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13일부터 매일 브리핑…발언 모두 사실일까?
의협과 28회 만나 의대 정원 논의? "숫자는 한 번도 안 나왔다"
젊은의사의 집단사직 움직임이 현실화됐다.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에 대비해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꾸리고 지난 13일부터 연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대응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박민수 제2차관은 설 연휴 직전인 8일부터 20일까지 총 일곱 차례의 브리핑을 주도하고 있는데, 매일 약 한 시간씩 이뤄지는 브리핑 과정에서 의문이 뒤따르는 발언들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의대정원 확대 정책과 함께 추진하겠다며 발표한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 대한의사협회가 '환영'의 뜻을 밝혔다고 했다. 의협과 의료현안협의체를 만들어 28차례나 만나며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논의했다고 했다.
전공의 부재 시 발생할 수 있는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진료지원인력, 일명 PA를 활용하고 비대면진료를 전면 확대하겠다고도 밝혔다. [의협신문]은 이들 발언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봤다.
■의대정원 확대 논의, 28회의 의료현안협의체에서 했다?
박민수 차관은 지난 8일 첫 브리핑에서 의대정원 증원 결정이 일방적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각계와 총 130회가 넘는 협의를 진행했고 특히 정부와 의협만으로 구성된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총 28번의 논의를 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의사단체가 제시한 수가의 인상, 의료사고 부담 완화, 근무여건 개선 등은 필수의료 패키지 대책으로 담아 발표한 바 있다"고도 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월 의료현안협의체를 재가동한 것은 사실이지만 28회에 걸친 회의에서 의대정원 증원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는 단 한 번도 오가지 않았다는 게 협의체 참석자들의 목소리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적정 의사 인력 확충에 대한 '합의'만 이뤄졌을 뿐 그 규모에 대해서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1년 동안 양측의 합의를 통해 개최한 대외적인 행사는 지난해 6월 열린 '의사 인력 수급추계 전문가포럼'이 전부였다.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산하에 의사인력위원회도 별도로 꾸렸지만 해당 조직의 활동 역시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의협은 의사 증원 문제를 먼저 꺼낸 것은 정부인만큼 구체적인 규모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의사 증원이 지역 필수의료 살리기 해법은 아니라는 게 의협의 일관된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항변은 이렇다. 박 차관은 "정부는 정책결정을 하는 곳이니 정부 생각을 먼저 말하기 보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모두 들어 종합적으로 취합하고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라며 "의협은 규모를 한 번도 말을 하지 않았고, 공문으로 적정 규모를 다시 한번 요청했지만 답이 없었다"고 밝혔다.
■PA 활용하고 비대면진료 전면 확대?
보건복지부는 일찌감치 중수본을 꾸리고 전공의 집단 사직 현실화 이후 비상진료 대응을 준비해왔다. 비대면진료 전면 확대가 들어있다. 물론 비상진료대응 체계로 실제로 의료 혼란이 발생했을 때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다 박 차관은 지난 1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PA라고 불리는 간호지원인력이 조금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언급하고 있는 간호지원인력과 비대면진료는 현행법체계 안에서는 불법이다. 보건복지부는 간호사의 의료행위 범위 등이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논란이 되자 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체를 구성하고 제도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뚜렷한 업무범위가 나오진 않은 상황. 이는 곧 전공의 공백을 PA 간호사 활용으로 막는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소리다.
보건복지부 역시 의료공백에 PA를 투입하겠다는 구상을 당장실현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 보건복지부는 "PA 간호사는 필요한 시점이 되면 현행 의료법 체계에서 법적 문제가 없는 범위에서 활용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거쳐 현장에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비대면진료 역시 현재로서는 불법이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진료를 시범사업으로 바꿔 적용하고 있다. 그런 만큼 시범사업 적용 대상은 철저히 제한적이다. 현재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중이다. 정부 차원에서 법의 조속한 통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국회 회기가 세 달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을 봤을 때 비관적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의협은 필수의료 패키지에 환영과 공감의 뜻을 표시했다?
박민수 차관은 20일 브리핑에서 의협을 향해 "28차례 협의 등을 거쳐 마련한 필수의료 패키지를 발표했을 때 환영과 공감의 뜻을 표하고도 이제 와서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라며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도 국민 생명과 건강에 대한 우려, 걱정 없이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가 보상, 의료사고 안전망 만드는 문제 이런 것까지 폐지하라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라며 "의협이 왜 전면 폐기라고 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오히려 이 주장 자체가 정치적"이라고 덧붙였다.
박 차관의 발언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이야기다. 의협은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 '환영'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긍정적인 뜻을 밝혔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일부 정책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다만 정부 정책 방향성에 공감한다는 입장이었다.
의협은 지난 1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나온 직후 입장문을 냈다. 의협은 ▲의료인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필수의료에 대한 적정 보상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강화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 ▲지역의료 투자 확대를 통해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정부 정책의 방향성에만 공감을 표시했다.
오히려 일부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우려를 밝혔다. 특히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 ▲사망사고 및 미용 성형을 제외한 제한적 특례 적용 범위 ▲개원면허 및 면허갱신제 도입 등은 의료계와 충분한 소통 없이 발표했다고 짚었다.