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한림원 "과거 30% 증원에도 교육현장 대혼란, 당장 165% 늘린다면..."
"증원 찬성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병원계도 "우려스런 수준, 재고해달라"
2000명 규모의 의대정원 증원 계획에, 의학계와 병원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행 의학교육 여건으로는 이정도 규모의 증원은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들은 "의학교육의 질 저하가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정부에 "의대증원 규모를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내 의학부문 최고 석학단체인 의학한림원은 7일 성명을 내어 의사인력 양성 정책의 원점 재논의를 요구했다. "예상 밖 대규모 증원 발표에 대단히 당황스럽다"는 총평과 함께다.
이들은 "정부가 현 입학정원 대비 165%에 달하는 대규모 증원을 성급하게 발표했다"며 "과거 30%의 입학정원 증가에도 의과대학 교육 현장에는 큰 혼란이 있었다. 불과 수개월 내 입학정원 증원에 필요한 교육자와 교육시설이 마련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학한림원은 의사인력 양성 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의사인력 양성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독립적이고 실질적인 권한을 갖는 논의체를 구축해 원점에서 다시 신중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탄력적 의과대학 입학정원 조정이 실현될 수 있도록 즉시 의과대학 입학정원 조정제도를 확립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사전 준비없는 대규모 증원시 의학교육 질 저하가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의학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대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내 의학계 대표기관인 대한의학회 또한 같은 날 성명을 내어 "성급하고 독단적인 대규모 증원은 의학교육 질 저하는 물론 국가 과학기술 근간 무너지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기초의학은 물론 임상의학 교수도 부족한 의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 정도의 대규모 증원은 필연적으로 교육 질 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으며, 졸업 후 수련 대책 등 증원에 따른 부작용 역시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고, 이는 결국 전공의 교육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진단과 함께다.
의학회는 "급격한 의대 증원으로 이공계 인력이 의료계로 유입돼 국가 과학기술 근간이 무너질 것"이라며 "향후 194개 회원 학회의 뜻을 물어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의대정원 증원에 줄곧 찬성입장을 밝혔던 병원계도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대한병원협회·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대한중소병원협회·국립대학병원협회·대한전문병원협회·대한수련병원협의회 등 병원계 단체들은 6일 공동성명을 내어 "정부가 오늘 발표한 증원규모는 의료계 내에서 많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라며 정부에 "의대증원 규모를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양질의 의사를 양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의학교육의 질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결국 피해는 우리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국가 미래 의료와 적절한 의학교육의 질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