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휴가 습관이 미치는 영향? 12일 JAMA 게재
연간 휴가 3주 미만인 의사, 번아웃 비율 높아
휴가 중 하루에 30분씩이라도 환자 관련 업무를 볼 경우, 번아웃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의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연구인데, '업무량 세계 1위'를 달리는 우리나라 의사들 역시 주목해 볼만 하다.
'온전한 휴가' 의사라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환자와의 간단한 상담, 환자의 상태에 따른 조치, 평소 하지 못했던 연구작업 등 여러 사유로 휴가 중 환자 관련 업무를 보게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잠깐'의 휴가 중 업무도 번아웃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해당 연구는 미국의학협회(AMA)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12일 게재됐다.
크리스틴 A. 신스키 박사(미국의사협회) 연구팀은 미국 의사 3024명을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밝혔다.
설문조사에서 미국의사 59.6%는 휴가기간이 3주 이하라고 답했다. 환자 치료 관련 업무를 포함, 휴가기간 중 업무를 수행한 경우는 70.4%에 달했다.
연구팀은 먼저 휴가기간에 따른 번아웃 확률을 분석했다.
매년 16~20일(Odds Ratio 0.66, 95% CI 0.45~0.98) 또는 20일 이상(OR 0.59, 95% CI 0.40~0.86) 휴가를 다녀온 의사는 전혀 휴가를 가지 않은 의사에 비해 번아웃 확률이 낮았다.
또 휴가기간동안 업무를 보지 않았을 경우에도 번아웃 확률은 낮았다(OR 0.74, 95% CI 0.63-0.88).
반대로 휴가 중 환자 관련 업무를 진행한 경우는 어떨까. 연구 결과 휴가 중 하루 30분 이상을 할애하는 경우, 번아웃 비율은 더 높게 나타났다.
하루 30∼60분을 할애한 경우는 OR이 1.58(95% CI 1.22-2.04)로 발생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높았다. 60∼90분씩 할애한 경우는 OR 1.97(95% CI 1.41-2.77)로 더 높아졌고, 90분 이상의 경우 OR 1.92 (95% CI 1.36-2.77)로 60분 이상과 유사한 수치를 보였다.
연구에서 미국 의사의 63%가 번아웃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번아웃은 '마슬락 소진측정도구(Maslach Burnout Inventory'를 사용해 측정했다.
연구팀은 "많은 의사들이 할당된 휴가를 온전히 사용하지 못했다. 또 휴가중에도 환자 관련 업무를 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었다"며 "의사에게 업무에서 벗어난 시간과 질이 모두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의사의 번아웃이 환자 진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연구팀은 "의사들도 다른 업무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다. 주기적으로 업무에서 완전히 벗어나 재충전하고 싶은 인간적인 욕구가 있다"면서 "충분한 휴가 등을 통해 번아웃을 줄이고, 이직률 감소, 의료 서비스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정리했다.
설문조사는 2020년 11월 20일부터 2021년 3월 23일까지 3128명의 미국 의사를 대상으로 요청했다. 총 3024명(96.7%)이 한 항목 이상의 답변을 완료했다. 응답자의 대부분은 남성(62%)이었고, 연령대는 35~64세의 분포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