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한림원, '현명한 선택 캠페인 심포지엄'…6개 학회 리스트 공개
의사-환자, 상호 존중 속 소통 근간으로 적정 진료 서비스 제공에 방점
'비만, 생활습관 관리없는 단독 약물치료 자제'·'노인 암 검진 필요시에만' 등 권고
각 전문학회가 개발한 '현명한 선택' 리스트를 의료현장에 적용한 결과, 하지말아야 할 의료행위의 지속적인 감소가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21일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현명한 선택 캠페인 심포지엄 2023'를 열고, 대한노인병학회·대한방사선종양학회·대한비만학회·대한성형외과학회·대한정형외과학회·대한핵의학회에서 개발한 리스트를 공개했다.
또 현명한 선택 목록은 의료현장에서 적용한 사례 보고회도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현명한 선택 캠페인의 국내 도입과 확산을 주도했던 고 안형식 고려의대 교수(예방의학)의 추모식도 진행됐다.
지난 2012년 미국내과의사재단에서 시작된 '현명한 선택'(Choosing Wisely) 캠페인은 의료전문인 스스로 환자에게 이득에 비해 잠재적 위해가 높은 의료행위에 대한 목록을 작성·보급함으로써, 의료서비스 질 제고뿐만 아니라 환자-의사 간 공동의사결정을 촉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현재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호주·영국 등 30개국 이상에서 진행하고 있다. 최근 <BMJ>에서도 과잉 의료행위를 감소시키는 근거 기반 접근방법으로 현명한 선택 캠페인을 소개하고 개별 국가의 의료시스템과 무관하게 모든 사람에게 적용가능 한 목록에 대해 특집기사를 구성했다.
국내에서는 2015년부터 현명한 선택 캠페인이 소개됐으며, 2017년 대한영상의학회, 2020년 대한내과학회 등 5개 전문학회의 리스트 개발을 시작으로 올해 기준 31개 전문학회의 참여하고 있으며, 28개 학회는 리스트 개발을 마쳤다.
올해 심포지엄에서는 현명한 선택 캠페인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함께 대한노인병학회, 대한방사선종양학회, 대한비만학회, 대한성형외과학회, 대한정형외과학회, 대한핵의학회 등 6개 전문학회가 리스트 개발 결과를 발표했다.
대한노인병학회 리스트에는 ▲노인에게는 가능하면 5가지 이상의 약물을 처방하지 않는다 ▲노인에게는 약물 부작용 확인 없이 처방하지 않는다 ▲노인의 불면증, 섬망에 대해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첫 번째 선택으로 하지 않는다 ▲노인의 소변검사에서 세균이 검출되더라도 요로감염 증상이 없으면 항생제 처방을 하지 않는다 ▲노인의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폐암 검진은 기대여명이 낮거나 검사 및 치료의 위험성에 비해 필요성이 낮으면 하지 않는다 ▲노쇠하거나 인지기능이 떨어진 노인의 당뇨병 치료 시에 당화혈색소 목표를 엄격하게 잡지 않는다 등이 권고됐다.
대한비만학회 리스트에는 ▲체중편견/체중낙인을 갖고 환자를 대하지 않는다 ▲생활습관 관리없이 약물치료 단독으로 권하지 않는다 ▲허가받지 않은 약물을 사용하거나, 인정되지 않는 병용요법을 권고하지 않는다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을 체중감량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유행다이어트(식이요법)는 시행하지 않는다 ▲미용 목적으로 비만대사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등이 포함됐다.
이 밖에 4개 전문학회도 각 학회가 개발한 리스트를 공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현명한 선택 목록에 대한 현장 적용 사례도 소개됐다.
일산병원은 2022년부터 의료기관 현장적용을 시작했으며, 기존에 개발된 학회의 현명한 선택 목록 중 일산병원에서 적용가능 한 목록을 검토했으며, 현장적용 이후 하지말아야 할 의료행위의 지속적인 감소가 유지됐음을 성과로 보고했다.
현명한 선택 캠페인은 환자와 의사의 대화로부터 출발한다.
의사와 환자는 서로 존중 속에서 소통을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검사 또는 치료가 정말 필요한지, 어떤 위험(부작용)이 있는지, 더 간단하고 안전한 방법이 있는지, 검사나 치료 없이 관찰하는 것은 어떤지, 진료비용은 얼마인지 등 5가지 질문을 근간으로 적정진료를 실시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
'현명한 선택 심포지엄'은 2021년 이후 해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의 주최로 열리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도 각 학회에서 개발된 목록을 발표함으로써 근거가 부족하고 환자에게 이득에 비해 위해가 상대적으로 큰 진료행위가 이뤄지는 의료환경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을 논의했으며,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현장에서 전문가와 환자 간 신뢰 기반 소통 문화 형성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