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숫자 공문 이후 얼굴 맞댄 의-정 기류 '냉랭'
양동호 단장 "의-정 신뢰에 찬물 끼얹었다" 강력 비판
"보건복지부의 일방적 공문은 대화와 협상의 당사자를 무시하는 행위다. 의정 간 신뢰에 찬물을 끼얹는 매우 부적절한 처사다."
대한의사협회 양동호 단장(광주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보건복지부를 향해 강하게 유감을 표시했다. 25차 의료현안협의체가 열리기 불과 이틀 전 '적정한 의대정원 숫자'를 써내라는 보건복지부의 공문을 받은 직후 마주 앉은 자리에서 양 단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과 보건복지부는 17일 제25차 의료현안협의체를 열었다. 본격적인 회의 시작 전 양동호 단장은 이틀 전 있었던 보건복지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5일 의대정원 확대의 구체적인 숫자를 묻는 공문을 의협에 발송, 22일이라는 시한까지 정해놓고 답변을 요구했다. 의협은 의료현안을 다루는 대화 채널이 매주 가동되고 있음에도 의사인력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인원을 묻는 공문을 따로 보내는 것이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양 단장은 "의협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밤샘토론,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협의체에서 (의대정원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강력히 제안했고 지금도 이 문제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임하고 있다"라며 "적극적인 자세로 의대정원 논의를 시작하고 있는 시점에서 일방적으로 공문을 보내는 것은 대화와 협상의 당사자를 무시하는 행위이고, 의정 간 신뢰에 찬물을 끼얹는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해 결론을 낼 것을 재차 요구한다"라며 "필요하다면 끝장토론, 밤샘 토론을 통해서라도 의대정원에 대한 서로의 입장 및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공개하고 빠른 시일 안에 결론지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하루빨리 마무리할 것을 다시 한번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서정성 총무이사 역시 구체적인 확대 숫자를 제시해야 하는 당사자는 '정부'라고 선을 그었다.
서 이사는 "의대정원 증원을 지역 필수의료 살리기 필수 조건이라고 한 당사자는 정부"라며 "의료계는 일관되게 지역 필수의료 살리기는 의사인력을 재배치 하는 게 먼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계가 먼저 의사 수를 늘리자고 했다면 당연히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먼저 의사 증원 문제를 꺼내놓고 의견 수렴을 하겠다며 구체적인 숫자를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며 "의사 증원이 지역 필수의료 살리기 해법은 아니라는 게 의협의 일관된 주장"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 밤샘토론 제안에 "협의체는 합의 단체 아니다"
의협은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지난해 말 23차 회의 때부터 '밤샘협상'을 통해 합의를 보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의료현안협의체가 말 그대로 '협의'를 하는 조직이지 협상을 통해 나온 결론이 실제 정책에 반영되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김한숙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의료현안협의체가 현안을 갖고 협의를 하는 것이다. 합의 단체는 아니고 협상 단체도 아니다"라며 "끝장토론을 해서 일치된 의견을 만들어 실제로 발표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단계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각계가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상황에서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위해 의료계 대표 단체인 의협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라며 "객관적인 데이터를 갖고 협의체에서 논의를 하자고 하면서 공식적으로는 의견을 제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협의체 논의를 더욱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의협의 공식 의견도 미리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