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강도 디지털 유도 자조' 치료 시 "불안정 정서·문제행동 조절 효과"
김율리 인제의대 교수·섭식장애정신건강연구소 '영국정신의학저널' 발표
보드 캐스트(동영상 클립)를 활용한 '저강도 디지털 유도 자조(low-intensity digital guided self-help, GSH)'가 '성격 장애' 환자의 불안과 자해 행동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율리 인제의대 교수(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와 섭식장애정신건강연구소 연구팀은 '성격 장애 환자를 위한 보드캐스트를 사용한 회복 중심 자조 개입: 타당성 무작위 대조 시험' 연구 결과를 [영국정신의학저널 오픈](BJPsych Open, IF 5.4) 온라인판 최근호에 발표했다.
'성격 장애'는 정서적 문제와 대인관계 갈등으로 일상 생활이 곤란하다. 성격장애 치료를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쳐 심리적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높은 강도와 비용 문제 때문에 대다수 환자가 치료를 받지 않거나 포기하는 실정이다.
김율리 교수 연구팀은 성격장애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보드 캐스트(동영상 클립)를 활용한 '저강도 디지털 유도 자조'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성격장애 회복 경험자를 대상으로 대인관계 갈등 조절·힘든 감정 해결·회복 기술 공유·정신화 기법·긍정 사고 등의 내용을 담은 독백 형식의 동영상 클립을 제작했다.
연구팀은 43명의 성격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군 시험을 진행했다. 실험군(22명)은 기존 치료 외에 자조치료(GSH)를, 대조군은 기존 치료를 제공했다. 실험군은 일상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힘든 상황이 발생할 때 실시간으로 동영상 클립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주 1회 전화를 통해 회복 동기를 강화하고, 동영상 클립 사용을 독려했다. 개입은 4주간 지속했으며, 8주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 결과, 자조치료를 병행한 실험군은 대조군에 비해 8주 후 불안과 자해 행동이 감소했으며, 치료 종료 후 탈중심화(객관화) 능력이 상승했다.
김율리 교수는 "성격장애 치료는 완치의 개념보다는 사회적·직업적 적응을 돕는 '회복' 개념의 접근이 현실적"이라면서 "모든 성격장애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기가 어렵다면, 접근이 용이한 저강도 치료를 보급하고, 저강도 치료에 효과가 없는 환자는 고강도 장기치료를 연계하는 단계적 접근법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보드캐스트를 활용한 회복 지향적 자조 개입은 장기간 고강도 심리치료를 받기 어려운 많은 사람에게 일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치료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