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에 10조원 이상 투입…재정 관리는?

필수의료에 10조원 이상 투입…재정 관리는?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4.02.0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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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건보종합계획 공개…'필수의료 강화-재정 효율화' 핵심
지불제도 다양화 위해 '혁신계정' 만들고 총요양급여비 2% 따로 관리
2026년부터 적자 전환…2028년까지 적립금 28조원 유지 목표

정부가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 이어 건강보험 재정 투입 계획을 공개했다. 행위별수가제 이외 다양한 지불제도 적용 시범사업을 위해 총요양급여비 중 2%는 따로 관리하기로 했다. 상대가치점수 조정 주기를 단축해 매년 진행하는 수가협상과 주기를 연계할 수 있도록 목표를 조정했다.

이 같은 계획을 통해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2026년부터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전환, 2028년에는 적자 금액이 1조5836억원까지 늘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다만 정부지원금을 포함해 준비금은 28조원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의협신문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4일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의협신문

보건복지부는 4일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중장기 건강보험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 정부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이라면 이번 정부의 건보 계획은 '필수의료 강화 및 재정 효율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보건복지부 역시 지난 건강보험 정책은 보장률 제고에 편중돼 ▲수도권․대형병원 쏠림에 따른 지역의료 공백 ▲진료량 감소 및 보상수준 불균형으로 인한 필수의료 기피 ▲본인부담 감소로 인한 불필요한 의료이용 증가 등의 구조적 문제가 더 악화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행위별수가제 집중 지불제도 개편 계획은?

보건복지부는 행위별수가제에 집중돼 있는 지불제도를 다양화할 예정이다. 우선 해마다 있는 수가협상, 즉 환산지수 계약 기반 획일적 인상 방식을 개편해 상대가치점수와 연계해 행위별 수가의 상시 조정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수가협상 이후 의원급부터는 올해 환산지수 인상률을 행위별로 쪼개서 달리 적용하려는 시도를 했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이를 올해 수가협상부터는 병원급까지 확대해 행위별로 환산지수 인상률이 차등을 두는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5~7년 주기로 이뤄져 왔던 상대가치점수 조정도 2년으로 대폭 줄어든다. 올해부터 3차 상대가치점수가 적용됐으니 2년 안에 4차 상대가치점수 조정이 이뤄진다는 이야기다. 보건복지부는 더 나아가 상대가치점수 조정을 매년 상시적 조정체계로 전환을 추진한다.

행위별수가제 일색에서 벗어나 수가 유형도 다양화한다. 현재 행위별수가제 이외 포괄수가제 등 대안적 지불제도의 비중이 5.5% 정도인데 이를 11%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 곱으로 발생하는 수가에다 비용을 추가로 얹어 주는 수가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보완형 공공정책수가'로 이름 지었다. 이미 도입한 지역수가, 안전정책수가, 정책가산 등이 여기에 속한다.

양보다 필수의료 보장, 건강 상태 개선 등 의료의 질과 성과에 따라 기관별로 차등 보상을 제공하는 수가 형태도 있다. 지난해부터 운영 중인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 상급종합병원 외래를 축소하는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 등이 있다.

포괄수가제와 행위별수가제를 혼합한 '신포괄수가제'도 기관별 환자의 중증도, 난이도 등을 반영해 적정 비용 보상하는 방식으로 개편한다. 예를 들어 단순 폐절제술을 기준으로 난이도에 따라 수가에 차별을 둔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이처럼 다양한 지불제도 개선을 위한 모형 개발 및 시범사업 관리 등을 위해 건강보험 재정 안에 별도 계정, 일명 '혁신계정'을 설치한다. 규모는 총요양급여비용의 2% 정도로 설정했다. 지난해 진료비가 100조원을 돌파했으니 여기에 2%면 약 2조원 정도 된다.

보건복지부는 이 밖에도 필수의료 강화 정책으로 발표했던  ▲중증응급 최종치료 가산 ▲중증정신질환 보상 강화 ▲병의원급 신생아실 모자동실 입원료 50% 인상 ▲만 1세 미만 입원 가산 확대 ▲소아 중환자실 입원료 인상 등의 수행을 위해 총 10조원 이상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2026년부터 적자로 바뀌는 재정, 효율화 방안은?

그렇다면 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의 또 다른 한 축인 재정 효율화는 어떻게 계획했을까. 보건복지부는 2026년부터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전환되고, 이에 따라 준비금도 점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준비금 규모가 지난해 보험급여비 3.8개월분(약 30조원)이었다면 2028년에는 2.7개월분(28조원)만 남는다고 내다봤다.

보건복지부는 병상관리 및 의료장비 관리 강화를 가장 앞에 세웠다. 공급과잉 지역의 병상 신·증설을 제한하고 공급과잉 지역에 신·증설된 병상을 갖고 있는 의료기관은 보상률 차등 적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병상관리 강화와 함께 부실기관 퇴출도 함께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의료법인 간 합병, 출연재산 회수 같은 퇴출 기전을 마련해 부실 의료기관에게 정리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 

3년째 추진만 하고 있는 병상 공동활용 폐지도 계획에 담겼다. 더불어 병상 수 기준 상향 조정 등 의료장비 설치 기준 강화도 검토한다. 도입 후 10년 이상 된 장비의 품질관리검사 주기를 단축하고 의료장비 사용 연수에 따른 수가 차등화도 도입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번 계획을 통해 꼭 필요한 의료를 튼튼히 보장하고, 합리적으로 가격을 조정하여 의료 공급을 정상화하겠다"라며 "불필요한 의료쇼핑 등 의료 남용은 줄이고, 안정적인 공급망과 의료혁신 지원체계를 구축해 미래에도 계속 누릴 수 있는 건강보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이 적정하게 받고 있는 건강보험 혜택을 계속 지원하고 필수의료 등 국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되나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영역에는 5년간 10조 원 이상을 집중 지원하겠다"라며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포함, 그간의 필수의료 대책이 안정적 재정 지원하에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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