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일가족 사망 '예견된 참극'…억울한 죽음 더는 안돼"
소아당뇨 환자·가족 비극적 현실·아픔 외면…"맞춤형 지원 나서야"
최용재 아동병원협회장 "병든 어린 환자·부모들의 절망에 연민뿐"
"소아당뇨 환자에 대해 우선적으로 18세까지만이라도 국가책임제 도입이 시급하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최근 발생한 소아 당뇨 환자 일가족 사망과 관련 '예견된 참극으로 일종의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정하고 적어도 18세까지만이라도 우선적으로 국가책임제 도입을 주장했다.
소아당뇨 환자는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라는 질병 특성상 가계 부담이 매우 큰 만큼 적절한 치료와 환자 가족의 삶의 질 향상 등을 위해 국가가 전적으로 질환을 책임지는 국가책임제를 도입해 제2, 제3의 비극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소아 당뇨는 확진되더라도 진료만 꾸준히 잘 받으면 충분히 건강한 생활을 누릴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제도적 결함 탓에 부모와 소아 환자들이 큰 고통을 겪으며 원망 속에 삶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우리들은 이같은 아픔을 외면해 온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소아당뇨 환자들이 의료 현장에서 제대로 치료받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아동병원협회는 "소아 당뇨에 대한 설명은 장시간을 요할 수 밖에 없어 소아당뇨 환자를 제대로 보면 대기 환자들의 불만으로 이어진다. 장시간 대기 민원을 한 번이라도 당해 보면 소아당뇨 환자를 직접 볼 생각은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못하게 된다. 게다가 3분 진료 감기 환자와 똑같은 비현실적 진료 수가는 소아 당뇨 환자를 볼 엄두를 낼 수 없게 만든다"면서 "이는 자연스럽게 1형 소아당뇨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의 감소를 불러왔다. 소아 당뇨 환자는 기피 대상이 돼 제도가 만든 의료사각지대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사회적 비용은 개인의 비극으로 전환되고 힘 있는 제도 설계자들과 제도의 실행자는 아주 오랜 시간동안 이 비극을 외면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의료현실을 진단했다.
소아당뇨 환자들의 진료는 시간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질환이라는 얘기다.
아동병원협회는 "전공의 등 의료 인력이 부족하면 교수들이 직접 하루 4번 혈당 콜을 직접 받아야 하고 환자가 내원하면 소아 당뇨 환자 집중 교육도 해야 한다"라며 "연속혈당기 측정이나 자가혈당기 측정 기록은 매달 방문 때마다 책 한 권의 분량이 된다. 의사는 이 기록지를 다 읽어보고 개별적인 용량 변경과 대처 방법을 처방해야 한다. 이걸 어떻게 단돈 1만원으로 다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정부가 환자 지원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제1형 소아당뇨 환자 치료에는 의료보험 혜택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연방 보험 프로그램인 메디케이드와 사회보장장애보험(SSDI)은 소득이 낮은 가족과 장애를 가진 환자에게 금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아동병원협회는 "미국 정부는 당뇨병 관리에 대한 교육과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웹사이트를 구축해 운영하고 국립당뇨병및소화기질환연구소(NIDDK)에서는 관련 정보와 연구를 지원하고 있고 소아당뇨 환자를 위해서도 환자맞춤형 지원에 나서고 있다"면서 "미국 학교에서는 아동에게 인슐린 주사 및 혈당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긴급 상황 대비를 위한 행동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짚었다.
법·제도적 틀도 완벽히 갖추고 있다.
아동병원협회는 "무엇보다 미국에서는 연방 법률을 통해 당뇨병 환자를 보호하고 지원한다. 미국 장애인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ADA)는 당뇨병 환자에게 고용 및 교육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합법적인 조치를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정책과 규정은 제1형 소아당뇨 환자와 가족들에게 환자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소아당뇨 환자들이 건강하게 삶을 유지하고 사회의 생산적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라며 "이 제도를 보는 한국의 전문가들은 자식 살해와 부모자살이라도 해야 허겁지겁 부랴부랴 무슨 장비값을 지원하겠다는 발표를 하는 당국을 보면서 이 나라에서 투표권 없이 병든 어린 국민과 절망에 빠진 젊은 부모들에 대한 연민에 가슴이 메일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소아당뇨 환자들의 건강권과 행복권을 위해 우선적으로 18세까지만이라도 국가책임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최용재 아동병원협회장(경기 의정부·튼튼어린이병원장)은 "우리나라도 소아 당뇨 환자와 가족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최소 18세가 될때까지만이라도 장애인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 진료비 지원을 포함,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시스템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제1형 소아당뇨 환자는 관리되지 않으면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나 장기 관리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은 큰 부담과 절망감이 병존한다. 현실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소아당뇨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이 거의 없어 장거리 치료를 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 적절한 교육과 지원으로 당뇨병을 관리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정책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