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 땐 국민 25% 한 번 이상 뇌졸중 '경험'
보상체계 마련 ·정책수가 신설·전문진료질병군 분류 시급
전국 상종·수련병원 전문의 209명 뿐…"치료체계 근간 흔들려"
"뇌졸중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도, 남의 이야기도 아닌, 우리가 한 번은 겪게 될 문제입니다."
대한뇌졸중학회는 14일 '초고령화 사회에서 뇌졸중 치료시스템 구축을 위한 현황 분석 및 발전 방안 모색' 기자간담회를 열고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뇌졸중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확보, 보상체계 마련, 전문진료질병군 분류 등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현재까지 대책으로는 준비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먼저 뇌졸중 전문의 부족 실상을 짚었다.
김태정 홍보이사(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신경과)는 발제를 통해 "2050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20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매년 35만명의 새로운 뇌졸중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뇌졸중으로 인한 연간 진료비용 역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턱없이 부족한 뇌졸중 전문의 인력 문제로 현재 뇌졸중 치료 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여전히 뇌졸중 취약지가 존재하며, 전체 뇌졸중 환자의 50%는 거주 진료권에서 정맥내혈전용해술, 동맥내혈전제거술 등과 같은 뇌졸중 최종 치료를 시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현재 전국 상급종합병원과 수련병원의 뇌졸중 전문의는 209명에 불과하며, 일부 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에서는 전문의 1명이 400∼500명의 뇌졸중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올해 2월 각각 의료기관-전문의 간 소통과 의사결정을 활성화하는 네트워크 구축·지원 사업인 '심뇌혈관질환 문제해결형 진료협력 네트워크 건강보험 시범사업'과 무너지는 지역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수의료 패키지' 추진을 발표했다.
그러나 성공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뇌졸중학회는 "무엇보다 인력 자원 확보, 보상체계 마련, 뇌졸중 질병군 분류 체계 수정이 선결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차재관 뇌졸중학회 질향상위원장(동아의대 교수·동아대병원 신경과)은 "현재 뇌졸중 전문의 숫자는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최소 인력 수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재의 인원 수준으로 초고령화사회에 들어서면, 치료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수련 병원 74곳에 전공의가 86명 정도 있는데, 각 연차 당 최소 2명 즉, 현재의 약 2배 수준(160명)으로 증원돼야 안정적으로 인적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최소한의 보상체계와 정책 수가 신설이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차재관 질향상위원장은 "뇌졸중 전문의를 확보하고 정부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중 전문의 중심 진료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면 향후 전문의가 될 수 있는 필수의료와 관련된 신경과 전공의 증원이 선행돼야 한다"라면서 "높은 업무 강도를 고려했을 때 뇌졸중 환자 진료 및 당직에 대한 수가 신설·보장 등 최소한의 보상 체계 마련과 권역센터 확대·지역병원 신설 등을 통한 정책수가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뇌졸중은 신경과 전공의 1인당 응급진료 건수 1위 질환이며, 응급실 중증 환자 부담 역시 높다. 하지만 높은 진료 업무 강도에 반해, 신경과 의사가 뇌졸중 의심 환자를 진료할 경우 진찰료가 없으며, 24시간 뇌졸중 집중 치료실 전담의의 근무 수당은 2만 7730원에 불과하다.
질병분류체계도 문제다. 뇌졸중은 현재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돼 있다.
이경복 정책이사(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는 "뇌졸중이 필수중증응급 질환이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특히, 뇌졸중은 발생 환자의 80%가 후유장애를 얻을 만큼 중증질환이며 골든타임 내 치료가 중요하지만, 현재는 뇌졸중 환자 중 수술이나 시술을 받는 일부 환자만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분류되고 있다"면서 "상급종합병원은 지정 기준 상 전문진료질병군 환자를 30% 이상 진료해야 한다. 때문에 일반진료질병군 환자를 모두 수용할 수 없다. 이대로라면 상급종합병원에서 뇌졸중 환자 진료에 대한 관심과 진료량이 감소할 수 있다. 뇌졸중을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거노인에 대한 골든타임 내 치료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한국은 2050년 70세 이상 1인 가구가 7만 3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태정 홍보이사는 "독거노인 인구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독거노인이 혼자 집에 있을 때 뇌졸중 증상이 발생한다면 빠르게 증상을 확인하고 초급성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텔레스트로크·원격뇌졸중'과 같은 시스템 구축도 고려해야 한다"라면서 "일부 독거노인에서 진행되고 있는 응급안전안심서비스가 확대 발전된다면, 독거노인들의 뇌졸중 급성기 치료와 건강한 노후 지원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초고령사회에서 뇌졸중 치료 체계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은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서면서 국민 네 명 중 한 명은 죽기 전까지 뇌졸중을 한 번 이상 경험하게 된다. 더 이상 뇌졸중은 먼 미래의 이야기도, 남의 이야기도 아닌, 우리가 언젠가 한 번은 겪게 될 문제"라며 "초고령화사회에서 뇌졸중 치료 체계가 무너지지 않으려면 인적 자원 확보, 보상 체계 마련, 질병군 체계 분류 수정 등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수적이다. 치료 사각지대 없이 뇌졸중 발생 예방부터 급성기 치료, 장기적 관리까지 체계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조속히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