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 "의대 졸업생 아닌 양질 의사 필요"
의대·이공계 교육 우려, 절충 인원 권고…"시장원리? 모순된다"
교수 단체가 의대정원 증원에 따른 의대 및 이공계 대학의 교육을 우려하며 의정 간 대화를 주문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는 13일 성명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의대 졸업생'이 아닌 '실력있는 의사'"라며 "정부와 의료계는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대화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교모는 2019년 설립된 보수성향 교수단체로 6000여명 회원이 속해 있다.
정교모는 "기존 의대의 수용가능 범위를 고려하지 않고 의사를 급격히 늘리면 제대로 된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350명 증원을 절충안으로 제시한 것을 언급하며 "의학교육의 질을 유지하려는 고언이었는데, 현장의 교육 인력과 시설 실정을 완전히 외면한 증원은 국민 기만행위"라고 꼬집었다.
증원 근거로 활용되는 OECD 통계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의료이용량이 OECD 평균의 2배 이상이라는 점을 간과한 의사 수 추계는 비논리적이며 부적절하다"고 짚었다.
이공계 인재들이 '의대 블랙홀'로 몰리는 상황도 우려했다.
정교모는 "이공계가 무너지면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가 없어진다"며 "실제로 학원가에 N수생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대정원을 늘리면 의사 소득이 감소해 장기적으로는 의대 쏠림이 크게 완화될 것이라는 정부의 예측도 "매우 안이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공급증가에 따른 가격하락은 자유시장에서 가능한 것으로, 정부 통제하에 있는 건강보험 체계를 생각했을 때 시장원리가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료)문제 원인이 시장 실패라고 주장하면서 시장원리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고도 덧붙였다.
정부와 의료계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을 주문했다.
정교모는 "국민은 가까이 있는 실력 있는 의사에게 진료받기를, 의사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진료하기를 원한다"며 "두 필요를 모두 만족하려면 건강보험 급여진료 원가를 보장하고 과도한 소송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구체적 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를 향해서는 "한번 뽑은 칼이라고 고집을 부려선 안 된다. 2000명이 아닌 절충적 인원을 무리없이 확보하는 것으로도 국민을 위하는 정부의 진정성은 인정된다"며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의료계와)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대화와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