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이름 바꿨지만…부정적 인식 개선 못해

'조현병' 이름 바꿨지만…부정적 인식 개선 못해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3.12.2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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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관련 언론보도 폭력 범죄 연루 등 갈등 프레임 치중
불합리한 공포·낙인 조성…편견 없는 미디어 프레임 만들기 중요
의료 이용행태에도 나쁜 영향…부정적 보도늘수록 입원빈도 높아져

'조현병'이 바뀐 이름만으로는 사회적 편견과 낙인, 부정적 인식을 개선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신질환에 대한 언론보도가 폭력 등 범죄와 관련된 갈등 프레임에 치중하면서 불합리한 공포와 낙인을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정신질환, 특히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편견 없는 미디어 프레임이 중요하며 이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유상 대한조현병학회 이사장(용인정신병원장·교신저자)과 김일빈 차의과대학 교수(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제1저자)가 '한국에서 정신분열병에서 조현병으로 명칭변경이 사회인식에 미치는 미디어 프레임 효과 분석' 논문을 <BMC Psychiatry> 11월호에 발표했다.

대한조현병학회와 대한신경신과의학회는 지난 2012년 사회적 편견과 낙인 해소를 위해 '정신분열병' 명칭을 '조현병'으로 바꿨다. 

연구진은 2005∼2018년 국내 온라인 검색엔진인 Naver.com을 통해 수집된 800여개 미디어사의 뉴스 기사를 분석했다.  

뉴스 기사 내 조현병 관련 주요 토픽과 키워드를 식별하고, 시간에 따른 변화를 분석했으며, 건강보험 빅데이터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사용해 조현병 환자들의 입원 빈도에 대한 정량적 역학 분석을 수행했다.

또 이번 연구의 주요 목표인 조현병 명칭 변경이 미디어 프레임과 사회적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기 위해 미디어 보도의 변화와 이로 인한 사회적 인식 변화, 조현병 환자들의 입원 빈도 관련성 등을 살폈다. 

분석 결과 조현병 명칭 변경 후 언론 보도에서 갈등 프레임은 약 5배 증가했다. 주로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폭력적 범죄 연루 관련 보도가 주를 이뤘다. 

반면 조현병에 대한 의료적인 증상, 연구, 치료 등에 관한 지식 및 정보 전달 관련 보도는 절반으로 줄었다. 조현병에 대한 의학적 지식과 정보가 더 이상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여겨지지 않게 됐다는 판단이다. 

미디어 보도 프레임의 변화는 조현병 환자를 강력 범죄에 연루시키는 고정관념을 증폭시키는 사회적 인식을 초래했으며, 질병의 명칭 변경 만으로는 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부정적 인식을 개선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이용 패턴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조현병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증가할수록 입원 빈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유상 이사장은 "언론보도는 정신질환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우리 나라 언론의 정신질환 관련보도는 범죄와 관련된 갈등 위주의 미디어 프레임이 주를 이루는데 이는 정신질환에 대한 불합리한 공포와 낙인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정신질환, 특히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편견 없는 미디어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언론인들은 정신질환 관련 언론보도의 다양화와 범죄와 살인 등 갈등 프레임의 보도에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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