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 급여, 수가 올리고 디스크·비염까지 확대…의료계 "즉각 중단하라"

첩약 급여, 수가 올리고 디스크·비염까지 확대…의료계 "즉각 중단하라"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3.12.2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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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건정심에 시범사업 확대안 보고…재정 1940억 투입 추정
장외 반대 시위 의협 "과학적 근거 없는 사업 비호 행태 이해 못해"

보건복지부가 한의계 대상 첩약 시범사업 대상기관을 확대하고 수가를 올려 약 2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사업 효과성이 없다며 강하게 비판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 성과 및 확대·연장 계획을 보고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부터 건정심에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확대 안건 상정 기회를 노렸지만 번번히 보류하다가 결국 이달 들어 두 번째로 열리는 대면 건정심에 상정했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확대계획을 보고했다. ⓒ의협신문
보건복지부는 20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확대계획을 보고했다. ⓒ의협신문

첩약 급여 시범사업은 2020년 11월부터 뇌혈관질환 후유증(65세 이상), 안면신경마비, 월경통으로 동네 한의원을 찾는 환자에게 첩약 처방을 급여화했다. 수가는 첩약 관련 행위를 변증·방제(3만5500원)와 조제·탕전(3만3200~4만5360원)으로 구분해 포괄수가로, 약재는 질환별로 상한가격(3만2620~6만3610원)을 설정했다.

시범사업 운영 기간 동안 전체 한의원 1만4557곳 중 62% 정도 되는 9025곳이 선정, 이 중에서도 33.2%(2992곳)만 실제로 첩약을 처방했다. 첩약 처방을 받은 환자는 약 4만5000명이고 9만1000건의 처방이 이뤄졌다. 그렇다보니 건강보험 재정도 예상 지출액(최소 1161억원)의 3.9% 수준인 45억1000만원만 투입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동국대와 한국한의학연구원, 대구한의대, 원광대가 수행한 첩약 급여 관련 연구 결과를 확인하고 자문단을 통해 시범사업 운영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후 첩약 급여 시범사업 대상 질환을 허리 디크스(요추추간판 탈출증), 알레르기 비염, 기능성 소화불량으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65세 이상으로 제한했던 뇌혈관질환 후유증도 전체 연령으로 넓히기로 했다. 

시범사업 참여 기관도 기존 한의원에서 한방병원을 비롯해 한방 진료과목을 운영하는 병원 163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수가 역시 올렸다. 심층변증방제기술료는 4만5510원으로 현재보다 1만원 정도 더 상향 조정했다. 약재비 역시 4만1450~7만4450원으로 인상했다. 첩약 급여일수와 한의사 1인 기준 최대 청구 기준도 완화했다.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 착수 준비를 거쳐 내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된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후 2026년까지 건강보험 재정은 1940억원이 투입될 것이라는 추측도 함께 내놨다.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왼쪽)과 김교웅 한방대책특별위원장은 20일 건정심이 열리는 국제전자센터 앞에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확대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의협신문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왼쪽)과 김교웅 한방대책특별위원장은 20일 건정심이 열리는 국제전자센터 앞에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확대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의협신문

의협, 첩약 급여 시범사업 중단 주장하며 "과학적 검증 먼저" 

상황이 이렇자 의료계는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강추위 속에서도 20일 건정심이 열리는 서울 국제전자센터 앞에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020년 9·4 의정합의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은 "의정합의문에 따르면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발전적 방안을 의협과 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라며 "보건복지부는 첩약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1차 시범사업을 일방적으로 실시했고 구체적 방안에 대한 논의도 없이 2차 시범사업까지 추진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 기반 강화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커진 만큼 첩약 급여화에 국민 혈세를 낭비하기 보다 필수의료 지원과 발전을 위한 정책 추진에 관련 재정을 사용해야 한다"라며 "진정으로 국민에게 적절한 진료 선택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과학적 검증이 선제적으로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한방대책특별위원회도 시범사업 확대의 근거가 부족하다며 목소리를 더했다. 김교웅 위원장은 그는 "환자 만족도가 90%가 넘는데 본인부담률을 50%에서 30%로 낮춘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결정"이라고 지적하며 "음식점도 재료의 원산지를 표시하는데 질병과 직결된 약재의 원산지 표시가 결정되지 않았다. 특히 한약재에 들어가는 전갈, 전갈꼬리, 죽은누에, 지렁이, 당나귀 가죽 같은 동물성 재료의 원산지도 확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효과도 알 수 없고 안전성도 입증되지 않은 한약을 임상시험 당해야 하는 환자의 건강 위협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유효성,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은 첩약이 좀 더 과학적인 근거를 갖춰 국민 건강에 기여하도록 해야 할 보건복지부가 오히려 그들을 비호하고 재정을 증원해 투입하는 등의 행태를 보이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건정심 회의장에서는 의협측 위원이 시범사업 확대 반대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냈다. 연준흠 보험이사는 "시범사업을 유지하더라도 과학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해야 한다"라며 "기존질환을 유지하고 수가를 상향 조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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