내용을 논의하고 보완하자고 제안했고, 대개협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논의를 약속했다.
그런데 18일 보건복지부가 "대개협 등 사업자단체가 회원을 대상으로 단체 차원의 불참을 요구하고 있는데, 사실상 부당한 제한행위에 해당하므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 후 공정거래법 위반이라 판단되면 시정명령, 과징금, 고발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에 대개협은 19일 "핫라인 소통을 합의한 상황에서, 의료계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일부 반대의견이 있다고 엄중 조치하겠다는 협박성 발언에 경악한다"고 맞섰다.
특히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본회는 12일 회의 이후 비대면진료 거부를 선언하거나 회원에게 거부하라는 안내문 하나 보낸 적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도 김동석 대개협회장은 지난 14일 [의협신문]과 통화에서 "회원들의 비대면진료 불참을 부러 강권하지는 않는다"며 "회원·국민 안전 차원에서 의료사고와 책임전가 위험성 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자연스러운 불참을 유도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보건복지부의 조규홍 장관, 박민수 차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국장을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죄목은 형법상 협박죄, 강요죄, 업무방해죄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와 대면으로 만나 긴밀히 소통하고 보완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한 지 불과 6일 만에, 엄중조치하겠다고 나서며 스스로 약속을 저버렸다"고 규탄했다. 또 "비대면진료는 미국에서도 이미 폐기 모델로, 아이들과 어르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러시안 룰렛"이라며 "국민생명과 현장 의료전문가의 경고에도 아랑곳않고 생명보다 이익을 중시하는 조치를 강행하는데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유관단체 입장으로서 정부 정책에 얼마든지 반대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민주주의 국가임에도, 회원들에게 불참을 권고한 적이 없는데도 사실을 호도하고 협박하는 것에 유감"이라고 19일 밝혔다.
산부인과의사회는 15일 "대한의사협회와 정부가 합의한 비대면진료 기본원칙에 위배되는 확대 시범사업을 거부하기로 긴급 의결했다"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참여에 따른 의료사고 등으로부터 회원을 보호할 수 없으니 자제를 요청드린다. 참여회원은 명단을 작성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알린 바 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단체 회원에 대한 결의는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반대의 일환으로, 회원들의 시범사업 참여를 직접적으로 방해하거나 회원의 사업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할 계획은 없다"며 "보건복지부와 핫라인을 통한 논의에 합의한 대개협의 요청을 받아들여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선제적으로 방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